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경제권’ 남북한 경제 相逢
  • 장영희 기자 ()
  • 승인 1992.01.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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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 자본 · 기술, 北 자원 · 노동력 만나면‘1+1=3’효과 등‘규모의 경제’실현

중국의 동북 3성 · 소련의 원동지역과 함께‘황금의 3각지대’로 불리는 두만강 하구 개발 준설공사에 남과 북이 참여했다. 남쪽의 자본과 기술, 북쪽의 노동력이 결합된 것이다.

남쪽의 ㄷ사는 북쪽의 ㅁ사와 합작해 정유회사를 세웠다. 북쪽은 수자원과 석탄에 의존한 에너지 사용으로 겨울나기가 어려웠는데 석유 공급으로 에너지난을 해결할 수 있었고 남쪽은 남쪽대로 싼 값에 석유를 정제하는 이점을 누릴 수 있었다. 또 북에서 남는 상당량은 다시 수입하는‘제품 재 구매 거래방식’을 활용해 남쪽에도 팔았다.

남쪽의 ㄹ사는 비누와 치약공장을, ㅋ사는 양말 공장을 세웠다. 북쪽은 소비재 생산이 크게 부족해 주민들의 생활이 곤란하고 남쪽은 임금이 올라갈수록 경쟁력이 떨어지는 애로를 극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동남아 등지의 해외로 노동집약적 산업의 이전이 많은 상황에서 북한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데다 같은 민족이라 이질적 요소가 적다는 장점이 매력으로 꼽혔다.

그뿐 아니다. 남과 북의 기업들은 철광석 유연탄 등의 지하자원 개발에 머리를 맞대었으며 사회 간접 자본 개발에도 남쪽의 돈이 들어와 길이 닦이고 항만 · 통신시설이 건설되고 있다. ㅎ사는 그동안 역점을 기울였던 금강산 개발사업에 착수하게 돼 관광개발 부문에도 남과 북이 손을 맞잡게 됐다.

이렇게 남과 북이 경제공동체가 되면서‘코리아’의 국제적 지위는 매우 높아졌다. 남과 북이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이면서 경제효율과 국민 소득이 높아져 동북아시아에서‘무서운 경제단위’로 부상한 것이다.

남북 산업구조 중공업 · 경공업 상호보완 환상적
이런‘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 과연 현실화될 수 있을까. 87년부터 올 8월까지 4년간 평양특파원을 지낸 〈타스통신〉의 이완 자하르첸코씨는“북한 지도자들은 변혁의 필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어떤 방법을 쓰느냐를 놓고 고민하고 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북한이 개방으로 가고 있다는 사실은 남북합의서 도출로도 증명이 되지만 성큼 다가섰다는‘남북화해시대’는 아직‘꿈’의 수준이다. 경제통합체의 실현가능성은 미래의 몫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남한과 북한경제는 상호보완성이 커 서로 교류와 협력을 할 때 이점이 큰 것은 사실이다. 남과 북이 손을 맞잡을 수밖에 없는 충분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지난해 북한의 국민총생산(GNP)은 2백31억 달러. 1인당 GNP는 1천64 달러로 추정되고 있다. 남한은 북한에 비해 GNP는 10배, 1인당 GNP는 5배 정도 많다. 이런 경제력 차이에도 불구하고 부존자원과 경제발전 단계의 차이에서 오는 상호보완성이 경제혜택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생산요소 측면에서 보면 남한은 자본과 기술, 북한은 천연자원과 노동력에서 우위를 갖고 있다. 이 둘이 만나는 상승효과는 실로 클 것이라는 얘기이다.

좀더 분명한 것은 산업구조의 차이에서 보인다. 북한의 경우 광공업(건설업 포함)과 농업의 비중은 높지만 사회 간접 자본 및 서비스 부문은 낮다. 농림어업의 비중은 남한의 3배에 달한다. 국민총생산의 43%나 되는 광공업 중에서 중공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80%나된다. 다른 사회주의 국가들처럼 투자재원을 우선적으로 군수산업 등의 중공업 부문에 쏟아 넣다 보니 생활필수품 등 경공업의 발달이 극히 낙후된 사정이 북한에도 예외는 아닌 것이다.

산업구조의 차이는 남북 서로의 무역상품 구조에 그대로 담겨 있다. 북한은 수출 상품 가운데 광공업 및 금속공업 제품 비중이 40%나 된다. 20% 정도가 시멘트 등 건축 재료이며 나머지는 식료품 직물 기계류 등이다.

특히 서방국가에 대한 수출은 비철금속 금은 강철 마그네사이트 등과 수산물이 거의 대부분이다. 주요수입품목은 원유 및 석유제품, 콕스 및 콕스용 석탄 등 에너지 관련 부문과 기계 및 설비, 전기 · 전자기기, 수종기기 등 기술과 자본을 크게 필요로 하는 부문이다. 이밖에 섬유류 곡물 철강제품 등도 수입의 꽤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북한의 수출입 상품을 보면 우리가 끼여들 구석이 많음을 알게 된다. 북한은 서방세계에 수출하고 있는 광물자원을 남한에 팔 수 있다. 남한은 연간 30억 달러 상당의 광물을 수입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북한의 주요 생산물인 철광석 유연탄 망간 마그네사이트 4개 물품의 수입액이 17억 달러에 달한다. 장기계약 체결 등 광물수입의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상당 정도를 북한으로 수입선을 바꿀 수 있는 것이다.

원유 및 석유제품은 양쪽 다 수입하고 있어 어쩔 수 없다하더라도 북한이 주로 수입하는 기계 및 설비, 전자 · 전기기기, 수송기기 등과 직물류 곡물 철강제품 등은 남한이 비교우위를 갖고 있는 품목이다. 서방국에서 사올 게 아니라 내부거래 등의 유리한 조건으로 남한으로부터 사들일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교역 형태가 북한의 입장에서 보면 수직적 분업으로 여겨져 싫을 수도 있다. 그러나 농수산물 철강 섬유 및 직물류 생필품 등의 반출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경제회담 당시 반입희망 품목으로 제시한 바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해 외국투자를 유치할 목적으로 국제연합공업개발기구(UNID0)와 협력하여 이른바‘희망 프로젝트’라는 것을 만들었다. 이를 분석해보면 북한이 경제발전 단계상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의 국제 경쟁력이 높은 분야인 첨단산업 분야보다는 많은 부문에서 한국 등 신흥공업국들의 국제경쟁력이 높은 분야의 합작투자 유치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직물 및 의류, 식품 및 농수산가공업, 전기 · 전자부문, 화학 · 조선분야, 광업, 기계공업의 일부를 들 수 있는데 남한은 이 분야에 참여할 수 있는 충분한 여건을 지니고 있다. 북한이 전향적으로 나온다면 남한과 합작투자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오는 것이다.

양측 막대한 군사비 경제 분야로 돌리면 엄청난 투자확대 효과
한국개발연구원 高日東 연구위원은“우선 남북한이 합작사업을 벌일 경우 북한측에 끼칠 파급효과가 상대적으로 적은 부문이나 수출증대 등 북한이 시급히 원하고 있는 부문부터 들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공동어로 및 수산물 가공 합작, 섬유 · 의류 부문과 생활용품 등의 경공업분야가 여기에 해당된다.

남한의 자본과 기술, 북한의 자원과 노동력은 자원공동개발에서도 결합할 수 있다. 북한은 무연탄 철광석 등 매장량은 많지만 개발하는 데 드는 돈과 기술이 부족해 에너지난을 겪어왔고 남한은 높은 값을 치르면서 외국에서 광물자원을 사와야 했다.

북한의 아름다운 관광자원도 공동개발하기에 썩 좋은 대상이다. 특히 금강산 개발문제는 이미 거론된 바 있다. 관광은 쉽고 가득률이 높은 외화 획득 방법이므로 남은 개발에 따른 이익을 누릴 수 있으며 북은 비교적 쉽게 외채 문제 등 경제난을 풀 수 있는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는 것이다.

앞으로 남북한은 공급여력이 있는 물자 중심의 직교역부터 넓혀나가게 될 것이다. 그 같은 경제교류가 서로에게 이익이 된다는 것을 둘 다 셈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이후에 합작투자 및 자원공동개발에 자본과 기술, 자원과 노동력 따위 생산요소가 서로 얽히고 설키는 거래가 활성화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할 터이지만 깊숙이 섞일수록 이익이 많아진다고 예상할 수 있다.

경제협력을 통해 남북한이 마지막으로 만나는 것은 하나의 경제권이다. 이런 경제통합체의 형성에 따른 효과는 대단하다. 단순한 교류 차원과 비할 바가 아니다. 우선 시장이 커지는 데서 오는‘규모의 경제’효과가 발생한다. 경쟁이 높아지는 데 따른 기술진보 유발 효과도 기대해볼 수 있다. 또 남북한 각각 재정규모의 25%, 30%를 쏟아 붓고 있는 군사비를  경제 쪽으로 전환할 경우 그것은 엄청난 투자확대 효과를 가져 올 것이다.

결국 돈과 기술, 부존자원 및 인력의 공동이용에 따른‘시너지효과(종합효과)’의 극대화는 측량도 할 수 없는 큰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 全洪澤 연구위원은 경제통합으로 얻을 수 있는 인적자원은 무엇보다 중요한 생산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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