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안 믿기로 했다"
  • 김당 기자 ()
  • 승인 1994.10.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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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존파라는 조직의 실체가 있는가? 행동강력을 직접 보았나?

책에 쓴 것을 보았다. 계명 같은 것이 적혀 있는 책을 내게 보여줘 몇 개를 보았는데 남자는 입이 무거워야 한다. 여자를 믿지 말라, 이런 내용이었다. 책 뒤에는 악보도 있었는데  자기네가 작사 작곡한 군가라고 했다. 공포감에 시달린 때 그들은 이 '군가'를 불렀다. 잠깐 들어 보니, 우리는 죽으러 간다. 이런 내용이었다 . '지존헌장' 이런 식으로 쓴 것을 보여주었는데, 나중에  지존이 <야망>이라는 책을 쓸 거라고 했다.

지존(두목 김기환.강간치상 혐의로 수감중)에 대해 뭐라고 했나?
그 사람을 형이라고 안 부르고 지존이라고 불렀다. 듣기로는 처음  지존이 5명으로 조직을 결성했는데 4명이 여자 때문에 배신해 조직이 없어졌다고 했다. 그래서 사람을 죽일 때는 지존이 이들에게 죽이라고 시키면서 옆에서 주먹을 쥐고 ‘메셀라, 메셀라’하고 외쳤다고 그랬다. 메셀라는 배신자라는 고대어라고 했다. 지존이 나오면 배신자부터 처단한다는 말도 했다.

강동은의 애인 이경숙은 범행에 가담하지 않았나?
거기서 만난 적은 없으나 통화는 했다. 그전에 강동은이 어떤 여자를 멤버로 두려 하는데 어떠냐고 물을 적이 있었다. 강동은이 아무 말 없이 전화기를 주며 받아보라고 해 받아보니 이경숙이라는 여자였다.
그 여자가 '나보다 나이가 많은 것 같은데 충고하는 것 같아 미안하지만, 동은씨 도와주기로 했으면 끝까지 도와달라. 신이 있으면 동은씨를 도와줄 것이다'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나는 그 여자에게 납치되었다고 분명히 말했다. 그러나 나는 그 여자에게 납치되었다고 분명히 말했다. 그러니 그 여자는 공범인 셈이고 그들의 범행을 몰랐을 리 없다고 본다. 그러나 두 사람이 서로 사랑했기에 알지만 신고는 못했을 것이다.

밝혀지지 않은 또 다른 범죄가 있다고 보는가?
그들은 한 말로 보면 그렇다. 나한테 사람 죽인 얘기하면서 거짓말은 안했을 것이다. 현양이만 해도 여자를 두번 죽였는데 처음 죽인 여자는 서른한 살이 있다고 했다. 내 판단으로는 그때 처음 자본을 마련했
던 것 같다. 두번째는 스물세 살 먹은 여자를 납치해 죽였다고 했다. 자기가 맨 마지막으로 강간하고 목을 졸랐다고 했다. 강동은은 뼈는 녹즙기와 커터기로 갈아서 국물은 논에다 붓고 살은 개를 주었더니 엄청 잘먹는다면서, 전에 누구도 그랬고 저 여자도 그렇게 하면 된다는 식으로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도 그와 비슷한 얘기를 했었다.

탈출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무엇인가?
내가 살아서 신고해야했다고 마음을 먹은 것은 종원이 아저씨 때문이다. 나는 종원이 아저씨의 마지막 눈빛을 잊을 수 없다.

일부에서는 공범으로 보는 시각도 있는데.
종원이 아저씨를 질식시킬 때도, 소윤오씨를 공기총으로 쏠 때도 나는 살인에 가담하지 않았다. 나는 당시 상황을 보태거나 빼지 않고 있는 그대로 말했는데 언론 보도에서는 어쩔 수 없이 범행에 가담한 것처럼 비치기도 했다. 경찰에서 나는 사실대로 진술했다 그때 말한 것과 지금 말하는 것은 똑같다.

충격이 클 텐데 앞으로의 계획은?
나는 아직도 내가 겪은 일이 믿어지지 않는다. 지금 이렇게 진술을 로봇처럼 되풀이하고 있지만 나 자신도 믿어지지 않는다. 어떤 식으로건 이 사건이 마무리되면 나는 더 이상 누구에게도 이 사건에 대해서 말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이번에 새삼 느낀 것은, 사람은 누구나 다 똑같고 간사하다는 점이다. 경찰도, 기자 아저씨들도 그렇다. 나는 사람을 믿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아직은 혼자 있으면 너무나 무섭다. 안정이 되면 시골에서 살 생각이다. ■
김 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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