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컴퓨터 통신' 가능케 한 대학생들
  • 남문희 기자 ()
  • 승인 1991.12.05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컴퓨터를 사용하는 데서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컴퓨터 통신을 빼놓을 수 없다. 케텔이나 데이콤 등에 컴퓨터를 연결해 각종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도 있고 또 새로 나온 컴퓨터 프로그램을 손쉽게 주고 받을 수도 있어 컴퓨터 실력향상이라는 부수적인 효과를 얻기도 한다. 컴퓨터 칼럼니스트 탁연상씨는“컴퓨터 통신의 즐거움은 연령과 성별의 차이를 떠나 전혀 모르는 사람들과 친해질 수 있는 데 있다"고 한다. 현재 통신 이용자들 사이에는'電子緣'이라는 말이 널리 쓰이고 있는데 이 말은 곧 컴퓨터를 인연으로 해서 맺어진 관계라는 뜻이다.

 컴퓨터 통신 분야는 이렇게 개인적 차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정보화 사회를 지탱하는 실질적 수단으로 더욱 각광을 받게 될 것이라고 한다. 일반 기업체나 관공서에서는 업무처리 과정에서도 컴퓨터 통신의 활용범위는 더욱 넓어지게 될 것이다. 일본의 한 지방관청에서는 주문의 민원이나 건의사항을 컴퓨터 통신을 이용해 처리하기도 한다.

 개인컴퓨터 보급대수가 1백50만대를 넘어선 우리나라에도 통신 이용자는 현재15만명 정도를 헤아리는 수준이 됐는데 이는 앞으로 점차 확대돼나갈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전망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컴퓨터 통신의 발전과 관련해 빼놓을 수 없는 게 하나 있다. 통신용 프로그램인‘이야기'이다.'이야기'는 현재 통신 이용자들의 70% 정도가 즐겨 사용하는 통신용 프로그램이다. '이야기'의 매력은 기능이 아주 뛰어나다는 점뿐 아니라 상업용이 아닌 공개 소프트웨어라는 점에도 있다. 얼마 전 미국의 유명한 통신 소프트웨어 판매회사인 프로콤사에서 국내 진출을 노리고 들어왔다가 '이야기'를 보고 돌아갔다는 일화도 있다.

 그러나 '이야기'라는 프로그램이 주는 신선감은 다른 곳에 있다. 그것은 '아래아 한글'과 마찬가지로 이 프로그램을 개발한 사람들이 일반인이나 유수의 컴퓨터 회사가 아닌 한 대학의 컴퓨터서클에 소속돼 있는 대학생들 이라는 사실이다. 경북대 전자계산학과 학생들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는'하늘소'라는 서클의 멤버들이 그 주인공들이다.

 하늘소는 지난 88년 당시 전자계산학과의 황태욱 이종우 정재흠 이영상군 등을 중심으로‘한글 사랑과 인간성 회복'이라는 표어를 내걸고 결성된 컴퓨터동호회이다. 하늘소팀의 출범 배경도 여타 젊은 프로그래머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산업에 대한 자각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즉 컴퓨터에 사용되는 기본적인 프로그램 거의 전체를 외국 소프트웨어의 수입에 의존하는 데서 초래되는 비싼 외화 낭비를 막아보겠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들은 통신용 프로그램인‘이야기??외에도 지난 2년간 한글워드프로세서인 '바다', 수치해석용 소프트웨어인 '아로미', 한글그래픽에디터인 '하늘'등 수많은 프로그램을 개발해 일반에 무료로 공개해왔다.

 또 현재는 컴퓨터의 활용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프로그램 컴퓨터운영체계(OS)의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OS 분야에서 우리는 현재 미국의 MS-DOS를 거의 1백% 수입해서 쓰고 있는 실정인데, 이들은 이를 능가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역으로 세계에 수출하겠다는 다부진 결의를 가지고 있다. 이들의 이런 결의가 전혀 허황된 것으로 볼 수 없는 것은 이미 통신프로그램인‘이야기??를 일본에 수출하기 위한 계약이 맺어진 사실만 봐도 그렇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