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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거대한 장애물

장애인을 위한 교통 · 편의 시설 거의 없어 정상인들 ‘함께 걸음 대행진’서 재확인

김당 기자 ㅣ 승인 1994.09.22(Thu)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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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들의 접근권. 정상인, 혹은 비장애인에게는 낯선 말이다. ‘그들’이 정상인의 세상에 접근하는 데 겪는 고통을 ‘우리’는 모르기 때문이다.

 9월 10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열린 ‘함께 걸음 시민 대행진’은 바로 우리가 그들이 됨으로써 그들도 우리처럼 교통 · 편의 시설에 접근할 권리를 가진 정상적인 사회인이라는 인식을 공유하는 체험의 마당이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이사장 김성재)가 주관하고 보건사회부와 여러 시민 · 종교 단체가 후원한 이 행사에는 강원룡(크리스찬 아카데미 원장) 강문규(전국 YMCA연맹 사무총장) 서경석(경실련 사무총장) 박상천(국회 보사위원장) 등 자원자 60여 명이 명동성당에서 종로 2가 탑골공원까지 2㎞를 휠체어를 타고, 혹은 눈을 안대로 가리고 걷는 장애 체험을 함께 했다. 특히 이번 행사에는 인기 드라마 <서울의 달> 출연진을 포함한 연예인들이 ‘우정 체험’해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이들이 겪은 장애 체험은 ‘실전’과는 거리가 먼 ‘모의 전투’같은 것이었다. 아마도 대학생 자원봉사단원들이 2인1조로 거들어주지 않았다면 이들은 한 발자국도 떼지 못하였거나, 적어도 이동에 걸린 시간과 고통이 배가되었을 것이다. 실제로 이들은 목적지까지 가는 동안 도로 턱 수십 개와 횡당보도 4개 지하도 1개를 힘들게 건넜지만 보호자가 없었다면 그나마 어림없는 것이었다. 특히 을지로 지하도에서는 아예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도로를 무단 횡단해야 했다. 휠체어를 접지 않고는 지하도를 건널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허가 받은 행사가 아닌 일상에서도 장애인의 무단 횡단이 가능할까.

 84년 9월 휠체어 장애인 김순석씨는 건너갈 수 없는 횡단보도, 들어갈 수 없는 화장실 그리고 거리의 도로 턱을 없애 달라고 절규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시각 장애인 이춘광씨는 당산 전철역에서 승객들에게 떠밀려 전동차에 치여 목숨을 잃었고, 92년 3월에는 뇌성마비 장애인인 시인 백원욱씨가 모교인 강남대에서 휠체어를 타고 내려오다 운동장에 떨어져 죽었다. 그런데도 이들의 겪은 오늘의 서울 거리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것”이었다.

 이같은 현실은 서울 시내의 지하철역 1백30여 곳 중 장애인용 엘리베이터를 설치한 곳은 최근 개통된 학여울역뿐이라는 사실에서 드러난다. 이는 우리나라에 ‘在家 장애인’이 유달리 많은 (전체 장애인 중 90% 추정) 까닭을 설명해 준다. 특수교육진흥법이 제정되어 장애인 의무교육이 실시되어도, 장애인고용촉진법이 제정되어 장애인 일자리가 늘어나도, 장애인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접근권이 확보되지 않으면 이 모든 것이 ‘그림의 떡’이기 때문이다.

 이 날 장애 체험을 함께 한 김성재 이사장(한신대 교수)은 “장애인의 접근권은 시혜가 아닌 최소한 권리이자 장애인이 누려야 할 모든 권리를 뒷받침하는 가장 중요한 권리이다”라고 말했다.
김 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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