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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력붙은 북한외교 획기적제안가능성

남북관계 분수령 될 2차 총리회담, ‘냉전종식’ 맥락 이을 듯

남문희 기자 ㅣ 승인 1990.10.18(Thu)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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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이 한반도정책에서 급격한 방향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전격적인 對日수교제의로 교차승인의 물꼬를 튼 북한이 최근에는 유엔 가입방식에 대해서도 기존의 입장을 더 이상 고집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해 주목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한반도 주변 정세 및 남북한관계는 앞으로 중대한 전환기를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달 평양을 방문한 일본의 가네마루 신(金 信) 전 부총리에게 전격적으로 수교 교섭을 제의해 주변 당사국들에 충격을 주었다. 또한 10월2일에는 朴吉淵 유엔주재 북한대사가 데이비드 한네이 유엔 안전보장이 사회 의장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기존의 단일 의석 유엔 가입정책을 더 이상 고집하지 않겠다는 뜻을 비춰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판문점에서 5일 열린 남북 실무회담에서 북한은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 내부 의견조정이 완전히 매듭지어지지 않은 인상을 풍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북한이 안보리 의장에게 서한을 보낸 것 자체를 북의 정책전환의 한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앞으로 대 유엔관계에서 이 서한 자체가 구속력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판문점 실무회담에서 북한이 기존입장을 되풀이한 것도 ‘정책전환을 위한 명분 축적’이라고 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따라서 남북대화 과정에서 유엔가입 문제가 전격적으로 타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교차승인과 남북한 유엔 동시가입은 “두개의 조선을 국제적으로 합법화함으로써 남북 분단을 영구화하는 것”이라 하여 북한이 국시와 같은 차원에서 반대해온 사안들이다. 따라서 북한이 이같은 정책전환을 감행한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혁명적 변화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북한의 이같은 변화가 어느선까지 도달할 것인지, 이를테면 ‘하나의 조선’정책의 포기에까지 이르는 것인지, 아니면 전제조건의 변화만을 의미하는 것인지는 아직 분명치 않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견해도 엇갈리고 있는 것 같다.

 일본의 북한문제 전문가인 오코노기 마사오(小此木政夫) 교수는 이와 관련하여 최근 한 기고문에서 북한이 주장해온 ‘하나의 조선’ 논리는 변화하지 않았으며 교차승인을 허용할듯한 움직임은 ‘두개의 조선 반대’와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고 있던 이 문제를 따로 분리 해내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북한은 오히려 ‘조선은 하나’라는 원칙을 종래보다 더욱 높게 내세울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교차승인을 ‘하나의 조선’정책에서 분리해내었다면 그것은 교차승인에 대한 해석이 달라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 북한문제 연구가는 이에 대해 “교차승인이 처음 주장되던 70년대 중반에는 주변 여건이 성숙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다분히 현상유지 전략의 성격을 띠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한반도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교차수교는 분단영구화를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각각의 국가가 국가이익을 극대화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현상으로 봐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교차승인을 더 이상 ‘분단 고정화의 음모’라고 봐야 할 필요가 없어진 상황적 조건과 최근 한·소수교, 한·중관계의 긴밀화 등에 의한 국제적 고립을 타개하기 위한 필요성 때문에 북한이 최근 신축성 있는 대외정책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오코노기 교수는 앞의 기고문에서 “교차승인은 어디까지나 하나의 조선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에 그치며 통일실현을 위해 일시적으로 허용되는데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같은 분석은 유엔가입 문제에 대한 입장 변화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북한이 ‘하나의 조선’정책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는 점은 대일 수교 제의를 전후하여 북경에서 남북한 공동응원 및 몇몇 운동 경기의 단일팀 구성합의, 남북한 축구경기의 교환개최 등 일련의 체육교류에서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던 데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국제대회에서 남북한이 공동으로 응원하고 단일팀으로 출전하는 것은 곧 ‘조선은 하나’라는 것을 국제사회에 과시하는 의미를 지니게 된다. 또 서울과 평양에서 열릴 남북한 축구경기는 남북한 양쪽에서 통일에 대한 대중적 열기를 북돋울 실감나는 계기가 될 것이 틀림없다.

 이와 같이 북한의 급격한 정책전환이 치밀한 정세분석과 계획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으로 미루어볼 때 이달 16일부터 평양에서 열릴 예정인 제2차 남북고위급회담은 남북관계의 진전과정에서 하나의 커다란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현재와 같은 북한의 발빠른 행보에 비추어볼 때 남북관계와 관련, 어떤 획기적 제안이 제시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만약 그같은 제안을 해올 경우 그것은 최근 동아시아 일대에서 알고 있는 지역분쟁의 해소 및 전후체제의 종결 움직임과 맥락을 같이 하는 내용이 될지도 모른다. 8·15이후 40여년 동안 비정상적 적대관계로 일관해온 남북관계를 정상화하는 일이야말로 남한 뿐만 아니라 북한에 있어서도 최대의 현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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