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應模 내무부장관 “범죄성 환경부터 강타”
  • 김동선 편집부국장 ()
  • 승인 1990.1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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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년 순경공채로 출발, 내무장관까지 오른 安應模 장관. 키 1백63㎝, 몸무게 60㎏이지만 ‘황해도 차돌이’라는 별명처럼 인터뷰를 위해 마주앉았을 때 받은 인상은 그야말로 차돌 같았다. 범죄추방에 혼신의 힘을 쏟고 있는 그는 ‘범죄제압’ ‘강타’ 등의 용어를 구사하며 ‘범죄와의 전쟁선포’ 성과와 향후 방침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피력했다.

 ●‘10 · 13 범죄와의 전쟁’ 선포가 나온 지 벌써 한달 반이 됐습니다만, 이 전쟁선포 기간에 오히려 생매장사건,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재발 등 강력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장관께서는 이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범죄에는 충동적 범죄와 지능적 범죄가 있습니다. 계획적으로 범죄를 저지르겠다고 모의하고 실행에 옮기는 것이 지능적 범죄라 할 수 있겠는데 이러한 계획범죄는 사실 범인이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기 때문에 예방하기가 어렵지요. 범죄와의 전쟁을 이야기할 때는 이러한 범죄의 두가지 측면 가운데 충동적 범죄가 오히려 문제가 됩니다. 강도 절도 성폭행 인신매매 등은 우리 국민의 안전한 생활과 직결됩니다. 지금 발생하는 강력범죄는 우발적인 것이 아니라 계획범죄에 속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범죄발생 상황과는 구별해서 생각해야 됩니다. 그러나 이 기간에 발생한 강력범죄 사건 중 일부 범인들이 검거되지 않고 있어서 국민에게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양평 생매장사건 희생자 최서연양의 장례식 때에는 ‘구멍뚫린 민생치안, 국민은 누굴 믿나?’‘대통령은 신문을 보셨나요??? 등의 문구를 적은 피킷이 등장하기도 했는데 이것을 보고 어떤 소감이 드셨는지….

생매장사건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주무장관으로서 예방을 하지못한 데 대해 책임을 통감합니다. 그러나 예방에는 장비의 제한이 있고 또 전국적으로 만족스럽게 인력을 배치하는 데도 한계가 있습니다. 범죄예방은 네가지 측면에서 고려해볼 수 있는데, 첫째가 경찰의 대응력과 근무자세, 두번째가 범죄유발 환경의 관리, 다음으로 범인을 검거한 이후의 관리, 즉 재판을 통하여 형벌권을 행사하고 적절한 형을 구형하여 죄과를 치르게 하는 관리가 있고, 마지막으로 자율방범의식이 있습니다. 어느나라나 범죄는 퇴치의 대상이지만 퇴치되지 않는 것은 자율방범의식에 의해 크게 좌우되기 때문입니다. 비상연락망체제 등 일상생활에서 범죄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 강구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생매장사건 범인들은 전과 6범에서 8범의 누범들로서 증거인멸을 통한 완전범죄를 기도했습니다. 완전범죄를 하겠다는 생각도 어리석은 것이려니와 이들은 환각제를 복용, 제 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범죄를 저질렀습니다. 그런 걸 보면 우리가 전과자 관리도 잘 해야 하고, 보건사회행정면에서 마약관리도 잘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쟁선포에 대해서는 비판여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요컨대, 범죄원인을 원천적으로 제거하는 것은 법률의 강제적 힘만으로는 안된다는 것이죠.

물론 강한 처벌만으로는 안된다는 생각에는 동감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일차적으로 생각해야 될 것은 범죄에는 그에 상응하는 응징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과거의 세계적 추세는 범죄자의 인권을 중시해서 형벌을 가볍게 하며 범죄자의 교정에 중점을 둔 ‘교육형주의’가 우세했지만 요즘은 추세가 바뀌어 교정만으로는 범죄자를 완전한 사회인으로 만드는 것이 어렵다고 보고 흉악범죄에 대해서는 강도높은 형벌권을 행사하고 범죄자를 사회로부터 격리시켜 재범을 방지하는 경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물론 여기에 상응해서 범죄를 저질렀더라도 사회에 적응시켜 소외받지 않고 사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길을 열어주는 작업도 활발히 전개돼야 하리라고 봅니다. 또한 경제민주화 등 사회가 정의롭게 됨으로써 필요 이상의 범죄충동을 억제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며 이를 위해 국민학교부터 도덕교육을 강화하는 일도 병행해야 범죄를 퇴치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일선 경찰은 이 전쟁선포로 그야말로 죽을 지경이라고 원성이 대단힙니다. 전쟁선포 기간에 삼라만상은 다 잠을 자고 있는데 경찰만은 자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과로로 쓰러지는 경찰관이 속출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러한 실정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경찰인력과 장비가 부족한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경찰이 혹사당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제가 부임한 이후로는 경찰인력을 일선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이들의 근무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파출소의 당번 · 비번문제의 경우 현재 어딜 가더라도 당번날 근무하면 다음날 반드시 쉬게 돼 있습니다. 또한 지난 3월26일 이후 각 파출소 단위로 순찰차가 배정되기도 했습니다. 그 효과로 범죄예방순찰이 강화되고 현장범죄검거율도 증가하는가 하면 경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 증가하여 신고율이 3배 가량 늘어났습니다. 그리고 과거에는 무기사용을 억제하여 범죄가 활개를 쳤으나 이제 흉악범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무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경찰의 범죄에 대한 대응력을 높였습니다.

●현행 당 · 비번제는 2부제인데 일선 경찰들은 2부제가 ‘인간의 한계를 무시한 처사’라고 말하고 있던데요.

순찰차 운전요원의 경우는 3부제이지만 전체가 3부제가 되려면 앞으로 2년은 더 있어야 합니다. 2부제조차 지켜지지 않았던 작년 상황에 비추어보면 상당히 발전된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범죄와의 전쟁은 언제 끝나며 전쟁기간이 끝나면 어떻게 될런지

다들 전쟁기간이 끝나는 시기를 금년말로 생각하시는데 정확한 것은 아닙니다. 금년말까지는 세가지 방향에서 전쟁을 지속할 생각입니다. 그중 우선되는 것이 범죄와 폭력에 대한 전쟁이며 여기에서는 범죄와 폭력조직범을 예방하고 이미 발생한 범죄에 대해서는 신속히 처리한다는 것입니다. 두번째는 불법과 무질서를 추방한다는 것입니다. 법과 질서가 제대로 유지되는 사회가 진정한 민주사회라고 볼 때 질서를 바로잡는 것은 시급한 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이 퇴폐 낭비 사치 등 사회병리를 치유하는 것입니다. 범죄와의 전쟁은 이러한 여러 노력의 일환입니다. 우리는 전쟁기간을 통해서 범죄와 폭력에 대해 집중적인 타격을 가함으로써 이를 제압하고 단속을 강화하여 일정수준까지 범죄대응력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단기간의 통계이긴 하지만 한달간만을 비교해보면 범죄발생률이 34%나 줄고 검거율은 15%가 증가했습니다. 방향이 잘 잡힌 것으로 봐야죠. 그 다음이 범죄성환경을 강타하는 것입니다. 학교 주변환경을 정화하면 유흥업소가 문을 닫고 다른 방향으로 전환하게 될 것이며 좀더 강도를 높이면 방향이 잡힐 것이라고 봅니다. 금년말까지는 이대로 계속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이런 얘기를 들었습니다. 경찰은 기본적으로 배가 고픈 직업이다. 그래서 소위 떡고물이 생기는 부서로 가려고 기를 쓰니까 인사부조리가 생기고 이것은 경찰의 부패로 직결되는데, 경찰 자체의 부패가 없어져야 범죄온상이 없어지지 않겠느냐 하는 것입니다.

경찰내 인사부조리는 국부적인 현상입니다. 경찰뿐만 아니라 공무원 급료수준은 낮은 편입니다. 경찰공무원은 일반공무원에 비해서 14% 정도 급료가 많지만 근무량이나 질로 봐서 아직 미흡한 수준입니다. 예를 들면 파출소의 경우 주 8시간 근무하는 일반직보다는 50% 정도를 더 받아야 정상이지만 국가예산이 부족하기 때문에 실행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러나 급료가 적어서 ‘배가 고파 못살겠다’는 정도는 아닙니다. 급료도 중요하지만, 교육을 통해서 경찰업무에 대한 사명감을 심어주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고 봅니다. 낮은 급료 때문에 경찰이 부정과 결탁하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통계를 보면 경찰 1인당 담당인구가 미국의 3백54명, 프랑스의 2백63명에 비해 우리나라는 5백70명으로 상당히 많더군요. 이런 문제는 언제 개선될 전망입니까?

현재 추진하고 있는 3만명 충원계획이 완료되면 4백50명 수준이 될 전망입니다. 외국의 3백50명 수준이 되려면 현 경찰병력의 30~50% 정도가 증원돼야 합니다. 갑자기 한꺼번에 많은 인력을 증원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시간이 걸릴 문제입니다. 현재는 인력보다는 장비가 더 심각한 문제입니다. 경찰병력과 장비의 비율을 보면 일본이 40%, 미국이 60%인데 비해 우리는 17%에 불과합니다. 결국 장비문제는 나라의 주머니 사정에 의해 좌우되겠지요.

●경찰청이 발족한다는 신문보도가 있었습니다만 정부와 여당의 구상은 진정한 경찰중립화와는 거리가 멀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경찰이 시대여건에 맞춰 변화해야 한다는 것은 저의 평소 철학입니다. 그러나 국가관리를 외면하고 경찰중립을 논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아직 남북으로 나뉘어 대치하고 있고 그에 따라 우리 경찰이 대공업무까지 책임을 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궁극적으로 보면 경찰업무는 책임소재가 분명하고 신속, 일사불란한 가운데 중립성을 지켜야 한다고 봅니다. 현재 추진중인 경찰청은 독임제 위에 위원회제를 가미한 형태입니다만 중립화를 중시하는 측면에서 보면 미흡하고, 일사불란한 경찰력의 행사 · 활용의 측면에서 보면 느슨할 수도 있습니다. 단숨에 경찰의 완전 중립화를 이룰 수는 없습니다. 일본의 경우 내각책임제하에서 공안위원회가 있지만 비능률적이고 책임소재가 불분명해서 유명무실한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게다가 우리는 대통령제인데 여기서 경찰이 대통령의 통치권과 국가관리에 지장을 주어서는 안됩니다. 경찰중립화는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서 판단할 문제입니다.

●며칠전에는 한 국민학생이 ‘범죄를 없애주세요’라는 유서를 쓰고 자살한 일이 있었습니다. 학교주변의 범죄문제가 여전히 심각한데 이를 근절할 복안이 있습니까?

학교 주변의 환경정화를 강력히 추진할 생각입니다. 강력범죄의 경우 청소년범죄가 차지하는 비율은 무려 42.7%에 이르고 있습니다. 청소년범죄의 발생은 만화 · 비디오가게 전자오락실 등의 주변환경과 학교교육에 의해서 크게 좌우됩니다. 이때문에 문교부에서는 교과과정을 수정하여 학생 스스로 범죄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비행을 예방할 수 있도록 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학교주변 2백m 안의 유해업소를 없애고 불량배를 단속하는 등 학교주변 환경정화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 학생 · 학부모 · 경찰이 3자합동으로 팀을 구성하여 문제점을 하나하나 정비해나가고 있습니다. 강도있게 실행하고는 있으나 그동안 무너진 것이 너무 많아서 하루 아침에 이루어질 수는 없다고 봅니다. 우리나라는 전국적으로 1만8천개의 학교가 있는데 이 가운데 대부분의 학교주변에 유해업소로서 정리해야 할 대상이 많습니다. 현재 우리는 학교별 카드를 작성하여 실태를 파악하고 이에 대처할 방안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가면 아마 효과를 거두고 정상화되리라고 봅니다. 한 국민학생이 유서를 쓰고 목숨을 끊은 사건을 보면서 저는 두가지 아쉬움을 느꼈습니다. 첫째는 학교와 경찰이 책임지고 학교주변을 정화하여 불량소년으로부터 당할 수 있는 피해를 예방하지 못한 자책감이고, 둘째는 설령 2천원을 빼앗겼더라도 그것을 못이기고 어린애가 목숨까지 끊어야만 했느냐 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극기력과 자제심을 길러주는 교육이 미흡했기 때문입니다. 우리 학생들의 극기력이 부족한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여겨지는데 어려운 환경을 꿋꿋이 극복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요즘 평균 수면시간이 대략 어느 정도인지요?

내무장관이 된 후로는 일요일없이 살고 있습니다. 수면시간은 대략 6시간 정도이며 조찬이 있을 경우는 5시간쯤 됩니다.

●범죄추방에 자신 있으십니까?

범죄추방에 대해서는 자신하고 있습니다. 앞에서 언급했던 범죄추방의 세가지 방향이 여러가지 면에서 점차 자리를 잡아가는 징후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퇴폐유흥업소의 단속을 강화한 결과 여공을 많이 쓰는 2차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이직률이 크게 둔화되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3차산업에서 2차산업으로 역류하는 현상도 보입니다. 전자오락실 등 불량배와 연결될 소지가 많은 업소가 폐업을 하거나 전업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사회가 점차 깨끗해지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 아닐까요. 가령 교통질서만 하더라도 불법주정차를 강력히 단속하면서 주행속도가 증가하고 이에따라 주행감도 나아졌습니다. 그 결과 전에는 텅비어 있던 유료주차장이 요새는 붐비고 있습니다. 이것은 건전한 계통의 사업주차장이 흥성해질 조짐이라고 봅니다. 10 · 13 범죄와의 전쟁선포는 상당히 성공을 거두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유감스럽게도 살인사건 따위의 강력사건이 발생했지만 이러한 방향을 지속한다면 문제는 시간이 해결해줄 것입니다. 또한 정부의 의지가 ‘일과성’이 아닌 ‘일관성’이 있기 때문에 범죄추방은 꼭 성공할 것이라고 자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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