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 선택과 김우중 결단
  • 김재일 정치부 차장 ()
  • 승인 2006.04.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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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국민후보’ 10월 내 판가름




신당의 ‘국민후보’는 누가 될 것인가. 지난 23일 발기인대회를 개최한 가칭 새한국당의 운명은 여기에 달려 있다. 대통령후보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바람을 일으킬 수 있느냐, 또 어느 정도의 세를 결집할 수 있느냐가 판가름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당의 얼굴’ 찾기는 이번주 초까지 대상자들의 고사와 내부 이견으로 난항을 거듭했다. 신당은 뚜렷한 지도자가 없고, 구성원의 개성이 강할 뿐 아니라 이해관계가 서로 달라 운항이 순탄하지 않았다.

 신당 추진 인사들의 불협화음은 국민후보 추대 문제에서 증폭됐다. 발기인대회 바로 다음날인 지난 24일 ㅈ일보가 보도한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 신당 후보설’은 정치권을 뒤흔들었다. 특히 신당의 모체라고 할 수 있는 새정치국민연합의 이종찬 의원 진영은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때까지 김회장 후보 추대에 관한 합의가 안된 상태에서 신문을 보고 그 사실을 알았던 것이다.

 신당 추진 인사들은 김우중 회장을 후보로 영입하는 문제에 대해 찬성파와 반대파로 나위어 팽팽하게 대립해왔다. 김회장 추대파인 김용환ㆍ이자헌 의원 등은 “우선 당을 만들어야 하지 않느냐”고 주장하며 대안 부재론을 내세웠다. 김회장은 신당 창당의 자금원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장경우 의원은 이같은 입장에 동조했다. 반면 박철언ㆍ유수호 의원등은 “김회장을 추대했을 경우 국민당과의 합당 등 반양김 연합 전선 구축은 물건너 간다”면서 김회장 추대를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했다.

 이종찬 의원(새정치국민연합대표)은 김회장과 개인적 친분 관계 때문에 미묘한 입장에 빠졌다. 그러나 이의원은 내심 김회장 추대를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실제로 신당 창당을 주도해왔다. 신당 발기인 4백96명의 70%가 새정치국민연합 회원이다. 이의원의 한 측근은 김회장이 후보로 나선다고 해도 상황이 불리하면 막판에 사퇴해버리는 ‘포말 후보’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의원은 강영훈씨 등을 국민후보로 영입하지 못할 경우, 자신의 출마를 심각하게 고려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회장이 광주에서 불출마 입장을 밝힌 직후 이의원은 “김회장의 의사가 불출마 쪽인데 우리가 또다시 그의 영입 문제를 거론한다는 것은 잘못이다. 김회장 문제는 접어두고 다른 후보를 적극 영입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의원은 김회장이 전면에 나서지 않고 뒤에서 지원하기를 바라왔다.

 김우중 회장의 최근 움직임으로 보아 그는 마음 속으로 대선출마 준비를 끝낸 것으로 보였다. 다만 그는 신당측의 만장일치 추대 형식을 원했던 듯하다. 그러나 신당 내부의 이견으로 합의가 늦어지자 김회장은 25일 저녁 광주 신양파크호텔에서 열린 광산 김씨 종친회 모임과, 무등산 관광호텔에서 열린 전남대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 과정 학생들과의 모임에 참석해 자신의 대선 불출마 입장을 밝혔다.

 그의 입장 표명은 매우 어정쩡했다. 그는 측근인 서재경 이사를 통해 불출마 입장을 밝혔을 뿐 아니라, “새한국당에서 대통령후보로 추대한다면 받아들이 겠느냐” 하는 기자들의 질문에 “가정을 놓고 무엇이라 말할 수 없다. 그것은 그때 가서 얘기할 문제다”라고 말해 상황 변동에 따른 운신의 여지를 남겨놓았다. 그의 불출마 입장 표명은 청와대 고위층의 압력에 의한 것이라는 설도 있다.

 신당측은 김회장 추대 문제를 국민후보 1순위인 강영훈 전 총리의 영입과 동일선상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강영훈씨는 국민당 정주영 대표의 허락까지 받아오라는 입장이어서 그를 영입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강씨가 입당하지 않는데, 신당 불참 선언을 한 박태준 의원이 신당으로 간다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그렇다면 신당 대통령후보는 김우중 회장 아니면 이종찬 의원으로 좁혀지게 되어 있었다. 신당의 국민후보 추대 문제는 이번 주말, 즉 10월 말게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당은 김우중 회장의 출마 움직임이 있다는 보도를 접한 후 초긴장 상태였다. 김회장이 출마할 경우 반양김 성향의 표가 김회장에게 쏠려 국민당의 존립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김우중 회장이 불출마 입장을 밝히자 민자당 당직자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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