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로 캐럴 듣는다
  • 박성준 기자 ()
  • 승인 1991.1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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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잇장 같은 음반에 경음악ㆍ광고 등 담아

 해마다 연말이 가까워오면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산타할아버지 우리 마을에 오시네’ ‘북치는 소년’ 등 캐럴이 거리에 울려퍼지기 시작해 세밑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킨다. 캐럴ㆍ크리스마스 트리와 하께 연말용품으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역시 성탄 카드이다. 최근 전국의 백화점과 대형서점에는 카드를 받아보는 기쁨과 캐럴을 듣는 즐거움을 함께 맛볼 수 있는 ‘레코드 카드’라는 이색 상품이 등장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외국선 60년대부터 책갈피 팸플릿 등에 활용
 카드 앨범 등 팬시용품의 생산업체인 (주)바른손이 국내 처음으로 선보인 이 상품은 기존의 성탄 카드에 ‘사운드 시트’라는 두께가 매우 얇고 크기가 작은 음반을 끼워 넣은 것이다. 사운드 시트란 말 그대로 ‘소리나는 종이’로 종잇장 같이 얇은 플라스틱 필름에 소리를 담을 수 있다.

 지난 11월 말부터 시판에 들어간 레코드 카드는  이미 5만장이 시중에 나와 있다. 성탄절 분위기를 북돋우기에 적합하도록 국내 유명가수가 부른 캐럴과 외국 악단이 연주한 경음악을 담았다. ‘바른손’의 상품개발팀장 張忠烈씨는 “가격은 1장에 3천5백원으로 다른 카드에 비해 좀 비싼 편이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다”며 새상품의 성공을 낙관하고 있다.

 기업 홍보물이나 각 교육기관의 교육용 자료, 교회선교용 프로그램, 가수들의 선전용 음반 등으로 널리 사용되는 사운드 시트가 국내에 유행하기 시작한 것은 극히 최근의 일이다. 사운드 시트의 유행에 불을 붙인 것은 기업체가 자사 상품의 판매촉진용품에 이를 이용하면서부터다. 외국에선 이미 60년대부터 책갈피, 또는 팸플릿 카탈로그 등의 인쇄물에 사운드 시트를 활용해왔다.

 지난 5월 국내 전자업체인 삼성전자가 신제품을 생산하면서 제품을 선전하는 노래와 대중가요를 사운드 시트에 담아 청소년 대상 월간잡지에 부록형식으로 끼워넣었다. 이색적인 광고형식이 좋은 반응을 보이자 삼성전자는 아예 전문 광고대행사에 용역을 줘 ‘사랑과 우정의 서정시’라는 기업 이미지 광고물까지 제작했다. 삼성측은 광고효과를 더욱 높이기 위해 수록될 노래의 작곡을 유명가수에게 맡기는 대신 노랫말은 널리 공모해 당선작을 뽑았다. 응모자에겐 유명가수의 곡에 노랫말을 붙였다는 자부심을 주고 업체측은 일반인을 홍보해 동원함으로써 광고효과를 극대화한 것이다.

 사운드 시트가 인기를 끌자 대기업은 물론 중소규모의 식품업체와 제과점, 문구류 생산업체들도 이색 음반의 활용방안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미 선물용 케이크 전문생산업체인 파리크라상에서도 판매촉진용 음반을 대량제작해 케이크 상자에 끼워 팔고 있으며 이밖에 피자허트 모닝글로리에서도 상품을 판매하면서 사운드 시트가 들어 있는 재킷을 덤으로 나눠주고 있다.

신인가수, 5백만원으로 독집앨범 출판
 음악의 선곡도 용도에 적절히 맞춰 결정한다. 파리크라상의 경우는 생일축하곡ㆍ멘델스존의 결혼행진곡 등을 실었으며 지난 여름 음반을 내놓은 피자허트는 ‘서머타임’ ‘바다의 협주곡’을 실어 계절감을 살렸다.

 최근엔 閔英(23) 이라는 신인가수가 사운드 시트를 이용한 음반을 취입해 사운드 시트의 폭넓은 활용 가능성을 보여줬다. 오랫동안 아마추어 가수로 활동하던 민씨는 지난해 겨울 모 방송국의 신인가요제에 참가했다가 입상한 것을 계기로 독집앨범 취입을 작정했던 것이다.

 이렇게 사운드 시트의 이용이 늘고 있는 것은 “값싼 제작단가 때문”이라는 것이 제작사쪽의 설명이다. 사운드 시트의 제작비용은 1만장을 찍어낼 경우 1장당 6백원이며 제작된 음반은 1백회 이상 사용할 수 있다.

 민씨가 앨범 5천장을 제작하는 데 들인 비용은 음반 제작비 3백만원, 녹음실 사용료ㆍ악기 사용료를 합쳐 모두 5백만원으로 보통 음반취입에 드는 비용의 4분의 1수준이었다. 자작곡 2곡을 수록한 ‘블루 나이트’라는 이름의 산뜻한 앨범을 내놓은 민씨는 “돈이 없어 독집앨범을 출반할 엄두도 못내다가 이번에 소원을 풀었다”고 말했다.

 사운드 시트 제작을 대행하고 있는 부원양행의 崔大植 기획실장은 “신인가수는 물론 적은 비용으로 취미 삼아 음반을 취입하려는 사람에게도 적격”이라며 한번쯤 시도해볼 것을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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