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제덫에 치인 것 아닌가
  • 정기수 기자 ()
  • 승인 1990.08.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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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KBS 姜鐵求기자 구속사건 / 검찰측 증인 정곡순씨 공소사실 대부분 뒤집어

부산KBS 姜鐵求기자가 구속되기 이틀전인 지난 5월28일 밤 9시경. 강기자가 폭행사건에 연루된 현장, 동래구 온천동 대흥룸살롱에는 중요한 손님 4명이 찾아온다. 부산지검 형사3부검사 김용원(35), 대영건설 대표 한원식(43), 대연학원 이사장 오근섭(43), 오이사장의 부하직원 한사람 등이다.

 김검사는 지난 1월8일 강기자가 특종보도한 검사의 유흥업소 단속경찰관 폭행사건, 이른바 ‘초록카페사건’에 관련돼 검찰총장으로부터 경고처분을 받은 바 있다. 한사장 역시 지난 1월23일 자신의 회사에서 지은 아파트 분양계약의 문제점과 관련된 강기자의 보도로 여론의 비판을 받았으며 2월20일 강기자를 만나 시비를 벌여 ‘사건’이 일어나게 한 장본인. 오이사장은 부동산 거부로 알려진 인물로 강기자가 3∼4개월에 지방뉴스로 수차례 기사화했고 며칠 뒤인 6월초에는 전국으로 방송되는 ‘뉴스초점’에서 집중보도할 예정이었던 경남 양산군 군유지 특혜불하사건 관련자.

 

보도피해 검사 수사개입 의혹 짙어

 모두 강기자의 보도로 인해 피해를 입은 이들이며 한사람은 더 큰 피해를 목전에 두고 있었다. 한사장은 강기자와 시비를 벌였던 그날의 계산서를 찾아와 김검사에게 보여주고 오이사장과 함께 당시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김사장님, 물건을 만들어 드리겠습니다”라는 말을 덧붙이면서.

 그러나 이날 접대를 했던 마담 정곡순(30)씨는 오이사장의 ‘실수’를 무심코 흘리지 않았다. ‘김사장’을 가리켜 “저이가 바로 유명한 초록카페사건의 검사”라고 그가 귀dpt말로 일러준 것이다. 정곡순씨는 지난 8월13일 4차공판에서 이같은 사실을 포함하여 검찰의 고소사실을 결정적으로 뒤엎는 증언을 하여 이번 사건이 당초 제기됐던 것처럼(<시사저널> 6월 24일자 보도) 검찰의 보복수사 혐의가 매우 짙은 것임을 보여주었다.

 ‘보도피해자’ 3인이 만난 다음 날인 29일, 부산지검에서는 한장의 ‘범죄정보’가 보고된다.

 제목 : 케이비에스기자 공갈사건 정보

 출처 : 첩보.

 인적사항 : 강철구, 35세 가량.

 내용 : 대영건설(주)이 양산통도사 앞에 아파트 1동을 건축하면서 어린이 놀이터를 제대로 설치않은 사실을 탐지하고 이를 크게 보도하면서 90.2.20 위 회사 대표이사 한원식에게 금품으로 인사할 것을 요구, 더 이상 보도하지 않는 조건으로 금 5백만원을 교부받고 동인으로부터 향응을 제공받는 자리에서 자신의 거만한 태도를 힐난하자 맥주병을 깨어들고 죽이겠다며 위협하는 등 폭행을 가함.

 조치 : 피해자의 진술 등 자료를 입수하여 수사에 착수할 예정임.

 이 범죄정보의 주임검사란에는 이날부터 수사에 들어간 특수부 이한성검사의 도장이 찍혀 있다. 사태는 긴박하게 돌아갔다. 한사장실과 김용원검사실 사이에 전화가 오갔다. 강기자가 구속되기 전후인 29∼31일에만 모두 4차례. 오이사장쪽과 김검사실 사이에도 5월16일부터 6월16일까지 한달간 모두 7차례 통화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는데 이 사실은 KBS노조가 관할전화국의 시외통화 컴퓨터기록을 공람하여 밝힌 것이다. 김검사는 이에 대해 “두사람과는 일면식도 없는 관계이며 전화국의 겈퓨터 기록에 착오가 있을 수 있지 않느냐”고 언론에 해명했다. 최근 김검사를 만난 부산지역의 한 법조인은 그가 이 사실을 밝힌 부산KBS노조를 두고 “그들은 능히 컴퓨터 기록을 조작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한사장은 5월29일 경리여사원과 함께 검찰청 승용차를 타고 이한성검사실로 불려가 조사를 받았다. 경리장부를 확인한 결과 강기자와 만난 2월20일 사장이름으로 나간 돈은 판매관리비 3백만원 5백만원짜리는 없었다. 다음날 발부된 강기자의 구속영장에는 ‘갈취한’ 금품액수가 2백만원으로 줄고 있다. 검찰조서에 나타난 한사장의 진술은 “3백만원을 현금으로 가지고 나와 1백만원은 술값 등으로 쓰기위해 남겨 두고 2백만원을 강기자에게 주었다”고 돼 있다.

 그러면 강기자는 2백만원을 정말 받았는가. 준 사람만 있고 받은 사람은 없다. 본 사람도 없다. 강기자가 돈을 받은 게 분명하다는 검찰의 주장은 이런 것이다.

 8월20일 저녁 8시경 동래관광호텔에서 한사장과 강기자는 차를 마신 뒤, 8시45분경 호텔부속식당인 대화당으로 가 ‘로스구이를 많이 먹고  소주도 3병 정도’ 들었다. 9시30분 넘어 식사를 마치고 식당복도를 나오면서 한사장은 강기자에게 돈 2백만원을 주었다. 그리고 회사에서 같이 온 변재복전무가 미리 가서 기다리고 있는 인근의 석가카페로 10시경 들어갔다. 그러나 강기자가 장소를 옮기자고 하여 11시경‘대흥’에 도착했다.

 강기자쪽 반박의 핵심은 대화당에는 아예 간 적이 없으며 대흥에 들어간 시간이 9시45분경이라는 것이다. 이 1시간15분의 차이가 강기자의 금품수수 여부를 증명하는 가장 중요한 대목인데 마담 정곡순씨의 증언은 그 해답의 실마리를 풀어주고 있다.

 정씨는 지난 4차공판에서 “싸움이 일어나는 순간 나중 일을 위해 시간을 봐두었기 때문에 정확한 시간을 알고 있었지만 밤중에 갑자기 불려가 경황도 없었고 어떤 ‘분위기’도 있어 그때는 검찰이 원하는 시간대로 대답했었다”며 당초의 진술을 번복, “9시45분경이 맞다”고 증언했다. 검찰의 사건기록은 대흥 사장 최복술씨(52·여) 등 다른 참고인들의 진술이 처음엔 “잘 모르겠다”에서 조사가 거듭될수록 “11시경”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대화당의 매출기록에서도 검찰이 주장하는 ‘로스구이 많이, 소주 3병’ 식사 사실은 발견되지 않는다. 영문으로 찍힌 카운터 매출정산일보의 9시 전후 기록 가운데 공소사실과 가장가까운 것은 9시46분에 계산된 제비추리 3인분과 소주1병(봉사료포함 2만1백75원). 검찰은 이 음식이 맞을 것이라며 한사장이 기억을 잘못했거나 식당측이 착오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품수수와 함께 또 하나의 범죄사실을 구성하고 있는 폭행부분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완전히 뒤바뀌었음이 입증되고 있다. 검찰은 강기자가 술마시는 자세가 거만하다면서 힐난하는 한사장을 향해 콜라병을 깨들어 휘둘렀다고 했으나 정곡순씨는 법정에서 “가해자는 한사장”이라고증언, 이를 정면으로 부정했다. 강기자의 의료보험카드에는 그가 이틀 뒤인 22일부터 2차례 치괴의원에서 치료받은 사실이 나타나 있다.

 정씨에 따르면 한사장이 갑자기 “이 자식 오늘 때려죽여야겠다”면서 발로 강기자의 턱을 두차례 찼다. 이때 강기자는 멍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으나 한사장의 욕설과 위협이 계속되자 콜라병과 도자기를 들었다가 도로 내려놓았는데 한사장이 밖의 웨이터를 불러 “현장이 중요하니 사진을 찍어둬야겠다”면서 카메라를 가져오도록 주문했다. 그러면서 한사장이 윗옷 안주머니에서 30만∼40만원 가량을 집어 웨이터에게 주려는 순간 마담 정곡순씨의 눈에 지폐다발이 보였다. 정씨의 기억으로 당시 한사장의 주머니에 있던 돈은 약 3백만∼4백만원. 매우 의미있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부산KBS노조측은 “이로 미루어 한사장이 돈을 강기자에게 건네지 않고 그때까지 가지고 있었던 게 분명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검찰측 증인으로 나와 도리어 검찰주장을 조목조목 뒤엎는 내용의 증언을 하여 강기자를 충격과 전율에 휩싸여 사지에 경련을 일으키며 30여분간 졸도하게까지 했던 정씨, “검찰에서의 진술과 왜 이렇게 다르게 나오느냐”며 다그치는 검사의 신문에 “바른말 하기로 했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던 ‘정마담’은 기자에게 그동안의 고통을 이렇게 말했다.

 


“기자가 저렇게 당하는데 하물며…”

 “제가 뭘 알겠습니까. 처음엔 그저 양쪽에 무방하게 진술했지요. 그러나 ‘이년’ ‘저년’하면서 강압적으로 묻는 검찰에 울분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결정적 계기가 된 것은 2차공판 때 한사장이 자기는 피해자이니 강기자를 법대로 처리해달라고 하는 말을 듣는 순간이었습니다. 진실을 알고 있는 저로서는 도저히 그대로 있을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몇날 며칠 잠 못자며 고민한 끝에 내가 어떻게 되더라도 억울한 사람을 도와주기로 결심한 것입니다.”

 정씨의 신변보호요청을 받아놓고 있는 강기자 변호인 문재인변호사는 정씨가 “위증 또는 기타 혐의로 검찰에 구속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검찰의 무리수를 우려하고 있다. 더욱이 시외통화기록이 공람된 직후 관련 전화국의 간부들이 검찰에 소환돼 조사받은 것으로 알려지자 무리수가 점점 현실화하고 있다고 판단, 변호인측은 대책마련을 위해 긴장하고 있다.

 그러나 정씨는 “이미 증언대에 서기 전까지 검찰로부터 ‘대공수사과에 보내겠다’ ‘검찰진술대로 증언하지 않으면 잡아넣겠다’ ‘한 6개월 어디가서 숨어 있다 오면 이 사건은 끝난다’ 등과 같은 무수한 회유와 협박을 당했다”면서 “나같은 사람도 비겁하지 않고 진실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으며 모든 것을 각오하고 있다”고 했다.

 정씨는 이 사건을 통해 절실히 깨달은 것이 있다면 “KBS기자가 저렇게 당하는데 힘없는 사람들은 얼마나 억울한 일을 많이 당할까 하는 절망감”이었다고 말했다. 강기자의 선고공판은이달말에 열릴 예정. 변호인측은 정씨의 절망이 희망으로 바뀔 수도 있는 재판부의 판결을 기대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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