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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계의 '친북한 커넥션'

'사회당. AA연구회' 등 여야에 거물급 잠행중… 언제든 물 위로 치솟을 태세

도쿄.채명석 편집위원 ㅣ 승인 1994.11.24(Thu)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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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9월 평양에서 발표된 '3당 공동선언'의 일본측 주역이던 자민당 다케시타파의 가네마루 신(金丸信) 회장은 평양을 다녀온 뒤"나의 정치 생명을 걸고라도 일. 조 국교를 정상화하겠다"고 호언장담했다. 그래서 그는 후에 미야자와 내각의 부총리 직을 수락하는 조건으로 북. 일 수교 교섭 타결을 내걸었다고 알려진다.

 그러나 그의 정치 생명은 정작 북. 일 수교 문제가 아니라 내정 문제로 끝장이 났다. 사가와 큐빈사로부터 뇌물 7억엔을 받은 혐의로 기소되자 재작년 정계를 은퇴하기에 이른 것이다.

'3당 공동선언' 주역들 퇴장
 일본측의 또 다른 주역이던 사회당의 다나베 마코토(田邊誠) 부위원장은 평양을 다녀온 뒤 정치적으로 승승장구했다. 3당 공동선언을 이끌어낸 실적이 평가되어 도이 다카코(土井多賀子)위원장의 뒤를 이어 사회당 위원장에 발탁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역시 야마하나 사다오(山花貞夫),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로 위원장이 교체되면서 은퇴 직전의 옛 정치가로 분류되어 가는 중이다.

 게다가 '3당 공동선언'의 또 다른 주역인 김일성은 일본측으로부터 '항일 독립 운동가'였음을 인정받지 못한 채 사망하고 말았다. 그가 항일 독립운동을 했느냐 안했느냐 하는 문제는 북. 일 수교 교섭에서 배상이냐 청구권방식이냐를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였다.

 그렇다면 3당 공동선언 주역들이 모두 다 무대 전면에서 사라진 지금, 핵문제 타결 이후의 북. 일 관계를 이끌게 될 일본측 대타는 누구인가. 또 그에 대한 응원단은 누구인가.

 일본 대중 주간지〈주간 포스트〉는 93년3월 '호소카와 정권을 직격한 다케무라 관방장관의 북조선 문제'라는 흥미로운 기사를 실었다. 이 기사에 따르면, 다케무라 관방장관의 친북 성향을 이유로 들어 클린턴 정권이 그를 경질하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 잡지는 다케무라 마사요시(武忖正義) 관방장관이 사가현 지사 때부터 북한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고 지적하고, 85년 비아 호 국제 마라톤 대회에 북한 선수를 초청한 것이 인연이 되어 북한을 수 차례 방문하게 되었다고 보도했다. 이 잡지는 또 다케무라 장관이 90년9월 자민당 방조대표단 사무국장으로 발탁되어 3당 공동선 초안을 작성하는 데 깊이 관여했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보도가 있었음에도 다케무라는 호소카와 모리히로(細川護熙) 정권에서 관방장관 임기를 끝까지 마쳤다. 뿐만 아니라 그는 하타 쓰토무(羽田孜) 내각에서는 잠시 야인으로 있었지만 현 무라야마 내각 발족과 함께 대장성장관으로 발탁되었다.

 대장성장관은 북. 일 수교 교섭이 재개될 경우 배상금 또는 청구권 방식에 의한 경제협력 자금의 규모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막강한 자리다. 따라서 북. 일 수교 교섭 재개에 앞서 북한 당국이 다케무라 장관에게 접근하려 한다는 소문이 단순한 억측만이 아닌 것 같다.

 실제로 북. 일 수교 협상이 지지부진해지자 북한측은 가네마루 대신 다케시타 노보루(竹下登) 전 총리에게 접근하려고 시도한 적이 있다. 식민통치에 대한 배상은 물론 전후 45년 동안에 대한 보상(북한측 주장)을 포함하여 일본측으로부터 한푼이라도 더 받아내기 위해서는 돈줄을 쥐고 있는 대장성 인맥을 잡아야 한다는 계산에서였다.

 그런 점에서 다케시타 전 총리는 최적임자였다. 대장성장관을 지낸 그는 그때 대장성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케시타는 현재 일. 한의원연맹 회장이기 때문에 북한측의 새로운 공세가 먹혀들지는 의문이다. 다만 그와 다케무라 장관이 친밀한 관계라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는 주일대사관의 한 관계자는 지적한다.

야당의 북한파 핵심 이시이 의원
 신생당 소속 이시이 히지메(石井一)의원 (전 자치장관)도 다케무라 못지않게 친북 성향을 지닌 정치가이다. 이시이 의원은 4년 전 자민당의 북한 방문 대표단 사무총장을 맡아 다케무라와 함께 3당 공동선언 초안을 작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한 인물이다.

 이시이 의원은 또 일. 조우호촉진의원연맹 회장으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일. 조우호촉진의원연맹은 71년 사회당이 공산당 계열의 '일. 조협회'에 대항하기 위해 만든 단체다. 그러나 초대 회장은 사회당 인사가 아닌 자민당의 구노 쥬지(久野忠治)의원이 맡았다.

 구노 의원은 본래 자민당 AA(아시아. 아프리카)연구회 회원이었으나, 이 연구회를 이끌고 있는 우쓰노미야 도쿠마(宇都官德鳥)의원의 요청으로 회장을 맡았다고 알려져 있다. 우쓰노마야 전 참의원 의원은 김일성이 살았을 때 북한을 수없이 방문한 대표적 친북 인사이다. 92년2월 평양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회담 오찬 석상에서 김일성은 그를 지칭하며 "생선회를 한 접시만 내놓으면 더 달라고 졸랐다"고 술회했다.

 AA연구회를 모체로 한 친북 커넥션은 지금도 자민당 내에 폭넓게 포진하고 있다. 이시이 의원은 자민당에서 신생당으로 당적으로 옮겼으나 여전히 일. 조우호촉진의원연맹 회장이며,   구노 의원은 회장을 그만둔 뒤 북한과의 무역 업무를 관장하는 일. 조무역회 회장으로 활약하고 있다.

 무라야마 내각이 발족함으로써 만년 야당에서 여당으로 입신한 사회당의 경우 친북 인사를 일일이 열거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물론 사회당에도 좌파와 우파가 있어 친북 성향을 지닌 정치가도 있고 친한 성향을 지닌 사람도 있다.

 그러나 70년 나리타 위원장의 방북 이래 일관되게 북한의 입장을 대변해온 것이 사회당이다. 예를 들어 사회당은 일본 공산당조차 부정한 남침설을 일찍부터 지지해 왔고, 랑군 테러 사건, KAL기 폭파 사건 때는 한국측이 꾸몄다는 북한의 주장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한 정당이다.

 또한 사회당은 70년 이후 북한의 의향대로 북. 일 국교 정상화의 정지 작업을 꾸준히 펴온 정당이다. 결국 그 노력은 20년 뒤 3당 공동선언으로 구체화했고, 북. 일 수교 교섭이 결렬된 뒤에도 북한측과 교섭을 재개하기 위해 물밑 접촉을 계속해 왔다.

 사회당은 또 북한 핵 문제가 타결되자 북한과 수교 교섭을 재개하려고 빠른 행보를 보였다. 일본의 연립여당 3당이 이 달에 방북단 파견을 검토하는 것도 바로 사회당이 꾸준히 북한과 접촉해온 결과이다.

'3당 방북단' 평양 입성은 언제?
 그 창구는 사회당의 대북 창구인 후카다 하지메(深田肇) 조직국장이다. 그는 9월 초 김일성 사망 이후 일본 정치가로서는 처음 평양을 방문하고 북한에 조문사절단 파견을 제의했다. 그후 교섭 도중에 핵문제가 타결되자 조문사절단은 급거 수교 교섭 재개를 위한 '3당 방북단'으로 성격을 바뀌었다. 그러나 사회당의 의향대로 3당 방북단이 이달 안에 평양에 들어갈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일본 언론과 한반도 문제 전문가들이 3당 방북단의 11월중 평양 입성을 낙관한지 못하는 까닭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일본 국내의 정치 정세 때문이다. 지금 일본 정국은 소선거구제 안이 국회를 통과해 제2의 정계 개편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이에 따라 연립 여당 3당은 외교 문제에 한눈을 팔 겨를이 없다는 지적이다. 자민당 모리 요시로(森喜朗) 간사장이 최근 방북단 파견 시기에 대해 "김정일 서기의 국가 주석 취임 전이라는 시기를 고집하고 있지 않다"고 말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둘째는, 북한측이 입북 조건으로 4년 전 3당 공동선언을 재확인하라고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 공동선언은 식민지 통치에 대한 배상뿐 아니라 전후 45년 간의 적대 행위에 대한 보상을 암묵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교섭 실무 책임을 맡은 외무성과 일본 국내 여론은 전후 45년에 대한 보상 요구는 큰 거부감을 보여 왔다. 실제로 이 공동선언에 합의 해 준 가네마루는 일본의 보수 우익 세력으로부터 '매국노'라는 비난을 수없이 들어야 했다. 더욱이 가네마루는 92년3월 이 문제로 우익으로부터 저격을 받기도 했다.

 따라서 연립 여당의 방북단이 평야에 들어가기 전 이 문제에 대한 3당 합의를 마무리해야 할 형편이다. 그러나 3당의 의견이 각각 다르고 가네마루와 같이 정치 생명을 내결어야 할 문제에 섣불리 고개를 내밀 정치가는 아직 없다.

 이렇게 보면 4년 전 가네마루-다나베 라인과 같은 강력한 북한 커넥션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사회당은 물론 자민당(AA연구회, 일. 조우호촉진의원연맹), 사키가케(다케무라 대장성장관) 등 연립 여당 3당에 친북 인사들이 대거 포진한 것도 사실이다. 또한 야당 신생당에도 이시이 의원과 같은 거물급 친북 인사가 잠행중이다. 따라서 어떤 외부 충격만 가해지면 그들이 다시 북한 접근 정책을 강력히 추진하기 위해 구심력을 회복하는 것은 시간 문제이다.

도쿄.蔡明錫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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