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해외진출 “알리는 것이 힘”
  • 송 준 기자 ()
  • 승인 2006.04.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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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영화제는 대표적 통로???문화 특수성 적극 홍보?치밀한 사전준비 필요


 

 한국영화는 ??????????????????오랜 침체의 늪에서 헤어날 것인가.

 <하얀 전쟁>이 지난 10월 4일 도쿄 국제영화제에서 그랑프리와 감독상을 수상한 일은 한국영화가 세계적 수준에 접근했음을 확인한 것이었다. 동시에 부진을 면치 못하던 우리 영화산업에도 숨통을 열어준 계기가 되었다. 영화산업은 돈과 상품이 오가는 단순한 비즈니스가 아니다. 거액의 무역상품이기 이전에 한 나라의 문화와 풍습, 국민의 가치관과 사유체계, 그리고 역사를 해외에 알리는 ‘외교사절’의 기능이 있다.

 국제영화제는 그동안 우리 영화를 해외에 소개하는 거의 유일한 통로였다. 한국영화의 해외진출을 촉진하기 위해 영화진흥공사는 9개의 국제영화제에 한하여 출품작이 상을 받아올 경우 포상하고 있다. 세계 4대 영화제로 꼽히는 베니스(이탈리아)?칸(프랑스)?베를린(독일)?모스크바(러시아) 영화제와 카를로비바리(체코슬로바키아)?몬트리올(캐나다)?도쿄(일본) 영화제, 아카데미상 외국영화 부문(미국), 그리고 로카르노(스위스) 영화제가 그것이다.

 국제영화제는 대개 경쟁부문과 비경쟁부문으로 나뉘어 열린다. 먼저 영화제 집행위원회를 구성한 다음 개막 2~3개월 전부터 세계 각국으로부터 참가 신청을 받는다. 집행위원회는 세계적인 감독?제작자?조명 및 촬영 감독?배우?평론가 가운데서 6~10명의 심사위원을 선정해서 위촉한다. 심사위원들은 출품작을 심사하여 경쟁부문 본선에 올릴 10~20편을 뽑는다.

 비경쟁부문은 특정 국가나 대륙 또는 감독의 영화를 집중적으로 조명하거나, 신인 감독의작품과 일련의 흐름을 갖는 필름을 한 자리에 모아놓는 말 그대로 ‘영화축제’이다.

 지난 1932년에 시작돼 올해로 49번째 열린 베니스영화제(그랑프리:황금사자상)는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예술성을 중시하는 이 영화제는 미지의 영화와 알려지지 않은 걸작들을 소개하는데 치중해 왔다. <안나카레리나> <금지된 장난> <로미오와 줄리엣> <비정성시> 등이 이 영화제를 통해 명성을 얻었다. 지상 최대의 영화축제로 꼽히는 칸영화제(45회째?황금종려상)는 진보적인 영상미학을 높이 평가한다. 이 영화제에서는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 <유로파> <현 위의 인생>등이 각광을 받았다. 베를린 영화제(42회째?금곰상)는 철저하게 독일어 자막을 고집하며 정치적이고 이념적인 주제를 중시한다. <늑대와 춤을> <양들의 침묵> 등이 이 영화제를 통해 알려졌다. 특히 4년전 한국의 홍기선씨가 감독한 <오! 굼의 나라>를 초대?상영한 바 있는 독립영화제(비경쟁부문)는 이 영화제의 ‘양심’으로 불리기도 한다.

 한편 공산권 영화 진흥을 목적으로 1946년과 1959년에 각각 출발한 카를로비바리영화제와 모스크바영화제는 이제까지 격년제로 번갈아 치러졌는데 최근 동유럽 정세 변화에 따라 매년 따로 개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카를로비바리영화제는 우리나라와 큰 인연이 없어그다지 알려지지 않았다. 모스크바영화제(18회째)는 정치성이 강하게 작용하는 데다 조직체계와 운영방식이 허술해 권위가 다소 떨어지는 편이다.

 몬트리올영화제(16회째)는 여러 종류의 영화를 고루 수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오늘의 영화?내일의 영화?금지된 필름 등 다양한 기획이 인기를 끈다. 지난 85년에 시작된 도쿄영화제는, 35세 이하의 젊은 감독들끼리 겨루는 영 시네마 부문을 포함한 2개의 경쟁부문과 다양한 비경쟁부문으로 꾸며진다. 한 회에 10억엔(약 60억원)정도를 투자해 국제적 권위를 얻는 데 성공했다.

 로카르노영화제(45회째?황금표범상)는 신인감독 대상의 경쟁영화제로서 미래의 영화 흐름을 살펴볼 수 있다는 특징을 갖는다. 지난 89년 배용균 감독이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으로 그랑프리를 차지한 바 있다.

무성의한 자막 처리 등 숙제

 이제 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는 어느 정도 지명도를 얻은 듯하다. 특히 임권택 감독은 87년 베니스영화제에서 <씨받이>로 강수연에게, 88년 몬트리올영화제에서 <아다다>로 신혜수에게, 89년 모스크바영화제에서는 <아제아제바라아제>로 강수연에게 여우주연상을 안겨주었다. 지난해와 올해 몬트리올영화제에서 이혜숙이 여우주연상(장길수 감독 <은마는 오지 않는다>)을, 박종원 감독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 제작자상을 각각 받았다.

 한국영화진흥공사에서는 각국의 영화진흥 공사 및 단체, 문화센터 등과 협의하여 지금까지 뮌헨?낭트?페사로 영화제, 그리고 헝가리 불가리아를 비롯, 옛 소련의 타쉬켄트 알마아타 등지에서 한국영화주간을 열었다. 그동안 한국영화는 많은 외국 전문가들로부터 “진지한 메시지와 강렬한 영상미로 신선한 충격을 던져준다”는 긍정적인 평을 받았다. 또한 89년 도쿄영화제와 91년 모스크바영화제에 강수연이, 91년 몬트리올영화제로 올해 도쿄영화제에 김수용 감독이 각각 심사위원으로 참가했다. “심사위원이 된다는 것은 다른 심사위원에게 우리 영화 고유의 감수성과 특징을 설명해줄 기회를 갖는 것”이라고 김감독은 말한다.

 그러나 이같은 성과 뒤에는 한국영화가 국제무대에 진출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숙제가 남아 있다. 무성의한 자막처리는 이미 오래전부터 지적해온 문제다. 영화번역 전문가가 거의 없는 데다 전문가를 양성하는 기구도 전무하다. 또 외국 영화계에 한국적 시대상황과 관습, 문화양식의 특수성을 이해시키는 데 유용한 팜플렛이나 브로슈어도 좀 더 세련되게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런 간접적인 요소들도 작품평가의 한 부분을 차지한다. 사소한 듯 보이는 이런 문제를 해결해야만 비로소 한국 영화는 한 차원 높은 경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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