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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 군축 긴장완화 요체

북한, 노·고르비 회담에 충격 미국과 거리좁히기 재촉할 듯

남문희 기자 ㅣ 승인 1990.06.24(Sun)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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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소 정상회담 이후 소련과 북한의 동맹관계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조짐은 아직까지 보이지 않는다. 또한 소련의 한국 실체 인정이 전격적인 정상회담의 형태를 통해 나왔기 때문에 다소 충격적인 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올림픽 이후 한반도에 대한 소련의 신사고 정책이 전개되면서 꾸준히 그 여건이 축적돼왔기 때문에 북한으로서는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기도 했다.
 
 오히려 이번 한 · 소 정상회담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소련이 국교정상화 시기를 ‘한반도정세의 전반적 개선’과 연동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소련이 제시한 ‘한반도정세의 전반적 개선’이란 남북한 당사자 관계의 개선, 구체적으로는 남북한 군축의 진전을 의미하는 것이다.

 정상회담에서 소련은 한국의 실체 인정을 기정사실화함으로써 ‘두개의 한국 불가’라는 기존의 북한 입장에 더 이상 얽매이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했다. 북한의 입장에서 볼 때 소련의 한국 실체 인정은 ‘두개의 한국 불가’를 전제로 한 김일성주석의 ‘고려연방제통일안’에 대한 심대한 타격을 의미하는 셈이다. 일본의 한반도문제 전문가 오코노기 마사오(小比木政夫)는 이런 점에서 이번 한 · 소 정상회담 실현 그 자체를 한국의 북방정책의 승리와 북한외교의 패배로 규정하였다.

 그러나 소련의 입장에서 보면 남한 실체 인정은 내용상으로는 북한과의 동맹관계를 유지하면서 형식상으로는 자유로운 입장에서 남북한 모두에 자신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포석이 된다. 남한에 대해서는 ‘북한 카드’를, 북한에 대해서는 ‘남한 카드’를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지난번 미 · 소 외무장관 회담 직후 셰바르드나제 소련 외무장관이 “소련은 남북한 모두에 관계를 갖고 있는 국가로서 한반도의 분쟁을 중재할 의사가 있다”고 한 발언을 상기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한편 북한으로서는 한반도 통일정책에서 명분이 약화된 반면 더 이상 명분에 얽매이지 않고 실리적 입장에서 대외정책을 추구할 기회를 맞게 되었다는 측면도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달 24일 개막된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9기 1차회의에서 서방에 대한 외교관계의 다변화 및 경제개방 추진을 목표로 인사이동이 행해졌던 점에 주목하고 있다. 또한 개막식 연설에서 김일성주석이 남북한 주민의 자유왕래와 “2개의 정부실체가 공동으로 유엔에 가입한다”는 ‘단일국호유엔 가입안’을 주장한 것도 변화의 조짐으로 받아들여진다. 이같은 움직임은 이미 한 · 소회담 직전 남북대화의 재개 및 미국과의 관계개선 의사표명 등을 통해 가시화됐는데 이는 앞으로  한국의 북방정책에 대한 대응의 일환으로도 더욱 강화될 것이다.

 북한은 또한 남북관계에서 소련의 강화된 對韓 영향력을 활용하여 군축문제에서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고자 시도할 것이다. 북한 경제의 활성화 및 안전보장의 측면에서 볼 때 남북한 군비축소는 현시기 북한의 당면 과제이다. 소련도 이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일 것이 분명하다. 5월 31일, 북한은 지난 88년 11월의 포괄적 군축방안에서 한걸음 더 나아간 새 군축안을 발표하여 주목을 받았다. 이번의 군축안에서 북한은 지금까지 주장해왔던 남북한 및 미국의 3자회담 대신 남북한 2자회담의 수용 가능성을 보였다. 그리고 기존의 병력감소 중심의 군축안에 남한측이 주장해온 신뢰구축 방안을 첨가했다. 그 때문에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받는 분위기다.

 한국 정부 입장에서도 남북한 군축은 궁극적으로 한반도 긴자완화의 요체이며 단기적으로는 북방정책의 목표라 할 수 있는 한 · 소, 한 · 중, 남북한 관계 개선을 위한 필수적 통과점이란 차원에서 더 이상 외면만 할 수는 없는 과제이다.

 따라서 앞으로 군비축소문제는 남북한관계 개선 및 한반도 주변의 탈냉전 구도가 뿌리내리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현안으로 대두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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