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씨 정계 복귀
  • 임혁백(이화여대 교수ㆍ정치학) ()
  • 승인 1995.0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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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갈래 찬ㆍ반론 DJ선택에 관심

 DJ는 정치를 하지 않으면서도 가장 눈길 끌고 있는 정치인임에 틀림없다. 국민들의 바른 판단을 위해서도 DJ의 정계 복귀를 둘러싸고 운위되고 있는 여러가지 주장과 견해를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DJ 정계 복귀론은 크게 네 가지 형태로 논의되고 있다. 첫째는, 사실적 근거에서 DJ가 이미 정계에 복귀하였다는 견해(정계 복귀론)이다. 아시아와 한국의 민주주의에 관한 아ㆍ태재단 활동, 통일 문제에 관한 DJ의 관심 등에서 보듯이 DJ는 이미 정치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화와 남북통일 문제보다 더 큰 정치 영역은 없기 때문이다.

 둘째는, 당위론적인 입장에서 DJ가 정계 전면에 복귀해야 한다는 주장(복귀 대망론)이다. 이주장의 근거는 김영삼 정부의 개혁이 실종되고 민주주의가 약화하고 있어 개혁을 다시 소생시키기 위해서는 야당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도 절실히 요구되는 때에 이기택 민주당 대표가 현 정부의 개혁정책에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국민적 지지 기반을 가진 DJ가 정계에 전면 복귀하여 고삐 풀린 개혁에 대한 견제자로서 야당의 역할을 회복시키고, 국민에게 실현 가능한 대안을 제시하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즉 한국 정치에서 상당한 지분을 가지고있는 DJ를 인위적으로 배제한 정치 구도를 방치할 경우, 정치는 허상이 되고 국민의 선택 권리가 계속 침해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셋째는, 사실적인 근거에서 DJ가 정계에 복귀할 수 없을 것이라는 주장(복귀 불가능론)이다. 이 주장에 따르면 수 차례 선거를 통해서 DJ의 정치적 기반은 고정되어 있다는 것이 드러났고, 한국의 선거 정치 지형이 계속 지역적 균열구조를 따라 형성될 경우 DJ는 결코 다수연합을 만들어 낼 수 없다는 것이다. 한국의 지역주의는 비대칭적 지역주의이다. 호남은 DJ가 사실상 독점적으로 대표하고 있는 데 반해, 과거와 달리 누구도 영남을 독점적으로 대표하고 있지 않다. 대구ㆍ경북 지역이 블록으로서의 표밭을 형성하고 있지 않는 한 DJ와 TㆍK지도자의 연합에 의해 선거에서 다수 득표를 창출하기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DJ의 정계 복귀는 현재의 선거 정치 구조가 혁명적으로 변화하지 않는 한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이다.

‘DJ현상’은 현실… 논의 자체가 비민주적
 마지막으로, 당위론 입장에서 DJ가 한국의 정치 발전을 위해 정계에 복귀해서는 안된다는 주장(복귀불가론)이 있다. 이 주장의 밑바닥에는 DJ가 한국에 민주화를 가져온 것으로 역사적 임무를 다했다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다. 이제 역사적 임무가 소진된 시점에서 계속 정치

에 연연한다는 것은 한국의 정치를 후퇴시킬 뿐이라는 것이다.

 DJ의 정계 복귀를 둘러싼 여러 논의를 보면서 우리가 결론 내릴 수 있는 것은, DJ정계 복귀 논의 자체가 비민주적이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여면 사람도 원천적으로 민주적 경쟁에서 배제되어서는 안되며, 민주주의는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의 적극적인 정치참여를 이상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DJ와 같은 정치적 지혜와 경륜, 국민적 지지를 가지고 있는 정치 지도자를 원천적으로 배제한다는 것은 정치 자원의 손실이다. 6공 시절 ‘낚시론’ ‘양김 퇴진론’에도 불구하고 ‘양김 현상’ 이 건재한 것은, 양김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DJ 현상’ 이라는 것도 DJ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사라지지 않는 한 인위적으로 소멸시킬 수는 없는 것이다.

 DJ의 정계 복귀는 DJ 개인의 정치적 선택에 달렸다. DJ가 자신의 정계 은퇴 선언을 뒤집고 다시 정계에 복귀한다 하더라도 그 결정으로 DJ의 도덕성이 훼손되었다고는 볼 수 없다. 왜냐하면 정치 참여와 공직 봉사는 모든 민주 시민의 권리이자 의무이기 때문이다. 정계 복귀에 관한 선택은 DJ가 내리지만, 국민들은 그 결정을 표로써 심판할 것이다. DJ의 정계 복귀는 DJ의 개인적 선택과 국민의 사회적 선택이 일치했을 때에만 가능한 것이다. 그것이 민주주의이다. ■

임혁백(이화여대 교수ㆍ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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