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은 없다?
  • 이윤삼 편집국장 (yslee@sisapress.com)
  • 승인 2006.04.28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생물학자 도킨스 교수(영국 옥스퍼드 대학)는 1976년에 <이기적인 유전자(Selfish Gene)>라는 책을 썼다. 최근까지도 국내 과학 도서 베스트셀러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는 이 책은 유전자들이 경쟁 관계에 있는 다른 유전자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잘 번식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책 제목 앞부분에 붙은 ‘이기적인’이라는 수식어가 세계적으로 많은 오해와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그래서 이 책의 주장은 유전자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주변 환경을 조작하는 데 힘을 쏟는다는 ‘유전자 결정론’으로 잘못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하지만 도킨스 교수가 자신의 저술 의도에 맞추어 제목을 ‘자연 선택 작용 때문에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 어떤 의식적인 전망을 갖고 있지 않은 복제자’라고 붙였다면 어땠을까. 독자들은 긴 제목 탓에 첫 일별에서부터 넌더리를 쳤을지 모른다. 함축성과 상상력을 고려해야 하는 ‘제목의 문법’에도 맞지 않는다. 옥스퍼드 대학교 출판부도 책을 많이 팔지 못했을 것이다. 자본주의 시대에 상업성과의 결별을 완벽하게 요구하는 것도 무리인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는 가짜 이미지를 구축하거나, 너무 과장되었거나, 사실을 은폐하는 언어들이 많다. 이를테면 최근 출시된, ‘프리미엄’이라는 수식어가 들어간 상품들을 보자. 프리미엄은 일반적으로 구하기 힘든 물건을 취득할 때 붙는 웃돈이라는 뜻이지만, 용법상 새로운 기능이 추가된 질 좋은 상품이라는 뜻으로 쓰인다. 최근에 나온 제품들을 보면 두부·우유·커피·와인·냉장고뿐만 아니라 아웃렛, 건강관리 상품에도 프리미엄이라는 말을 붙인다. 문제는 그 제품이 프리미엄을 써도 좋을 만큼 효과가 있느냐는 것이다. 꼼꼼히 따져보면 가격만 비싼 제품이 수두룩하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다이어트 탄산음료도 그런 축에 든다. 탄산음료는 대개 햄버거·피자 따위 고열량 식품과 같이 마시는데 탄산음료의 칼로리를 조금 줄였다고 해서 실제로 다이어트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싸잡아 몰아치는 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웰빙·친환경·유기농·로하스·명품을 앞세우는 제품들에게도 이런 혐의를 둘 만 하다.

우리는 정보화 시대를 살고 있다. 정보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대는 형국이다. 정보 속에는 가짜 이미지도 함께 유통되면서 우리를 현혹시킨다. 가짜 정보를 솎아내는 판별력과 해석 능력이 없으면 속아 넘어가기 십상이다. 정보 감별 능력을 더 요구받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