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는 시대를 책임져야”
  • 송 준 기자 ()
  • 승인 2006.04.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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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과 권력> <유럽 사회···> 펴낸 이광주 교수



 독일성사를 30년간 천착해온 李光? 교수(인제대?역사학)가 최근 <지식인과 권력>(문학과지성사 펴냄)과 <유럽 사회-풍속 산책>(까치)이란 두 권의 책을 내놓았다. <지식인과 권력>은 13세기 ??국가 상태에서 나치가 통제하는 제3제국에 이르기까지 6백여년간 독일의 국가 권력과 철학, 그리고 이데올로기가 어떻게 유기적으로 변질돼왔는가를 밝힌 근세 독일지성사 연구서다. 이교수는 “당시 독일 지식인들의 논리와 행동 양태를 분석하여 4?19 5?16 5?17 등 암울했던 한국의 정치환경과 지식인 행동 사이의 함수를 조명해보고 싶었다”라고 이 책의 저작 동기를 밝혔다.

 오랜 분열 상태에 빠져 있던 독일은 문화적 무관심?편협한 신분의식?극심한 부의편중이란 폐해로 만신창이가 돼 있었다. 성숙한 시민층이 형성되지 못한 탓에 지식인들은 민중과 괴리된 채 관념적 학문과 철학 세계로 빠져들었다. 그 결과 독일 국민은 공공성 내지는 국민의식을 형성하지 못하고 분파?당파주의에 함몰하고 만다.

 이 교수는 유럽의 문화?학문?종교적 양식에 관한 자신의 단상을 정리한 <유럽사회-풍속산책>을 통해 다시 한번 이 분파?당파 주의를 통렬하게 질타한다. 이 책은 커피하우스?카페?살롱?클럽 문화가 유럽 대혁명에 끼친 영향을 상술하고 있다. 카페?살롱 등은 주장과 이익이 서로 배치되는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의견을 나누고 서로를 이해하는 대화의 장으로 활용됐으며, 이렇게 확보한 공감대를 토대로 대혁명이라는 역사가 성공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같은 대화의 장을 갖지 못한 사회는 거개가 동료집단이나 파벌위주의 교류에 치우치기 마련이며 이는 곧 분파?당파주의로 발전한다는 주장이다. 그런 점에서 “독일의 학파(스쿨)와 우리나라의 당파는 동의어”라고 이교수는 말한다. 그러나 독일은 강력한 군사력에 기초한 프로이센과 프러시아 주도 아래 통일을 이룬다.

 이 과정에서 홈볼트?헤르더?노발리스?랑케 등 지식인들은 개체성이라는 개념을 독일 철학에 도입한다. 이 개체성은 분열 상태에 있던 독일 각 연방의 문화적 특수성을 존중한 것이데, 통일 이후에는 유럽 전체에 대한 독일 고유의 개체성으로 대체된다. 그런데 비스마르크와 히틀러 시대의 강력한 군사력을 경험하면서 독일적 개체성은 인류 차원의 보편성을 상실한다. 이것이 곧 독일의 국가지 상주의 내지는 게르만 우월주의이다.

 이교수는 한국의 현실과 관련해 “시대상황에 대한 책임을 망각한 학자는 학문하는 기술자에 불과하다. 왜곡된 사회를 개혁하는 데 적극적 관심과 의지를 가져야 지식인의 필요 조건을 갖춘 것이 된다”고 말한다. 같은 차원에서 그는 진보적 개혁 회구 집단의 활동을 주목한다. “학생집단은 본질적으로 유토피아적 경향을 띠고 있다. 그것을 이해해야 그들의 주장과 지향을 알 수 있다. 우리 사회가 그들을 통해 처음으로 사회정의에 눈을 떴다는 점은 정당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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