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화제] 뉴욕 부동산王 트럼프 ‘神話'침몰중
  • 김종환 차장 ()
  • 승인 1990.07.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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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후 빚더미에 고전…은행 돈줄 말라 ‘80년대 영광'좌초 위기

 뉴욕의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최근 자금난에 몰려 고전중이다. 12년동안 함께 살아온 부인 이바나와의 이혼을 전격적으로 발표, 세인의 관심을 끈 것이 지난 3월. 그로부터 3개월도 채 지나지 않아 빚더미에 눌려 고전중이라는 사실이 보도되면서 또 한차례 화제의 인물이 되고 있다. UPI통신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는 지난 6월15일부터 카지노 회사채의 원금과 이자를 체납해오다 법정시한을 8시간 앞둔 6월26일 오후 4시에 2천만달러의 구제금융을 받아 가까스로 부도를 모면했다고 한다.

 트럼프에게 있어 80년대는 만지는 것마다 돈이 되는 황금기였다. 아파트 지어서 웃돈을 크게 얹어 분양하는 방법으로 재력의 기틀을 다진 그는 10년 가까이 지속된 부동산가격 상승으로 큰 이득을 보았다. 값이 오를 것 같은 건물의 장부상 가격을 미리 높여서 은행으로부터 다시 대출을 받아내는 수법이 잘 먹혀들었던 것이다. 급할 때는 개인대출을 받아 이자를 지불하면서도 승승장구 거부의 길로 올라섰다.

 “내 나이에 이만큼 성공한 사람은 없다. 아무나 정상에 오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87년 불과 41세의 나이에 쓴 자서전《거래의 기술》에서 그는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1억달러가 될까말까 했던 재산이 10년만에 17억달러로 불어나는 과정에서 자기의 사업수완에 대한 트럼프의 자만은 극치에 달했었다. 1만2천평에 달하는 주말별장, 1백10개의 방이 딸린 플로리다 저택, 사우디의 부호 카쇼기로부터 사들인 2천9백만달러짜리 호화요트, 자가용 헬리콥터 등으로 장식된 재산목록을 보면 그런 호언장담은 결코 허풍이 아니었다.

 호사의 극치를 달리는 생활과 저명인사들과의 부지런한 사교는 ‘트럼프’하면 곧‘고급’을 연상하게 만들었다. 그의 이름은 특히 일본인 부동산 투자가들에게 잘 먹혀들었다. 한 중개인의 말에 따르면 트럼프의 전성기에 이들은 “값은 얼마든 상관말고 트럼프 아파트를 사달라”고 졸라대기 일쑤였다고 한다. 신축한 트럼프파크의 호화아파트를 아시아의 어느 나라 대통령이 사들였다는 외신보도로 인해 한국인들에게까지 그 이름이 알려지게 된 것도 이 무렵이었다.

 그토록 극성을 부리던 일본인들도 트럼프의 이혼이 발표된 뒤로는 발길을 끊었다고 한다.설상가상으로 가장 많은 돈을 들인 카지노 ‘타지마할’의 개장이 임박한 때 이혼소식이 전해져 개장행사에 쏠릴 대중의 관심이 온통 스캔들에 집중돼 체면을 구겼다.

 카지노 사업에 뛰어든 것은 80년대 중반이었다. 도박도시 어틀랜틱시티에서 트럼프플라자와 트럼프캐슬을 개장한 데 이어 지난 4월 세번째로 문을 연 것이 황금빛 돔이 눈부신 타지마할이다. 타지마할 인수는 그 자체가 최대의 도박이었지만 수익성은 아직 불투명하다. 도박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초기의 신선감이 사라지면 손익분기점인 하루 1백30만달러의 매출을 올리기도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먼저 문을 연 두 카지노는 이미 경영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파트 분양사업과 달리 카지노 사업은 하루하루 수지를 맞추는 치밀한 경영수완을 필요로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작년 10월 트럼프의 심복 카지노 사장 2명이 헬리콥터 추락사고로 목숨을 잃은 것은 큰 타격이었다. 게다가 금년 5월에는 영업실적이 가장 뛰어난 트럼프플라자의 잭 오도널 사장이 트럼프 밑에서는 일할 맛이 안난다며 사표를 던졌다. 오도널의 폭로에  따르면 트럼프는 기분내키는 대로 사업결정을 내린다고 한다. 무려 1백만달러를 들여 트럼프플라자에 설치한 생굴 스낵바만 해도 그렇다. 그의 새 애인 메이플즈가 객실에다 싱싱한 해물을 잔뜩 들여다놓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종업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행한 것이다.

 

日 증권시장 침체로 큰 타격

 카지노와 비슷한 시기에 뛰어든 셔틀 항공사업도 엄청난 운영자금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자금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파업으로 발이 묶인 이스턴항공으로부터 3억6천5백만달러에 인수한 ‘트럼프셔틀’은 대대적인 기체 개조등에 힘입어 동부해안 통근항공시장의 점유율을 30%에서 50%로 끌어올렸다. 그러나 대기 항공기와 승무원 유지비가 많이 들어 고육지책으로 커피 무료제공 서비스까지 중단했지만, 지금은 이자 갚을 돈도 못벌고 팔릴 날만 기다리고 있는 형편이다.

 가장 큰 좌절은 철도야적장이 있는 맨해턴 서부지역을 재개발, 1백50층짜리 세계 최고의 빌딩과 주거공간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이 주민들의 반대로 5년 동안 묶여 있다는 사실이다. 계획수립 비용 1억1천5백만달러에 대한 이자만 연간 1천2백만달러나 된다.

 트럼프의 자금난은 그의 경영미숙 탓도 있지만 금융위기로 말미암아 강화된 연방감독기관들이 은행대출을 규제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게다가 일본 증권시장의 침체로 유망한 자금줄이 마르게 된 것도 타격의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자금난을 타개하기 위해 트럼프는 지난 3월말 자가용요트를 홍콩까지 몰고가 일본투자가들에게 1억1천만달러에 내놓았지만 파는 데는 실패했다. 최근엔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미국도서관판매협회에 참석, 제2탄 저서 《트럼프:정상에서의 생존》의 판촉활동을 벌였다. 이책은 오는 10월에 출간될 예정이었으나 저자 자신의 생존위기 때문에 서둘러 서점에 깔릴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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