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통일 비용은 1백33조원"
  • 도쿄 채명석 통신원 ()
  • 승인 1990.1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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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장기신용은행 연구소 추산액 발표 독일식 흡수통합 전제

지난 10월3일 동  서독이 통일을 이루었을 때 많은 유럽인들은 "독일통일은 돈을 주고 산것이다"라고 비아냥거렸다. 이것의 진위 여부를 떠나 통일에 어마어마한 비용이 필요하다는 것은 경험으로 확인된 셈이다. 서독 정부는 소련으로부터 통독을 인정받는 대가로 1백20억마르크(약 5조7천억원)에 달하는 동독 주둔 소련군의 철수경비와 50억마르크(약 2조4천억원)에 달하는 경제협력을 약속했다.

이러한 '대외 비용'보다는 동독지역을 재건하는 데 들어가는 '대내 비용'이 훨씬 많다. 예측기관에 따라 적게는 5천억달러(약 3백50조원)에서 많게는 1조6천억달러(약 1천1백20조원)까지 천차만별로 추산하고 있으나 "천문학적인 숫자의 재건비용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각 예측기관이 일치된 견해를 보이고 있다.

도산 직전에 놓인 8천여개의 동독 기업을 재건하고, 8백90만명의 동독 노동인구 중 실업자가 된 2백만명에게 일자리를 마련해줘 동  서독의 소득격차를 줄여가기 위해서는 막대한 신규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도로 건설, 통신망  송전시설 정비 등 기간시설 재건에도 엄청난 투자액이 필요하다는 것인데 독일의 한 연구소는 이 비용을 4천5백50억달러 (약 3백18조원)로 추산한다.

 

“통일비용 부담에 일본 도움 필요할 것"

그렇다면 한반도의 통일 비용은 얼마나 될까. 최근 일본의 장기신용은행 종합연구소는 이 통독비용을 근거로 한반도 통일비용을 약1천9백억달러로 추산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물론 이 계산은 "한반도 통일이 경제력 규모면에서 10배 정도 앞서 있는 것으로 알려진 남한이 북한을 흡수통합하는 식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통일비용은 어떤 방식으로 통일이 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고, 한반도가 독일 방식으로 통일을 이루리라는 보장은 없으므로 이 계산은 한정된 의미를 지닐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독일식 통일이 비용산출의 유일한 '선례'가 되고 있어 일본장기신용은행 종합연구소의 이같은 예측은 활기를 띠고 있는 통일논의에 새로운 쟁점을 제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연구소는 우선 동독지역의 재건비용, 즉 통독의 대내 비용을 '앞으로 10년간 7천5백억달러' (연간 7백50억달러)로 시산하고 있다. 이같은 전제 아래 북한의 국민총생산 규모가 구 동독의 4분의 1 수준임을 근거로 북한지역의 재건비용 즉 한반도 통일비용은 "통일 후 10년간에 걸쳐 1천8백억달러에서 2천억달러가 소요될 것"이라고 계산하고 있다. 이 연구소는 또한 이같은 통일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 구 서독과 한국의 경제력을 비교하고 "막대한 한반도 통일비용은 한국 단독으로는 부담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그때는 일본의 경제협력이 필요할 것이다"라고 전망하고 있다.

독일 정부는 재건비용의 3분의 2는 '통일채권'을 매각해 조달하고, 나머지 3분의 1만 정부재정으로 충당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럴 경우 독일 정부의 연간 재정부담액은 2백50억달러로, 이는 구 서독정부 재정규모의 약 7.5%에 불과해 독일의 경우에는 통일비용 부담에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이 이 연구소의 지적이다.

 

북한의 외채 50억달러도 포함해야

그러나 한반도의 경우 남  북의 소득격차를 좁히기 위해서는 10년동안 연간 1백90억달러가 소요된다는 계산인데 한국 정부가 독일과 똑같이 3분의 1만을 재정으로 부담한다고 해도 재정부담률이 19%나 되어 한국의 재정규모로는 너무 벅차다는 결론이다.

독일의 경우에는 당분간 4명의 서독 납세자가 1명의 동독인을 부양해 가는 꼴이나, 한반도의 경우에는 2명의 한국 납세자가 1명의 북한 동포를 부양해야 된다는 계산이어서 남쪽주민의 담세율이 급격히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 통일환경을 조성한다는 측면에서 소련과 국교를 수립했으며 중국과의 수교도 서두르고 있다. 그런 점에서 한  소수교 때 약속했다는 20억~30억달러에 달하는 대소경제협력은 통일환경 정지를 위한 '대외 비용'으로 분류할 수 있으며, 중국과 수교할 때도 그 이상의 경협 제공이 필요할지 모른다. 또 50억달러를 웃도는 북한의 대외채무도 통일비용의 일부로서 계산되어야 할 금액으로 지적되고 있다.

일본장기신용은행 종합연구소의 한반도 통일비용 분석은 단순한 논리에 의한 시산이지만 이같은 문제제기는 우리의 통일정책이 이제는 통일 후의 한반도 재건까지 염두에 두고 추진되어야 할 시점에 와 있다는 점을 환기시켜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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