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 “출판도시는 좋은 책과 같다”
  • 이문재 기자 ()
  • 승인 1990.1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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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 출판문화산업단지 사업협동조합 李起雄 위원장

 “우리에게 일산 출판문화산업단지는 민족문화의 새로운 도약을 도모하는 작업이자 21세기의 과학화·산업화 시대를 상징하는 획기적인 지표가 될 것이다.” 출판사 인쇄사제본사 사진 및 디자인사 지업사 제판사 등 3백65개사가 조합원으로 참여한 ‘일산 출판문화산업단지 사업협동조합’이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회관에서 창립총회를 가졌다. 지난해 6월 임의단체로 구성된 한국 출판문화산업단지 건설추진위원회(위원장 이기웅·열화당 대표)가 출판도시 건설의 법적 주체인 사업협동조합으로 바뀌면서 그 청사진들이 구체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사업협동조합 李起雄 위원장은 지난 1년간 “조합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가장 힘들었다”면서 우선 출판도시 건설의 최대 관건인 부지확보에 곧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산 신도시 중심부에 1단지를, 일산 외곽에 2단지를 마련할 계획이다. 사업협동조합 창립으로 그 실현이 한 발 앞당겨진 출판도시 건설은 민간이 자구책 차원에서 주도한 사업안을 정부당국이 흔쾌히 받아들이는 보기 드문 선례가 될 것 같다. 출판도시 건설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李?寧 문화부장관은 지난 10월31일 토지개발공사와 건설부에 출판문화산업단지가 정부의 정책사업으로 결정돼 추진키로 했으니 적극적인 지원을 바란다는 내용의 공문을 띄운 것이다.

 신도시 중심부 11만평에 자리잡을 1단지는 ‘열린 문화의 창출공간’으로 이를 위한 현대적 시설들이 들어선다. 유통회사와 출판인쇄기술학교(특수학교)가 세워져 전문인력을 공급하고 전시·행사 공간인 다목적 광장이 자리잡는다. 이상이 출판타운의 공적인 기능이라면, 공기능 사이에는 출판사 디자인사 전산회사 지업사 등이 배치된다. 도심에서의 이같은 작업은 도시외곽에 위치할 2단지의 인쇄소 제본소로 연결되는 것이다.

 “일산 출판도시 건설은 한권의 좋은 책을 만드는 어려운 과정과 같다.” 이 위원장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출판도시의 건설과정 자체가 ‘하나의 텍스트’로 남으면서 동시에 완성되는 출판도시가 일반 독자들에게는 ‘책의 학교’로 쓰여지기를 바란다. 이 ‘새로운 책의 도시’는 국내 문화예술계를 이끌어나가는 문화센터의 역할을 담당하는 한편 한국의 문화적 성과를 해외로 내보내고 해외문화를 수용하는 ‘문화의 터미널’ 기능도 하게 된다.

 출판의 이같은 대사회적 역할 못지 않게 출판도시 건설이 가져올 ‘삶의 질 향상’도 출판인들에게는 큰 관심사이다. 생활의 향상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출판계는 고급인력을 흡수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업조합은 창립식에서 출판인 및 관련 전문직업인들의 주택 및 복지시설 마련에도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다.

 ‘문화원년’으로 불리는 90년에 출판도시 건설이 본격화되는 의미를 이위원장은 “경제발전을 최고의 가치로 삼고 치달려온 우리 사회의 비문화적 현상에 대한 반성이라는 점에서도 기념비적 사업”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출판도시가 “21세기에 펼쳐질 우리의 개인적·역사적·민족적 삶을 참답게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출판이 국가·사회·민족적 차원에서 문화인 동시에 산업으로 발전되어야 한다”고 출판도시 건설의 당위성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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