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안 좋은 ‘새식구 맞이’
  • 문정우 기자 ()
  • 승인 1994.08.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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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어오는 사람이나 받아들이는 사람이나 모두 떳떳하지 못했다. 민자당 고위 당직자들은 11일 오전 무소속 의원 5명이 당사에 찾아와 입당을 발표하기 직전까지 딴전을 피웠다.

 문정수 사무총장은 이 날 열린 당무회의에서 한마디도 보고하지 않았으며, 고위당직자회의에서는 좀더 검토해야겠다고 말했다. 오전 10시께까지도 기자들이 물으면 “누구한테 들었느냐, 금시초문이다”라면서 연막탄을 쏘아댔다. 그 때문에 민자당 조직국의 하위 당직자들은 사전에 입당 절차를 검토하지조차 못했다. 강삼재 기조실장도 그 전날까지 “무소속 의원들이 일방적으로 입당원서를 쓰겠다고 하는데, 지역구의 반발이 만만치 않아 교통 정리를 하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이다”라고 얘기했다.

 들어오는 사람에 대한 예우도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민자당 당직자들은 모두 마지못해 받아들인다는 자세였다. ‘공천이야 당에서 결정할 일이지만 입당이야 개인 의사인데 어떻게 말릴 수 있는가’‘오라는 사람은 오지 않고 오지 말라는 사람만 온다’.이런 식이다. 무소속 의원들의 기자회견장에는 그 흔한 꽃다발 하나 없었고, 상투적인 덕담 한마디 하는 사람조차 없었다.

 입당하는 무소속 의원들도 이해할 수 없는 태도를 보였다. 민자당 고위층의 주문이 있었는지 몰라도 기자회견 발표 전까지 보도자료 한장 배포하지 않았다. 느닷없이 나타나 입당선언문을 읽고는 서둘러 자리를 떴다.

 김정남(강원 삼척), 윤영탁(대구 수성을), 변정일(제주 서귀포.제주시), 차수명(경남 울산 남), 정주일(경기 구리). 이들의 면면을 보면 민자당의 처지가 이해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이들은 모두 지난 대통령 선거 때 국민당 정주영 후보 휘하에서 당시 김영삼 후보를 공격하는 데 앞장섰던 사람들이다. 김정남 의원은 원내총무, 윤영탁 의원은 정책위의장, 변정일 의원은 대변인, 차수명 의원은 대표비서실장을 지냈다. 그리고 정주일 의원은 대선 현장을 누비고 다니며 “무슨 일만 있으면 아버지한테 달려가 매달리는 사람이 대통령 자격이 있느냐”라며 김영삼 대통령을 형편없이 깎아내린 사람이다. 들어오는 사람이나 받아들이는 사람이나 마음이 찜찜할 것은 당연하다.

 민자당이 이들을 받아들인 이유는 명백하다. 신민당의 원내교섭단체 구성을 방해하기 위해서이다. 아무리 좋게 해석하려고 해도 그밖에는 다른 그럴 듯한 이유를 찾아내기 어렵다. 그러나 그것은 민자당이 부르짖는 새 정치와는 거리가 먼 것이다. 그들이 개혁 대상으로 삼고 있는 권위주의 시대 여당의 모습 그대로이다. 이번 보궐선거에서 공명 선거를 치러 따낸 점수마저 한꺼번에 까먹는 일이다. 신민당이 이들의 입당을 놓고 ‘날치기 예비병력 보충’이라고 비난해도 할 말이 없게 생겼다. 실제로 민자당에서 탐내던 사람은 장창희(대전 중구), 서 훈(대구 동을) 의원 정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민자당은 단애 조직 분규라는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할지도 모른다. 무소속의원 영입 때문에 밀려난 지구당위원장들이 ‘단체 행동’을 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민자당 당직자들은 보궐선거 뒤 “이제 힘으로 정치하던 시대는 지났다”고 스스로 되뇌던 말을 벌써 잊어버린 모양이다.
文正宇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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