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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과 아기우주

도쿄·채명석 통신원 케임브리지·진철수 유럽지국장 ㅣ | 승인 1990.09.13(Thu)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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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은 스티븐 호킹 교수가 9월10일 오후4시 신라호텔 다이너스티룸에서 일반대중을 대상으로 강연할 내용 전문이다. 6장의 그림은 청중의 이해를 돕기 위해 호킹 교수가 작성한 슬라이드를 옮긴 것이다. 호킹 교수의 통역을 맡은 서울대 물리교육과 蘇光燮교수가 감수하고 주석을 달았다.


 여러분들이 컴퓨터 목소리를 통해 연사의 강연을 듣는 것은 지금이 처음이 될 것이다 컴퓨터가 직접 사람 목소리를 내는 ‘2001년’ 같은 공상과학영화를 본 적은 있겠지만, 그런 영화들은 엄밀히 말해서 하나의 속임수에 불과하다. 영화 속의 컴퓨터 목소리는 사람의 목소리였다. 컴퓨터 합성어는 아직 영화나 텔레비전 프로그램으로 활용할 단계에 이르지 않았다. 그렇지만 내가 여기서 선보이는 이 컴퓨터 합성기는 매우 정교하게 만들어진 것이다. 각종 억양을 자유로이 표현할 수 있게 만들어졌기 때문에 ‘달렉’(영국 BBC텔레비전 공상과학영화 속의 로봇) 같은 목소리가 아니라 인간과 거의 똑같은 목소리를 나에게 준다. 이 컴퓨터 합성어에 있어 단 한가지 고민이 있다면 액센트이다. 그 액센트가 마치 미국인이나 스칸디나비아인 또는 아일랜드인의 액센트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자, 이제 나의 강연을 할 차례이다. 나의 강연은 블랙홀에 관한 것인데, 이 블랙홀은 이름과는 달리 검지 않다. 그것은 사실상 백열등과 같이 빛난다. 그리고 이 블랙홀은 이름과는 달리 검지 않다. 그것은 사실상 백열등과 같이 빛난다. 그리고 이 블랙홀은 어린 아기우주를 낳는 자랑스런 부모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그림2) 이 블랙홀에 빠져 실종되는 우주선을 다룬 여러 종류의 공상과학소설들을 알고 있을 것이다. 이런 공상소설들의 한가지 공통점은, 그 우주선들이 시공 속의 회전하는 블랙홀에 빠져들었다가 우주의 다른 지역에 도달하게 된다는 점이다. 그러한 ‘공상’은 확실히 우주여행의 가능성을 높여준다. 다른 은하계는 그만두고라도, 우리가 사는 은하계의 가까운 별로 여행하는 일이 장래에 실현 가능하려면 무엇인가 이와 비슷한 방법이 있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 세상에 빛보다 빠른 것은 없는데 광속으로 간다 하더라도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별인 ‘알파센트리’까지 갔다 오는 데 적어도 8년이 걸리니까, 알파센트리에서 주말 휴가를 보내겠다는 생각은 할 수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약 블랙홀을 통해서 빠져나갈 길이 있다면 우주의 다른 곳 아무데서나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행선지를 정할 수는 없다. ‘처녀좌’에서 휴가를 보내기 위해 출발했는데 도착한 곳은 ‘게자리 성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은하여행을 꿈꿔온 분들에게는 실망스러운 말이겠지만, 이런 여행은 한낱 시나리오에 불과할 뿐 실제로는 불가능하다. 블랙홀에 뛰어들기만 하면 인체는 콩가루처럼 산산조각나기 때문이다. 그 대신 당신의 몸을 구성하고 있는 여러 입자들이 다른 우주로 옮겨지게 된다. 여러분의 몸이 블랙홀에서 스파게티가 될지언정, 몸의 입자가 다른 우주에 살아남는다는 사실에 대해 위안을 받을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

 내 얘기가 언뜻 가볍고 흥미에 치우친 듯하겠지만 이 말이야말로 진지한 과학적 계산에 바탕을 둔 것이다. 비록 극히 최근에 받아들여진 것이지만 내가 얘기하는 내용의 대부분은 이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다른 과학자 모두가 충분히 인정하고 있다. 내 강연의 뒷부분은 극히 최근의 작업에 바탕한 것이고 아직 널리 인정받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대단한 관심과 흥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다.

 블랙홀이란 개념은 영국의 케임브리지대학에서 처음 나온 것이다. 케임브리지대 퀸스칼리지의 존 미첼 교수가 1783년 ‘영국학사원회보’에 이 블랙홀에 관해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그림1) 그의 생각은 다음과 같다. 즉, 지상에서 수직으로 하늘을 향해 대포탄환을 발사했을 경우, 포탄은 상공을 향해 계속 치솟다 중력에 의하여 속도가 점점 줄어들고 마침내는 상승을 중단하여 다시 떨어질 것이다. 그러나 그 포탄을 ‘임계속도’ 이상으로 강력하게 쏘아올리면 계속 치솟아 날아갈 것이다. 이 임계속도를 탈출속도라 부른다. 이 속도는 지구상에서는 초속 11.2㎞, 태양에서는 초속 1백61㎞다. 이 임계속도 실제 대포탄환의 속도보다는 빠르지만 초속 30만㎞에 달하는 광속보다는 훨씬 느리다. 지구나 태양의 중력이 빛에 끼치는 영향은 무시할 만큼 작다. 따라서 빛은 지구나 태양을 탈출하는 데 아무 어려움이 없다. 미첼 교수는 크기는 매우 작지만 질량은 대단히 커서 그 임계속도가 빛의 속도보다 더 큰 별들이 존재할 수 있다는 데 착안했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별들을 볼 수는 없다. 왜냐하면 그런 별들로부터 나오는 빛이 그 별의 인력에 의해 도로 끌려들어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별들의 존재를 눈으로 보지 못하더라도 가까이 있는 다른 별에 끼치는 중력효과로 미루어 그 별의 존재를 알 수 있다. 빛을 포탄처럼 다룬다는 것은 사실은 옳지 않다. 1897년에 한 실험에 의하면 빛은 항상 일정한 속도를 갖고 있다. 따라서 중력이 빛을 어떻게 되돌아가게 할 수 있는지 알기 어렵다. 이 문제는 1915년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원리를 발견해낼 때까지 해답을 얻지 못했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는 상대성이론이 늙은 별 또는 질량이 큰 천체에 대해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하는 것을 1960년대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일반상대성이론에 의하면 공간과 시간은 시공이라고 불리는 4차원의 연속체를 형성한다. 이 시공은 평평하지 않고, 그 내부의 물질과 에너지에 의해 휘어지거나 굽게 된다. 물체는 시공을 통해 직선으로 움직이려고 하지만, 이 시공이 휘어져 있으므로 직선운동은 할 수 없고 그대신 가장 짧은 길을 따라 곡선운동을 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빛도 직선으로 움직이려 하지만 시공이 휘어져 있으므로 굽은 곡선을 따라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그림3) 일식 때 빛이 휘어져가는 것을 실제로 관측할 수 있다. 달이 태양을 가리게 되므로 태양과 거의 같은 방향에 위치한 별들을 관찰할 수 있게 된다. 이때 별들은 본래 있는 곳과는 조금 다른 위치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는 이 별들로부터 오는 광선이 태양 근처의 굽은 시공을 통과하면서 휘어지기 때문이다. 광선이 태양을 지날 때 일어나는 휘어지는 정도는 극히 미미하다. 그러나 만일 태양이 직경 수마일로 작게 수축된다면 빛은 엄청나게 휘어지게 되고 작아진 태양에서 출발한 광선은 중력장이 끌어 당기므로 태양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상대성이론에 의하면 빛보다 빨리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없다. 따라서 그 어떤 것도 탈출할 수 없는 영역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곳을 ‘블랙홀’이라고 불린다. 블랙홀의 주위경계선은 사건 지평선이라고 불린다. 이 경계선은 블랙홀로부터 약간의 차이로 탈출하지 못하고 그 주위를 떠도는 광선으로 형성된다.

 태양이 직경 수마일로 줄어든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얘기처럼 들릴지 모르겠다. 물질이 그 정도까지 압축될 수는 없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렇게 될 수 있음이 밝혀졌다. 태양이 현재처럼 큰 것은 태양의 온도가 매우 높기 때문이다. 태양은 수소를 태워 헬륨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태양은 잘 제어된 수소폭탄이라고 볼 수 있겠다. 이 과정에서 방출된 열은 압력을 발생시키며, 이 압력 때문에 태양을 수축시키는 중력을 이겨낼 수 있다. 그러나 언젠가는 태양은 자신이 갖고 있는 핵연료를 탕진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사태는 앞으로 약 50억년 안에는 일어나지 않을 테니까 허겁지겁 다른 별로 떠날 우주선을 예약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질량이 큰 별일수록 자신의 연료를 더욱 급속히 태워버린다. 연료를 다 태우고 나면 열을 잃어 수축이 시작된다. 만일 이 별의 질량이 태양의 약 2배보다 작다면 마침내 수축이 중단되어 안정상태에 이르게 된다. 이런 별을 백색왜성이라고 부른다. 이 백색왜성은 반경이 수천마일로 밀도는 1입방인치당 수백톤에 이른다. 또는 중성자별이 될 수도 있다. 중성자별은 반경이 약 10마일에 밀도는 1입방인치당 수백만톤이나 된다.(그림 4)

 우리 은하계 안에도 태양계 바로 이웃에 수많은 백색왜성이 있다. 그러나 중성지방은 1967년이 돼서야 발견됐다. 그해 케임브리지의 조슬린 벨과 토니 휴이쉬는 맥박처럼 일정하게 라디오파를 발생시키는 ‘펄사’라는 물체를 발견했다. 그들은 처음에 우주인과 교신한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지금도 기억나지만 이 발견을 공표한 세미나실은 ‘작은 녹색 우주인’의 그림으로 장식됐었다. 그러나 결국 이 두 사람이나 다른 사람들도 모두 덜 낭만적인 결론에 도달했다. 그 별이 회전하는 중성자별이라는 결론이 나온 것이다. 이것은 ‘우주의 서부활극’을 쓰는 작가들에겐 나쁜 소식이었지만 당시 블랙홀의 존재를 믿고 있었던 우리들 소수에게는 좋은 소식이었다. 만일 별들이 직경 10마일이나 20마일 정도로 수축되어 중성자별이 될 수 있다면, 어떤 별들은 더 수축되어 블랙홀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질량이 태양의 2배 이상되는 별은 수축되어 백색왜성이나 중성자별로 남아 있을 수 없다. 어떤 경우 이러한 별은 폭발하여 질량을 크게 덜어내 질량이 태양의 2배 이하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경우에 이러한 일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어떤 별은 극도로 작게 줄어들어 그 중력장이 강력해서 광선의 진로를 크게 휘게 하여 그 별로 되돌아오게 한다. 광선이고 다른 어떤 것이고 탈출이 불가능해진다. 이 별들은 블랙홀이 된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많은 블랙홀이 존재한다는 것에 관해 매우 믿을 만한 관측증거를 갖고 있다. 가장 확실한 사례 가운데 하나로 ‘시그너스 Ⅹ-1’를 들 수 있다.(그림 5) 이것은 하나의 정상적인 별이 보이지 않는 또하나의 별의 주위를 돌고 있는 이중성(二重星) 시스템이다. 정상적인 별로부터 물질이 떨어져나가 보이지 않는 별로 떨어진다. 이 물체들이 떨어지면서 욕조 구멍으로 빠져나가는 물처럼 나선형 운동을 하게 되는데, 이것은 매우 뜨거워지면서 Ⅹ선을 발생시키므로 관측이 가능하게 된다. 보이지 않는 별의 크기는 매우 작아서 백색왜성이거나 중성자별이거나 검은구멍일 것이다. 그러나 그 질량이 태양의 6배는 넘는 것을 알 수 있으므로 검은구멍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언젠가 나는 캘리포니아공과대학의 킵 돈 교수와 “시그너스 Ⅹ-1에는 블랙홀이 없다”는 문제를 두고 내기를 건 일이 있다. 시그너스Ⅹ-1에는 정말로 블랙홀이 없다고 내가 믿어서 그랬던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일종의 보험계약서 같은 것이었다. 그때 나는 블랙홀에 관해 많은 연구를 해놓은 터였는데, 블랙홀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명되면 나의 연구는 모두 허사가 될 판이었다. 그러나 그럴 경우 적어도 내기에서는 이겼다는 위안을 얻을 수 있는 일이었다. 이제 블랙홀이 있다는 증거는 움직일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는 그 내기에 졌다고 인정했다. 킵 돈에게 내기에 걸었던 《펜트하우스》 정기구독권을 준 것이다.

 처음에는 블랙홀을 통한 우주여행이 충분히 가능한 것으로 보였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의 풀이에 의하면 하나의 블랙홀에 빠져들어 가서 우주의 다른 장소로 나오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나중의 연구결과는 이 풀이들이 매우 불안정한 것이란 사실을 보여줬다. 우주선의 출현과 같은 미미한 동요에 의해서도 블랙홀에서 우주의 다른 곳으로 통하는 ‘벌레구멍’, 즉 통로는 파괴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우주선은 블랙홀 중력의 막강한 힘에 의해 산산조각이 나게 될 것이다.

 그후 상황은 절망적인 것으로 보였다. 블랙홀은 쓰레기나 지겨운 친구들을 없애버리는 데는 유용할 듯했다. 그러나 그것은 ‘어느 여행자도 돌아오지 못하는 나라’였다. 지금까지 내가 말한 것은 모두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을 이용한 계산에 기초한 것이다. 이 이론은 모든 관측 사실들과 매우 정확하게 들어맞는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이 완벽한 이론일 수 없다는 것을 안다. 왜냐하면 그것은 양자역학의 불확정성의 원리와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그림 6) 불확정성의 원리는 입자들의 정확한 위치와 정확한 속도를 동시에 측정할 수 없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소립자의 위치를 더 정확하게 측정하면 할수록 그것의 속도측정은 더욱 부정확해지며 그 반대도 마찬가지이다.

 1973년에 나는 불확정성의 원리가 블랙홀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블랙홀이 완전히 검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발견하여 나뿐만이 아니라 모두가 크게 놀랐다. 블랙홀은 일정한 비율로 빛(복사)과 입자들을 방출하는 것이었다. 옥스퍼드 근처에서 열린 한 학술회의에서 나의 연구결과를 발표했을 때 사람들은 대체로 이를 믿지 않았다. 그 회의의 좌장은 나의 연구가 넌센스라고 말하고 실제로 그런 내용의 논문을 작성하기도 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나의 계산을 검토해본 후 나와 똑같은 결론을 얻었다. 결국 그 좌장까지도 내가 옳았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다. 어떻게 복사파가 블랙홀의 중력장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가. 이에 대해 해답은 불확정성의 원리에 의해 소립자들이 빛보다 더 빠른 속도로 얼마간 이동할 수 있다는 데 있다. 만약 하나의 입자가 블랙홀처럼 일정한 장소에 갇히게 된다면 그것의 속도에는 약간의 불확정성이 있지 않으면 안된다. 따라서 그 입자의 속도가 빛의 속도보다 더 빠르다는 것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그 입자는 블랙홀의 사건지평선을 통과해서 블랙홀을 벗어날 수 있게 된다. 블랙홀이 작으면 작을수록 입자의 속도의 불확정성은 더 커지게 될 것이다. 따라서 입자나 복사파는 큰 블랙홀에서보다 작은 블랙홀에서 더 빠른 속도로 빠져나가게 될 것이다. 태양의 질량과 같은 블랙홀의 경우 복사율이 매우 낮기 때문에 그것은 측정될 수 없다. 그러나 태초의 우주단계에서 생성되었을 훨씬 더 작은 블랙홀들이 있을 것이다. 만약 이같은 매우 작은 블랙홀이 충분히 있다면 우리는 그들이 발산하는 복사선을 탐지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작은 블랙홀에서 나온 복사선을 찾으려고 노력했으나 아직 그것을 발견해 내지 못했다. 우주에는 작은 블랙홀이 그리 많이 있는 것 같지 않다. 아쉽게도.

 블랙홀은 입자와 복사파를 내보내기 때문에 질량을 잃게 될 것이다. 이 때문에 블랙홀은 더욱 작아지게 될 것이며 입자를 더욱 빠른 속도로 방출하게 될 것이다. 마침내 그것은 질량 제로의 상태에 도달해 완전히 사라질 것이다. 블랙홀에서 방출되는 입자와 복사파는 블랙홀에 빨려들어간 입자와는 다르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질문이 가능하다. 큰 별들이 함몰되어 블랙홀을 형성했을 때 원래의 입자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리고 블랙홀 속에 떨어진 우주비행사들이나 우주선들이 있다면 그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이에 대한 답은 그들 자신의 작은 아기우주에 들어갔다는 것이다.(그림 2) 하나의 작은 독립된 우주가 우리가 있는 우주의 영역에서 가지를 뻗어 떨어져나가는 것이다. 이 아기우주는 우리가 있는 시공의 영역에 언젠가 다시 합류하게 될지 모른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그것은 생성됐다가 사라지는 또 하나의 블랙홀로 보일 것이다. 한쪽의 블랙홀에 떨어진 입자들은 다른 블랙홀이 방사하는 입자들로 나타나게 될 것이며, 그 반대로도 될 것이다.

 이는 블랙홀을 통해 우주여행을 하는 데 무엇이 필요한가를 말해주는 것처럼 들릴 것이다. 우리가 적당한 블랙홀을 향해 우주선을 몰고 들어가자면 큰 블랙홀을 고르는 편이 좋다. 그렇지 않으면 구멍 속으로 들어가기 전에 강한 중력장이 우리를 스파게티가락처럼 부숴버릴 것이다. 적당한 블랙홀에 들어간 우리는 다른 블랙홀을 통해 밖으로 나오게 되기를 바랄 것이다. 비록 출구를 스스로 선택할 방법은 없지만 말이다. 그렇지만 이 은하계 내부여행의 설계에는 예기치 못한 장애물이 있다. 아기우주는 블랙홀 속으로 떨어지는 입자들을 받아들이는데 이는 이른바 허수시간(虛數時間)에서 일어난다. ‘허수시간’은 공상과학소설 속의 얘기처럼 들리지만 잘 정의된 수학개념이다. 그것은 허수를 써서 측정하는 시간이다. ‘허수시간’은 양자역학과 불확정성의 원리를 적절히 공식화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여겨진다. 그것은 우리가 경험하는 실제시간과 직각방향으로 볼 수도 있다.

 실제시간 속에서 블랙홀에 들어간 우주인은 아주 고통스런 결말을 맞게 된다. 그는 머리와 다리에 작용하는 중력의 힘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신체가 분해되고 말 것이다. 그의 신체를 구성하는 미립자조차 살아남을 수 없다. 실제시간에서 이런 과정은 수학상의 ‘특이점’에서 끝나게 된다. 그렇지만 ‘허수시간’에서는 입자의 역사는 계속된다.(그림 2) 입자들은 아기우주를 통과한 다음에 다른 블랙홀을 통해 방출되어 밖으로 나오게 된다. 그러니까 우주인은 다른 우주지역으로 운반된다는 얘기가 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다시 나온 입자들은 우주인과는 모습이 다를 것이다. 실제시간에 ‘특이점’으로 뛰어들어 사라지고 자기 몸을 구성한 분자는 ‘허수시간’에 살아남는다는 점이 우주인에게 큰 위안은 되지 못할 것이다. 블랙홀에 떨어지는 사람이 꼭 기억해야 할 금언은 “상상력으로 사고하라”는 것이다.

 이 모든 것으로 볼 때 블랙홀을 통한 여행이 인기있고 믿을 수 있는 우주여행은 아니다. 우선 우리는 ‘허수시간’을 이용해서 그곳을 여행해야 하겠고, ‘실제시간’에서는 그 여행이 괴로운 종말로 끝나리라는 점을 개의치 말아야 한다. 둘째로 행선지를 선택할 수 없다는 점을 알아야 할 것이다. 이것은 마치 내가 아는 어느 항공사의 비행기를 타고 여행하는 것과 약간 닮았다.

 요약하건대, 우주의 작은 영역으로 물질이 충분히 농축되면 블랙홀을 형성하게 된다. 물체는 그 블랙홀에 빠져들 수 있는데 거기서 탈출하려면 빛의 속도보다 빠른 속도가 필요할 것이다. 이런 일은 보통 큰 물체에는 가능하지 않겠지만 양자역학의 불확정성의 이론은 짧은 거리라면 개별적 입자가 빛보다 빠른 여행을 할 수도 있도록 해준다. 이것은 입자와 복사파가 블랙홀에서 조금씩 방출되는 현상을 설명해준다. 결국 블랙홀은 줄어들어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 블랙홀에 떨어진 입자들은 작은 아기우주로 사라져 또 다른 블랙홀을 통해 방출된다. 그렇지만 이는 장거리 우주여행에는 전혀 쓸모가 없는 일이다.

 

●아기우주(baby universe) : 현실적인 대우주와는 따로이 작은 규모의 우주 같은 것이 양자적 현상으로 검은 구멍을 통하여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수학적 허수시간의 도입으로 가능한 것일 뿐 감각적으로 관측되는 것은 아니다.

●1897년의 실험 : 마이켈슨과 몰리가 행한 광속측정 실험을 말한다. 이 실험 결과 빛은 대포알처럼 중력에 의해 속도가 줄지 않고 일정하다는 것이 밝혀졌다. 아인슈타인인의 특수상대론의 가장 중요한 원리가 바로 이 ‘광속일정’의 원리이다.

●백색왜성(white dwarf, 白色矮星) : 태양과 같은 별이 핵연료를 모두 소모한 후 이르게 되는 안정된 저온의 별. 전자들의 양자적 힘에 의하여 중력에 견디는 압력이 생긴다.

●중성자별(neutron star) : 핵연료를 모두 소모한 별의 질량이 어느정도 이상으로 크면 전자들에 의한 버티는 힘보다 중력이 더 세어서 백색왜성보다 더 수축된다. 그후 중성자들의 양자적 척력으로 중력을 견디는 안정된 별이 될 수 있다. 이를 중성자별이라 한다. ‘펄사’(pulsar)라고도 부른다.

●사건 지평선(event horizon) : 시공의 한 점은 ‘언제 어디서’ 일어난 사건을 의미한다. 블랙홀 주위에서 일어나는 사건 중에는 멀리에서 관측할 수 없는 사건들이 있다. 볼 수 있는 사건과 볼 수 없는 사건의 경계선을 ‘사건 지평선’이라 한다. “공간에서 볼 수 있는 점의 끝점”이라고 정의되는 ‘지평선’에서 끌어온 개념이다.

●허수시간(imaginary time) : 보통의 시간을 t라 할 때, 허수 i를 곱해서 ‘it'로 만든 시간. 허수시간의 성질은 보통 공간의 성질과 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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