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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에 버금가는 ‘인간승리’

소광섭 (서울대교수·물리학) ㅣ 승인 1990.09.06(Thu)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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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전 후 암담했던 시절에 유가와 히데키 박사의 노벨상 수상 소식은 일본 국민에게 새로운 희망과 자긍심을 불러일으킨 쾌거였다. 그는 중학교 때 일본을 방문한 아인슈타인의 강연을 들은 것이 계기가 되어 물리학을 공부하게 되었다고 한다.

 국력의 놀라운 신장에도 불구하고 창의적 학문활동의 표징이라 할 수 있는 노벨상 수상자를 아직 1명도 배출하지 못한 우리로서는 이번 스티븐 호킹 박사의 방한을 맞아하여 자못 큰 기대와 흥분을 감추지 못하게 된다. 아인슈타인 이래 상대성이론에 관한 세계 최고의 석학으로 손꼽히는 호킹 박사의 방한이 우리나라 물리학 발전에 획기적인 전기가 될 것을 기대해본다.

 올해 48세인 호킹 박사는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의 루카시안 硯座교수로 있다. 근대 물리학의 창시자인 뉴튼이 앉았던 영예로운 교수직이다. 두사람은 중력에 관한 위대한 법칙을 발견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다.

 만유인력이라고도 불리는 중력의 법칙을 확립한 사람은 뉴튼이었고, 그 덕분에 인간은 달이나 별의 운동을 정확히 계산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중력의 법칙은 별들이 어떻게 생겨나고 앞으로 어떻게 변할 것인가 하는 등의 질문에는 답할 수가 없다. 천체의 생성 소멸이라든가, 우주의 기원과 종말 같은 문제는 뉴튼의 중력이론을 확장 수정한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에서 비로소 다룰 수 있게 되었다.

 이에 따르면 태양보다 훨씬 큰 질량을 가진 별은 중력이 너무 강력하여 아주 작게 수축된 나머지 함몰되어버린다. 이 별에서는 아무것도 밖으로 나오지 못하므로 보이지 않게 된다. 볼 수 없다는 뜻에서 검다(black)고 하고, 무엇이든지 들어가기만 하지 나오지 못하므로 구멍(hole)이란 표현을 써서 ‘블랙홀’이라 부른다.

 호킹은 블랙홀의 성질을 연구하여 중요한 법칙들을 발견함으로써 명성을 떨치게 되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업적은 블랙홀이 종래에 생각했던 것처럼 검은 것이 아니라 뜨거운 물체처럼 빛을 발한다는 학설을 내놓은 것이었다. 이 법칙을 발견하기 위하여 그는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을 확장 개선하는 일을 시작했다. 즉 원자 등 극미의 세계에 적용되는 양자물리와 일반상대론을 결합하는 일은 현대물리학의 가장 큰 과제 중의 하나인데, 그의 블랙홀 복사법칙의 발견은 이 문제 해결에 새로운 지평을 여는 획기적 업적이었다.

 그는 손가락 몇개만 겨우 움직이고 말도 할 수 없는 상황인데도 학문뿐 아니라 거의 모든 활동에 적극적이라고 한다. 멀리 소련이나 우리나라까지 오는 여행도 마다않고 있으며, 마음에 여유가 있고 유머 감각도 뛰어나다고 한다. 《시사저널》 7월19일자에 실린 그의 기고문에서 볼 수 있듯이 그는 세계평화와 일반대중의 과학교육에도 열의를 보이고 있다.

 청력을 상실한 후에도 훌륭한 교향곡을 작곡했던 베토벤에 버금가는 또 하나의 위대한 승리자인 스티븐 호킹 박사의 방한은 우리 모두에게 뜨거운 감동과 경탄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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