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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진행방식 바꿀 필요 있다

NHK 저녁뉴스는 5~6개 항목만 집중보도…포맷 정비한 뒤 앵커제도 개선해야

양명구 (서울대교수·언론학) ㅣ 승인 1990.10.18(Thu)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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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텔레비전 앵커에는 두가지 전형이 있다. 하나는 미국식 앵커맨의 유형으로 기사의 선정과 배열 그리고 해석까지 곁들여 뉴스프로그램을 하나의 통합된 '이야기'(narrative)로 만든다. 또 하나는 선정된 기사를 읽어내려감으로써 현실세계의 사건을 알리는 데 치중하고, 해설이나 의견의 개진에는 가능한 한 유보적 자세를 취하는 유형이다. 이경우는 그래서 뉴스캐스터라 불리기도 한다.

 우리나라에 자주 소개되는 것은 월터 크롱카이트, 댄 레더, 바바라 월터스, 피터 제닝스와 같은 미국 앵커들은 첫 번째 유형에 속한다. 우리의 많은 연구자나 실무진은 미국식 앵커를 ‘이상적’전형으로 삼는 경향이 있으며, 우리 텔레비전이 그러한 앵커를 창출하지 못함을 아쉬워하기도 한다. 물론 미국식 앵커제는 많은 장점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반드시 우리에게 이상적인 것만은 아니다.

 

미국 3대 TV는 15건 정도 보도

 외국 앵커맨의 두가지 유형을 꼼꼼히 따져 우리 상황에 맞는 앵커유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뛰어난 앵커유형은 개성 화술 용모 등 개인적 자질과 전혀 관계없는 것은 아니지만 텔레비전 뉴스에 있어 앵커의 중요성은 텔레비전 뉴스 자체의 특성에서 유래한다는 점을 알 필요가 있다.

 텔레비전 시청자는 앵커가 제시하는 대로 사건과 사건이 이어지는 흐름을 따라 지속적으로 화면을 주목해야 한다. 이 때문에 텔레비전 뉴스는 각기 떨어진 주제와 이야기의 단편들이 전체적으로 연결되어 하나의 통합된 이야기를 구성해야 한다. 서로 다른 뉴스 항목과 항목을 연결하고 일관된 흐름으로 제시하는 것이 바로 앵커에게 맡겨져 있는 역할이다.

 하루 동안 일어난 무수한 사건 가운데 극히 일부분을 선택 배열 제시하는 과정에서 앵커의 역할은 두드러지게 된다. 이‘배열과 제시의 방식’이 바로 앵커의 유형을 결정짓는 셈이다. 여러 현장에서 여러 사건과 관련된 인물이 나타나고 전쟁 재난 갈등 경제위기 범죄 등 세상의 온갖 현실이 제시됨에도 불구하고 앵커들은 침착하게 권위를 가지고 사건을 알리고 진단하고 전망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는 앵커의 역할이 그렇게 보이도록 하는 것이지 사실이 그런 것은 아니다. 여기에서 앵커맨의 신화가 탄생하는 것이다. 혼란된 세계에 질서를 부여하는 앵커맨의 ‘권위에 대해 시청자들은 신뢰를 보내는 것이다.

 앵커유형의 차이란 앵커 개인의 차이가 아니라 혼란된 세계에 질서를 부여하는 방식에서 나타나는 차이인 것이다. 따라서 앵커의 역할에 대한 비평과 바람직한 전형의 추구 역시 ‘어떠한 앵커퍼스낼리티가 바람직한가’라는 질문이 아니라 ‘현실세계를 텔레비전이란 매체에 담아내는 방식이 어떠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미국 3대 텔레비전 저녁뉴스는 30분(광고를 빼면 22~24분) 동안 평균 15개 안팎의 뉴스항목을 제시한다. 일본 NHK 저녁뉴스는 5~6개 정도, 우리나라의 KBS와 MBC는 평균 25~30개 정도의 항목을 저녁뉴스프로에 묶어서 방송한다. 다섯가지 사건을 30분 동안 제시하는 방식과, 15개 혹은 30개 (우리의 경우 뉴스시간이 45분으로 조금 길다)를 제시하는 방식은 전혀 다르다. 따라서 앵커의 역할이 요구되는 것은 당연하다.

 

뉴스 내용은 더 쉬워져야

 제한된 뉴스프로그램 안에서 뉴스항목이 제시되지만 미국의 3대 네트워크 앵커들은 대단한 ‘권위’를 가지고 세계에서 일어난 하루 동안의 사건을 15개 정도의 항목으로 정리해 낸다.

 앵커가 세계에서 일어난 사건을 짧은 시간에 요약한다고 해서 그것이 현실의 왜곡으로 보여서는 안된다. 앵커는 ‘현실세계의 모습 그 자체’(This is the way it is)를 보여주는 권위와 신뢰성을 확보해야 한다. 가능한 한 많은 현장중계, 현장의 목소리를 뉴스에 담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또한 복잡한 현실세계를 축약한다고 해서 뉴스내용이 더 어려워져서는 안된다. 더욱더 쉬워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사건을 극적인 형식, 선과 악의 대결, 사건의 인물화 등의 방식을 통해 단순화시켜 요약해야 한다. 복잡한 현실세계는 이러한 앵커의 요약정리를 통해 질서지워지는, 혹은 곧 질서를 회복할 세계로 나타나게 된다(물론 이것은 앵커 한사람만으로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과 달리 일본 NHK 저녁뉴스는 전혀 다르게 세계의 모습을 구성해 보여주고 있다. 네다섯가지의 문제를 앵커가 차분히 제시함으로써 시청자를 끌어들인다. 그날그날의 사건을 모두 종합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사건중에서 선택했음을 분명히 알려주는 형식이다. 현실 그 자체를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된 현실을 보여줌으로써 뉴스에 취급되는 현실은 사건(event) 이기보다는 문제(issue)가 된다. 앵커는 문제를 선정하고 정리하는 역할을 한다. 미국 PBS의 맥닐과 레어러 뉴스가 이와 유사한 형식을 취하고 있다. 물론 일본 민영방송 저녁뉴스 가운데는 서너명의 앵커가 쇼의 진행자처럼 뉴스를 진행하는 방식도 있다.

 

뉴스를 선택·정리하는게 앵커의 역할

 한국의 경우 KBS MBC 모두 남녀 앵커를 쓰고 있다. 중요한 뉴스는 남자앵커가 진행하고, 부드러운 뉴스와 단신은 주로 여자앵커를 통해 처리한다. 역할에 있어서도 남자앵커는 미국식 유형을 많이 닮아 있어 뉴스항목과 항목의 연결, 사건에 대한 해석을 과감하게 덧붙이고 있다. 여성앵커의 경우는 미모와 의상 등에서 두드러져 남자앵커의 보조자로 설정된다. 여성앵커에 독립된 역할을 부여하거나 남자앵커 한사람으로 진행하는 것이 더 나을 듯 하다.

 CNN뉴스가 가장 많은 세계의 뉴스를 전해줌에도 불구하고 여러 앵커에 의해 진행되기 때문에 앵커의 신뢰도에 있어 크게 떨어지는 것은 좋은 참고가 된다.

 양 방송가 모두 대략 45분간 30개 정도의 뉴스항목을 처리하고 있는 것은 현실을 지나치게 파편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된다. 뉴스항목을 줄임으로써 뉴스프로의 포맷을 과감하게 바꿔볼 필요가 있다. 문제는 얼마나 줄이느냐의 선택에 있어 다른 나라의 경우도 고려해볼 수 있겠지만, 우선은 다른 뉴스프로그램(뉴스초점, 뉴스비전 동서남북, PD수첩 등)의 성격을 분명히 함으로써 긴 뉴스와 짧은 뉴스의 양을 조정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곧 우리 텔레비전이 어떠한 앵커의 역할을 요구하는가에 대한 대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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