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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 삶에 스민 ‘신명’ 읽기

《神氣論》으로 본 한국미술사 펴낸 김영주씨

송준 기자 ㅣ 승인 2006.04.28(Fri)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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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다 할 미술론이나 미학론이 없던 조선 후기가지의 한국미술사를 통일된 하나의 개념으로 꿰어 정리한 연구서가 새로 나왔다. 金玲珠씨(연세대 강사 · 미술사)가 그간 강의한 내용을 다듬어 묶은 《신기론으로 본 한국미술사》(나남 펴냄)가 그것이다.

김씨는 구석기시대의 벽화에서부터 조선 후기 민화에 이르기까지 한국인의 손, 한국인의 정신이 빚어낸 미술품의 속내를 ‘神氣’의 눈금으로 읽고 있다. 김씨에 따르면, 신기는 신령한 정신이자 동시에 신명이다. 민중의 삶 속에 스며 있는 신명과 역동성이 미술의 형태로 구현됨으로써 비로소 우리 고유의 미술의 맥이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고구려 고분벽화의 생동감, 석굴암 불상이 주는 경이감, 솔거가 그린 황룡사 老松?의 신묘함 들은 서양식의 평범한 미학 개념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신명과 신기가 깃들이지 않고서는 고분의 벽을 뚫고 나올 것만 같은 四神圖라든가, 까치 학 따위가 그림의 나무를 실물로 보고 날아와 부딪쳐 떨어지는 명작을 남길 수는 없었으리라는 설명이다.

김씨는 “신기, 또는 신명은 한민족의 역사 전체에 깃든 보편성이다. 이 보편성 위에 각 시대가 안고 있는 사회 · 문화적 특수성이 투영됨으로써 각각의 미술품은 나름의 향기를 품게 된 것이다”라고 말한다. 예컨대 귀족문화가 발달한 고려의 도자기는 화려한 고급 풍취를 자랑한다. 그러나 이민족의 잦은 침략과 권력의 부패로 인해 겪어야 했던 백성의 슬픔이 장인들의 정서에 투영된 탓에 고려청자는 애절한 비애미도 함유하고 있다. 이에 비해 조선의 예술은 주지적이고 관조적이다. 유교적 생활철학을 반영하여 중용의 덕과 소박함을 띠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조선 후기까지의 미학론이 부재한 원인 역시 신기예술주의에 입각한 장인들의 완벽 지향에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일단 이뤄낸 성과를 이론으로 정립하기보다 항상 더 높은 차원의 예술을 지향하는 데 그들의 신명을 집중시켰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또 “삶과 죽음, 자연과 인간 사이의 경계를 없애버리고 이 모두를 현실 안에 수용하려 한 삼국시대 사람들의 초현실적 · 초자연적 세계관과, 이것들을 미술 속에 담아낸 다원적 문화 수용 능력을 현대 감각에 맞게 받아들이고 구체적 창조활동으로 승화시킬 때 최근 범람하는 포스트모더니즘 풍조의 부정적 측면을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날로 앵글로색슨화해가는 요즘의 세태는 전통 단절과 무관하지 않다. 전통을 돌아보지 않음으로써 민족정신의 원형에서 멀어지게 되고, 이는 자기 상실과 개체의 표류로 이어지며 나아가 집단정신의 표류와 연결된다”고 김씨는 말한다. 전통을 되돌아보고 그 가운데 오늘에 되살릴 매개로서 김씨가 주목하는 것이 곧 신기의 정신, 신명의 감흥이다. 이는 생명사상의 미술적 발현이다. 어머니인 朴景利여사와 부군 金芝河씨가 주창하는 생명사상이 김씨에 이르러 전통미술 인식의 새로운 방법론으로 형상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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