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신비 벗기는 위대한 장애자 호킹박사 한국 온다
  • 김상익기자 ()
  • 승인 1990.09.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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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창간 1주년 기념, 9월8일부터 11일까지

‘시간의 역사’ 두차례 강연…국내 물리학계에 자극
과학자 큰 뜻 품은 청소년에게 ‘희망의 가르침’ 기대

 휠체어의 천재 우주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의 한국방문이 마침내 이루어지게 됐다. 창간 1주년을 앞둔 《시사저널》은 한국물리학의 발전에 기여하고 《시사저널》독자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지난 한달간 호킹 박사측과 다각도로 접촉한 끝에 “9월8일부터 11일까지 한국을 방문하겠다”는 흔쾌한 동의를 얻어낸 것이다. 그는 한국에 머무는 3박4일 동안 두차례의 강연을 가질 계획이다.

 당초 호킹 박사의 방한은 성사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였다. 호킹 박사가 루카시안 석좌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케임브리지대학의 처칠칼리지 펠로우 洪可異박사는 “생각보다 불구의 상태가 휠씬 심하다. 그는 가장 중요한 학회에 1년에 한두번 가는 일 외에는 다른 활동을 거의 않는다”고 전한 바 있다. 호킹 박사는 되도록 에너지를 아껴 써 앞으로 얼마가 남았는지 모르는 시한부인생을 자신이 주창한 ‘우주의 생성과 팽창수축’이론의 완성에 쏟고 있기 때문이다. 거동이 불편한 것 말고도 음식 섭취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등 호킹 박사로서는 해외나들이가 결코 쉽지 않다. 그가 자유롭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은 바나나와 키위주스, 생선, 삶은 감자와 완두콩 등 부드럽고 소화가 잘되는 것들이 고작이다. 유제품이나 기름에 튀긴 음식은 절대 입에 대서는 안된다. 그 때문에 호킹 박사의 측근은 한국방문 기간에 섭취해야 할 ‘모범식단’을 짜서 보내왔다. 또한 호킹 박사에겐 가로 63.5㎝ 높이 1백30.8㎝ 길이 1백10.5㎝ 무게 69㎏의 휠체어가 이동할 수 있는 ‘공간’이 항공기 안에도 확보되어야 한다.

 이같은 신체적 제약과 절차상의 번거로움에도 불구하고 호킹 박사가 한국방문에 응한 것은 무엇보다도 지난 7월19일자 《시사저널》커버스토리를 통해 가까워진 한국의 독자대중에 대한 호의 때문이다. 그의 이번 방문에는 조교인 앤드루 던과 남녀 간호사 각1명 등 모두 3명이 수행하여 24시간 그를 보살핀다.

 이 소식을 전해 들은 서울대학교 물리학과 金濟琬교수는 “일반상대성이론을 응용, 우주 탄생의 신비를 푸는 초기우주론의 ‘학술적 바탕’을 제시한 바 있는 호킹 박사의 강연은 한국물리학계에 큰 자극이 될 것”이라고 크게 기뻐했다. 김교수는 그의 방한이 4백만명으로 추사되는 한국의 지체부자유자와 과학에 흥미를 갖고 있는 많은 중·고등학생에게 인생의 귀중한 가르침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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