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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容大 중앙기상대장

“24시간 전 사태 예보했다”

박중환 정치부차장 ㅣ 승인 1990.09.27(Thu)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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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容大 중앙기상대장. 작고 깡마른 그의 몸집에서 天氣와 싸우는 직업인의 기질이 엿보인다.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머리카락에 흠이라도 파겠다는 투이다. 간혹 기자가 인터뷰를 당하고 있지 않나 하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 차관보급인 박대장은 한국의 날씨를 감시 · 관측 · 예보하는 기상대의 총수이다. 58세인 그는 연희대 물리학과를 나온 뒤, 공군 기상장교로 근무하면서 ‘천기 살피기’와 인연을 맺었다. 58년 대위로 예편하면서 기상대로 자리를 옮긴 뒤 32년 동안 외길인생을 살아왔다. 대장에 취임한 것은 서울올림픽을 앞둔 88년3월.

중앙기상대는 8· 15해방 직후 미군정 시절 문교부 기상국으로 출범했고, 대한민국 정부수립 직전인 48년 3월 국립중앙관상대로 승격했다. 62년 소관부처가 문교부에서 교통부로, 67년에는 과학기술처로 이관됐다. 87년 12월 중앙기상대로 개명하면서 중앙행정기관으로 발돋움한 뒤 오늘에 이르고 있다. 현 기상대는 서울 종로구 송월동에 있는 본대를 비롯해 4개 지방기상대, 25개 측후소, 50개 기상관측소가 있고, 기상연구소· 연수원· 통신소를 1개씩 두고 있다. 기술인력 5백29명을 포함하여 모두 8백42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번 폭우로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된 데에는 일기예보가 예상 강수량을 실제보다 훨씬 적은 1백50㎜ 정도일 것이라고 잘못 알려준 것도 큰 몫을 했다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물론 기상대 측은 그렇지 않다며 항변했습니다만….

(잠시 말문을 닫고 굳은 표정을 지은 뒤) 나는 기상대가 “잘했다 못했다”고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기상예보는 적중했으니 우리에게 수해책임은 없다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만 사실을 말하겠습니다. 폭우가 있기 하루 전인 9일 새벽 5시30분 첫 예보를 통해 “내일 저녁부터 우리나라 중부지방에 많은 비가 올 것으로 보이니 조심하길 바란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날 저녁에는 “내일 더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보이니 수해방지대책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예보했습니다. 다음날(10일) 새벽 4시30분에는 “산사태 등의 인명피해가 예상된다”고 예보했습니다. 그날 상오 8시부터 서울지역에 약간의 비가 오기 시작했지요. 상오 10시께 기상대는 호우주의보를 내렸고, 그때의 서울시내 강수량은 불과 3.2㎜였습니다. 그리고 하오 2시 “예상 강수량이 1백50~2백50㎜ 이상으로 예상된다”며 호우경보를 발동했습니다. 그 시점에 서울 강수량은 35.1㎜였습니다. 이어 하오 6시 서울 경기 강원 전북 등 중부지방으로 호우경보를 확대했습니다. 그때 강수량은 68㎜였습니다. 서울지방에 1백㎜ 이상의 강수량이 기록된 것은 11일 새벽이었습니다. 기상대는 서울지방에 비가 오기 하루 전에 큰 비를 예보했고, 계속해서 경각심을 갖도록 강조했지요. 그런데 잘못 예보니 뒷북예보니 한다면 곤란합니다. 인터뷰를 하고 있는 기자 선생도 뒷북예보라고 생각합니까. 일반인의 상식으로 어느 정도 앞서 예보해야 뒷북예보가 아니라고 생각합니까.

●글쎄요. 빠를수록 좋은 것 아니겠습니까. 적어도 기상학계나 세계기상기구 등에서 마련한 적정예보의 기준은 있을 것 같은데요.

날씨란, 아니 자연이란 변화무쌍하고 같은 것이란 없습니다. 시시각각 지역에 따라 모두 다릅니다. 며칠 전에 정확한 관측을 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아무리 첨단장비와 기술이 발달했다 해도 한국 전체의 기상을 때와 장소에 따라 정확히 예측할 수 없는 것이 기상관측입니다. 그래서 예보는 개황으로 발표하고 道 단위와 오전· 오후 단위로 분석해서 예보하게 되는 것입니다. 특히 산이 많은 우리나라는 지역적으로 차이가 커서 강수량의 분포가 고르지 못합니다.

●기상대가 이번 집중호우를 정확히 예보했고, 그렇다면 적어도 하루 전에 수해방지대책을 세울 수 있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그러나 그렇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막을 수 있었던 피해까지 불러들였다는 점에서 수방대책의 허점이 드러났습니다. 홍수조절기능을 발휘해야 할 댐들이 집중호우예보 직후 저수된 물을 방류하지 않고 있다가 큰 비가 오고서야 흘려보내 한강의 범람을 자초했다는 것입니다. 기상대 측은 안이하게 대처하는 재해대책본부나 홍수통제소 측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적극적인 조처를 할 수 없었나요?

기상대의 의무가 무엇입니까. 기상을 관측해 국민에게 알려주는 것입니다. 재해대책본부나 홍수통제소는 담당 부처가 따로 있습니다. 그곳에서는 여러 가지 정보를 종합해 결정하겠지요. 재해대책본부에 기상대의 파견관이 상주해 있으니까 건의 정도는 할 수 있겠지요. 그러나 우리가 이래라 저래라는 할 수 없지요. 이런 문제는 미묘한 사안이라 더 이상 말하기 어렵습니다.

●재해대책본부나 홍수통제소에서 기상대 예보를 신뢰하지 않는 것 아닙니까?

기자 선생은 기상대 예보를 얼마나 신뢰합니까.

●최근 1~2년새 예보가 제법 맞아떨어진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예보를 믿지 않고 우산없이 외출했다가 낭패를 당한 경험이 있었으니까요. 그러면 중앙기상대의 예보적중률은 얼마나 됩니까?

그런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제가 80%다, 90%다 라고 한들 국민이 믿지 않으면 소용없습니다. 국민이 판단해줘야지요. 저희들이 발표해봐야 웃음거리밖에 되지 않아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예보적중률은 발표하지 않습니다. 지난해 국내 한 여론조사기관에서 조사한 결과, 85% 이상 적중에 대해 응답자의 85~86%가 긍정적으로 답했던 것으로 나타났지요. 그런 조사결과도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분이 이삿날 일기예보와는 달리 비가 와 피해를 입었다 칩시다. 그러면 그분은 일기예보는 엉터리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반대로 일기예보대로 따랐다가 비 피해를 입지 않았다면, 일기예보가 신통하다고 생각하게 되겠지요. 때문에 일기예보의 적중은 국민 개개인의 이해에 따라 그 느낌의 큰 차이를 보이게 마련이지요. 실제 지난 10일 발표된 예상 강수량 1백50~2백50㎜도 컴퓨터상의 계산으로는 1백50㎜밖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여러 가지 자료와 경험으로 비춰볼 때 이보다는 더 많은 비가 올 듯해서 2백50㎜ 이상으로 올려 예보했던 것이지요. 기상대로선 대단한 결심을 한 끝에 결정한 것입니다. 예상 강수량 1백50㎜와 2백50㎜는 엄청난 차이입니다.


●컴퓨터 계산과 다른 결정을 할 때는 어떤 방식으로 합니까?

국내 관측소와 세계 각국에서 들어오는 기상자료를 컴퓨터가 계산해 예상도가 그려집니다. 이 작업에 8~10명의 예보관이 하루 3교대로 근무하며 분석해 각자가 맡은 분야에서 의견을 내게 되지요. 그러면 최종결정은 예보실 책임자가 예보관들의 의견을 종합해 결정합니다.

●《시사저널》 독자를 위해서 적중률을 밝혀줄 수 없습니까?

(허허…) 적중률은 밝히지 않는 것인데…. 한 82~83% 정도 된다고 봅니다.

●이 적중률은 높은 것입니까? 미국 일본 영국 같은 선진국은 얼마나 되나요?

적중률을 밝히는 나라는 없습니다.

●예보적중률이란 용어도 없나요?

기술적중률(skill score)이라는 학술용어가 있습니다만, 우리가 흔히 말하는 예보적중률과는 다르지요. 그 용어는 각 예보관의 분석능력을 뜻하는 것입니다.

●지난 84년 9월초 중부지방을 강타했던 폭우 이후 많은 첨단장비를 들여왔으나 기술인력 확보와 운용예산이 뒷받침되지 않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만….

고급인력 확보가 문제지요. 그러나 84년 당시보다는 많이 확보됐습니다. 그때는 대기과학과(기상학과) 출신의 고급인력이 얼마 없었습니다. 서울대와 연세대에만 기상학과가 있었습니다. 두 대학의 학생 정원이 60명 정도인데, 그나마 졸업생은 절반도 안됩니다. 그 졸업생마저도 상당수가 무역회사, 언론사, 심지어는 행정고시에 합격해 다른 부처에서 공무원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또 국내에 기상학 박사라고는 올학기에 학위를 취득하게 될 1명을 포함해 모두 3명밖에 없습니다. 그분들도 대학교수로 학교에 남아 있지요. 해외에 나갔던 고급인력은 학위를 따면 그곳에 눌러앉아, 고급인력을 애써 양성한 뒤 다른 나라에 빼앗기고 있는 실정입니다.

●왜 기상학과 출신들이 기상대 근무를 기피하는가요.

기상관측이 그만큼 어렵고, 급여도 다른 직종보다 낮기 때문이겠지요. 그러나 4~5년 전부터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2년 전부터는 서울대와 연세대 출신의 학· 석사들을 모두 특채로 채용해왔습니다. 또 내년부터는 부산대 강릉대 군산대 등 5개 지방대학교 기상학과에서 졸업생이 배출될 예정이기 때문에 많이 나아질 것입니다.

●그럼 장비는 어느 수준입니까?

위성수신장치는 분석장치까지 포함해서 최신 첨단장비로 바꾸었습니다. 또 서울 관악산에 있는 기상레이더를 최신 장비로 교체했고, 연내 부산과 제주에 각각 레이더 시설을 마칠 계획입니다. 이어서 광릉과 군산에도 설치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전국이 레이더 감시하에 놓이게 됩니다. 이밖에 3년내에 전국 4백 곳에 무인자동관측소를 설치할 에정인데, 그렇게 되면 어떤 지역의 소나기도 관측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럼 현 기상관측의 감시체제는 상당히 허술하다는 이야기가 되는데요.

현 기상관측체제를 설명하자면, 전국 83개 각종 관측시설에서 관측하고 있습니다. 이 관측시설은 50㎞ 간격으로 설치되어 있지요. 각 관측시설에선 기상변화가 이뤄지는 지상으로부터 15㎞ 이내의 대류권을 15개의 층으로 잘라 감시합니다. 그런데 소나기는 지름 10㎞내 지역에 1~3시간 동안 집중적으로 내립니다. 이것이 문제지요. 우리 감시체제는 50㎞ 간격으로 설치되어 있으니까 감시망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에 내리는 소나기는 관측할 수 없는 셈입니다. 우리 동네에 억수 같은 비가 내렸는데 일기예보에서는 한마디도 알려주지 않았다고 불평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5곳의 레이더와 무인자동관측소 4백 곳이 설치되면 관측간격이 20㎞(일본은 17㎞)로 줄게돼 그만큼 예보가 정확해질 것으로 봅니다.

●우리나라가 쏘아올린 기상위성이 없어 위성자료를 받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하던데….

세계기상기구에서 지구상에 5개의 기상위성을 띄우기로 하고, 그 부담을 부자 나라에서 하도록 했지요. 한국은 일본이 쏘아올린 위성으로부터 자료를 받고 있습니다. 그 위성은 적도 부근 경도 1백40도, 3만5천8백㎞ 상공에 떠서 아시아지역을 관측한 자료를 무료로 끊임없이 보내오고 있고, 그밖의 위성자료도 즉각즉각 들어오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쏘아올린 위성이 없어 자료를 제대로 못받는다는 것은 잘못 알고 있는 것입니다.

●대장님의 말씀을 들으면 장비도 그런 대로 갖추었고, 인력도 많이 보강된 듯한데 예보의 어려움만 강조하는 것 같습니다.

기상관측에는 한계가 있다는 뜻입니다. 기상관측의 선진국이라는 미국도 예보와는 달리 집중호우가 와서 막대한 피해를 입는 경우가 있습니다. 우리 옛속담에 소나기에 소꼬리는 안젖는다고 했습니다. 그말은 소머리 부분에는 소나기가 왔는데 꼬리 부분에는 안올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오래전 일입니다만, 맑은 후 차츰 흐려져서 비가 온 뒤 맑아지겠다고 예보했더니 모든 상황을 모조리 넣는 예보야 누군들 못하겠느냐고 비꼬더군요. 그런 현상이 실제 있습니다. 서울에 연중 비오는 날이 1백20일 안팎입니다. 그러면 매일 비 안온다고만 예보하면 70%는 적중시킬 수 있겠지요.

●엄청난 기상재앙을 당하면 기상관측에 많이 투자해야 한다고 떠들다가 호우기가 지나가고 나면 잊지 않나 생각됩니다. 요즘 정부의 관심과 예산반영은 어떻습니까?

많이 나아졌습니다. 지난 86년부터 모두 1천7백50만달러를 투입해 내년가지 1차 현대화계획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관측장비는 많이 나아질 것입니다. 앞으로 기술을 꾸준히 향상시켜나가야 합니다. 최근 미국은 수십만달러를 들여 ‘24시간 전 집중호우 예보법’을 개발했습니다. 우리도 이런 선진기술을 가지려면 많은 투자가 있어야겠지요. 이밖에 직제 등 독자적인 행정기능 보완(기상청 승격을 뜻하는 듯 했다), 건물 등 지원시설 확충 등 많은 문제가 남아 있지요.

●세계의 기상이변에 관해 여쭙겠습니다. 최근 잦아진 이상기후로 인한 재난을 이상현상으로만 보는 것은 잘못이 아닌가요? 이상현상이 잦아져서 정례화되면 그것은 정상현상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세계 8개 강대국 정상회담에서도 지구의 이상기후에 대해 심각하게 논의하고 있습니다. 온실현상으로 2천1백년에는 지상온도가 3℃ 정도 올라가고, 그러면 북극의 빙하가 녹아 바다수면이 60㎝ 높아질 것이라고 합니다. 그 원인을 대기오염에 따른 오존층의 파괴, 탄산가스 증가, 산림훼손과 지구의 사막화 등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러한 예측은 컴퓨터 계산으로 나온 것입니다. 이에 대해 미국에선 꼭 그렇지 않을 것이라며 더 연구해보자고 하고, 유럽에선 무슨 소리냐며 항의하고 있습니다.

●일기예보를 국민에게 알리는 홍보를 신문과 방송에 의존하고 있는데… 현 수준으로는 부족하지 않습니까?

신문은 신속성의 제약으로 한계가 있습니다만, 방송은 예보시간을 현 30초 수준에서 좀더 늘려 자세히 설명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그러나 방송사마다 사정이 있으니…. 그래서 기상대는 앞으로 기상상담소를 우선 서울만이라도 설치해 국민 개개인의 날씨에 관한 욕구를 충족시켜줄까 합니다. 예를 들면 어떤 분이 일주일쯤 뒤 결혼날짜를 잡으려는 데 그날 날씨는 어떨까 물어올 때, 결혼 장소와 시간에 따라 적절한 도움말을 주자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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