非理고름 겹터진 ‘막강’ 신경조직
  • 오민수 기자 ()
  • 승인 2006.04.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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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部署 정보과 수뢰사건, 조직내 마찰 · 업체와의 유착 등 안팎 문제 드러내


 

정통성 시비에 휘말린 정권일수록 각 경찰서 정보과로 수집되는 첩보를 매우 요긴하게 이용한다. 전국 구석구석에 정보망을 대고 있는 경찰 정보과 형사들은 그동안 여권이나 안기부 · 기무사 등 정보기관에서 1차 자료를 제공해왔다. 경찰 정보과는 사실상 경찰의 신경조직이다. 정보과가 제 기능을 못하면 모든 경찰업무는 마비될 수 있다.

중요한 기능을 갖는 곳에는 힘이 불기 마련이다. 경찰 내부에서 “출세하려면 정보과를 거쳐야 한다”는 말은 거의 불문율이 되다시피 했다. 정보과는 승진의 요람인 것이다. 그러나 같은 정보과라 하더라도 경찰서마다 격이 같진 않다. “정보과 형사들의 끗발은 담당지역내 빌딩의 높이에 비례한다”는 말은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높은 빌딩은 그것으로 상징되는 고위층이나 기업인을 만날 수 잇는 기회를 의미한다. 물론 이는 경찰서장의 지위와도 통한다.

“중부서는 대한민국 경찰서의 상징”

그런 의미에서 관할 지역 내에 안기부가 있고 농성시위의 대명사격인 명동성당, 각 기업 · 은행 등의 본사가 몰려 있는 서울 중부 경찰서는 “대한민국 경찰서의 상징”으로 행세한다. 당연히 심각한 정보도 많이 수집된다. 또한 시위대가 시내로 진출했을 때 중부경찰서가 무너지면, 전체 경찰력이 무너지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만큼 중부경찰서 정보과의 역할은 막중하다. 종로가 정치 1번지라면 중부서는 경찰 1번지즘 되는 곳이다. 그런데 지금 중부경찰서가 바로 그 정보과로 인해 줄초상을 치르고 있다.

경찰청은 관내 업체와 부하직원으로부터 금품을 상납받은 중부경찰서 정보과장 강일석 경정(39)과, 관내업체에 강과장을 인사시키면서 돈봉투를 받아 건네주고 나중에 이 사실을 폭로한 같은 과 형사 임광충 경장(46)을 지난 10월24일자로 파면했다. 또한 정보과 계장 1명과 형사 2명을 지방으로 전보발령했으며, 부하직원을 감독하지 못한 책임을 물어 중부서장을 서면 경고했다. 현재 중부서 내에서는 “정보과 형사 전부를 완전히 물갈이하는 ” 식의 후속인사가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경찰청은 진작부터 중부서 정보과장의 비위에 관한 진정서를 접수하고 이미 지난 7~8월경 내사에 들어갔으며, 정보과장에 대해 내부적으로 인사발령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어떤 이유에선지 아무런 인사이동없이 유야무야 넘어가다가, 언론이 이 사건을 터뜨리자 부랴부랴 손을 댄 것이다. 정보과 형사와 업체와의 결탁은 어제 오늘의 일도, 중부서만의 문제도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임광춘 경장이 쓴 자술서에는 이런 내용이 들어 있다. “과장이 정보업무의 특성을 이용해 그동안 관내 회사 · 단체 등의 성금지원 일지 · 액수 및 10층 이상 건물주 파악, 입주회사 중 유력회사 인사 인적사항 보고, 유관단체 및 각 사회단체 금융기관(지점가지 모두) 자료제출, 직원 동향보고, 1일보고, 각종 사회비리보고(소위 뒷얘기)를 끊임없이 요구하며….” 자술서에 따르면 임경장은 “다른 과로 보낼 수도 있다”는 강과장으로부터의 압력 때문에, 제일병원 · 서울신탁은행 · 엠버서더 호텔 관계자들로 하여금 과장에게 30만~1백만원씩을 직접 전달하도록 주선했다고 한다.

중부서 사건은 요즘 모든 경찰서에서 화제거리가 되어 있다. 그리고 경찰청의 수사발표와는 달리, 대다수 경찰관은 이번 사건을 “오랫동안 정보과에만 눌러앉아 있던 나이 많은 형사와 젊은 상관과의 불협화음이 빚어낸 작품”이라고 해석한다. 서울의 한 경찰서 서장은 “마약범과 절친한 형사가 마약범을 잘잡는 것과 마찬가지로 정보과 형사와 업체와의 유착은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유독 중부서에서 이런 문제가 밖으로 불거져 나온 이유는 젊은 과장이 부하들을 휘어잡는 과정에서 무리가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한다.

관내서 잔뼈굵은 터주대감 형사 많아

중부서 정보과 형사들 중에는 명동바닥에서 잔뼈가 굵은 터주대감들이 많다. 정보과 형사들은 업체로부터 ‘출입 기자’로 불리기도 하는데, 십수년을 한군데서 지내다보니 기업체나 고위층의 비리를 속속들이 꿰뚫게 된다. 정보과 형사들은 매일 이른바 ‘견문보고’를 몇건 이상씩 올려야 하는데 이 보고서에는 말 그대로 “보고 들은 모든 것”이 포함된다. 업체나 고위인사는 정보과 담당형사가 바뀌면 신경쓰일 수밖에 없다. 중요한 지역을 담당하는 정보과 형사들은 부서이동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인사권을 쥐고 잇는 경찰서장도 정보업무의 특수한 성격상 쉽사리 인사이동을 단행하지 않는다. 이런 구조 때문에 정보과 형사들 중에는 이른바 터주대감이 많고 그때문에 배경도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중부서 사건은 겉으로는 업체와 경찰과의 유착 또는 경찰서내 뿌리깊은 상납구조에서 빚어진 것이지만, 안으로는 새로 부임한 젊은 과장이 터주대감 형사들을 ‘손대는’ 과정에서 그 감정이 바깥으로 튀어 나와 벌어진 것이다. 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서재근 교수는 “경찰의 정보업무가 사라지지 않는 다음에는 별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다. 다만 담당지역에 정 · 부책임제를 실시해 일정기간이 지나면 지역이나 부서를 옮기도록 하는 방법이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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