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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 · 닭 깃털로 유출기름 걷는다

기자 ㅣ 승인 1990.08.09(Thu)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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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달리 오리가 물 위에 뜨는 것은 깃털이 물에 젖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기름으로 오염된 호수에 오리가 빠지면 어찌 될까. 정답은 “천천히 죽게 된다”이다. 그러나 익사라든가 달리 죽는 게 아니라 움직일 수 없게 되고 날지 못해 굶어죽는다. 이는 오리털의 특성 때문인데 과학적으로 풀어 설명하자면, 오리의 미세한 털 사이의 공간이 모세관 역할을 해 비중이 낮은 - 표면장력이 작은 - 기름만을 선택적으로 응집시키는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오리털의 이러한 특성에 착안하여, 해난사고 때문에 바다에 유출된 기름을 효과적으로 거둬들이는 방법이 최근 한 대학원 졸업생의 석사논문으로 발표돼 관심을 끌고 있다. 아주대 환경공학과 鄭潤鎭교수의 지도를 받아 강영운씨(아주대 대학원 환경공학과)가 쓴 <깃털에 의한 오일 오염원 제거방안>이란 논문은 특히 최근 인천과 충남 태안군 앞바다 등지에서 유조선 해난사고로 인근 양식장의 피해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발표돼 이 방법이 실용화될 경우 큰 호응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바다에서 기름 유출사고가 났을 때 일반적인 조처과정을 보면, 우선 기름의 확산을 막기 위해 사고지역에 큰 울타리, 즉 오일 펜스(oil fence)를 설치해 기름을 가둬놓은 다음에 이를 기름덩어리를 걷어내는 도구인 스키머(skimmer)로 걷어내거나 흡착기로 빨아들인다. 그런 뒤에도 바다의 수면 위에는 오일필름(oil film)이라는 엷은 기름막이 남게 되는데 이 기름막이 남아 있는 한 피해는 계속 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기름막이 물속의 산소공급을 차단해 양식장을 황폐화시키기 때문이다. 따라서 해상 기름유출 사고에서 기름을 제거하는 데 가장 많은 비용과 노력이 드는 것이 오일 필름 제거과정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기름막 제거방식을 보면, 사고지역에 일종의 비누성분인 유처리제를 뿌리거나 기름이 달라붙도록 만든 유착여제(흡착제)를 던져 수거하고 있다. 그러나 전자의 경우, 기름을 잘게 부숴 확산만 시킬 뿐이지 완전환 처리방법은 아니다. 곧 기름의 독성은 여전히 물속에 남을 뿐 아니라 다량 살포할 경우 - 이를테면 합성세제를 바다에 쏟는 것과 같다 - 물속의 생태계를 파괴하는 또다른 환경오염(2차공해)을 일으킬 위험성마저 큰 형편이다. 한편 후자의 경우, 볏짚이나 건초등의 천연물질과 석유화학계의 고분자체 및 합성물질을 기름 흡착제로 쓰고 있는데 기름 위에 던지거나 수거하는 데 비용과 인력이 많이 드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이번에 정윤진교수와 강영운씨가 개발한 오리털을 이용한 油膜처리기는 기존의 기름처리 방식과 전혀 다른 방식이다. 그림에서처럼 깔대기를 뒤집은 모양의 처리기 가장자리에 오리털을 가득 채운 뒤 수면 바로 밑 수중에서 프로펠러를 돌려 튕겨나오는 기름을 오리털에 흡수시키는 방식이다. 강영운씨에 따르면 수조에서의 시험결과, 해양오염 방지법상의 허용기준인 10㎎/ℓ밑으로 나타나 거의 완벽하게 정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따라서 기존의 처리방식과 비교해 효과가 크게 앞설 뿐 아니라 비용과 인력도 대폭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교수에 따르면 오리의 솜털(다운:down)은 값이 비싸지만 깃털(페더:feather)은 싸므로 현재 처리비용의 10%쯤만 들여도 오염처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대체재로 닭털을 쓰면 오리털보다 처리능력이 10%쯤 떨어지나 국내 도계장에 처치곤란할 만큼 닭털이 쌓여 있으므로 이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정교수는 오리털의 특성을 이용해 현재 세차장의 기름폐수를 값싸게 정화할 수 있는 폐수정화장치도 개발해놓고 있는데 해양오염의 경우, 현장실험을 하는 데 어려움이 많아 아직 실용제품을 만들지 못했다. 그러나 사고지역의 양식장 피해를 막는 데에는 당장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한다. 즉 양식장 근해에 이중으로 오일 펜스를 치고 그 안에 오리털이나 닭털을 채워놓으면 기름이 양식장으로 밀려드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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