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살 인민배우가 부른 ‘배따라기’에 숙연
  • 이성남 문화부 차장대우 ()
  • 승인 1990.1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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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의 가락 한바탕 어우러진 서울 송년음악회

한순간이나마 남과 북이 하나로 합해졌다. 9일 예술의전당에서 남북음악인과 청중들이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한목소리로 노래할 때 45년 동안 굳게 닫힌 마음의 벽이 녹아내리는 듯했다.

  “역사원칙에 따라 인민이 좋아하는 소리로 개량했다”는 북한의 악기는 첫눈에도 남한의 전통악기와 모양과 음색이 달랐지만, 그 악기로 빚어낸 관현악의 화려하고 다양한 빛깔은 순식간에 무대와 객석간의 거리를 좁혀 주었다. 북한 성악가들이 어깨짓을 곁들여 열창한 갖가지 민요창은 한결같이 민족의 신명을 지펴온 귀에 익은 흥겨운 가락들이었다.

  특히 북한측 공연의 압권은 78살의 인민배우 김진명이 부른 ‘배따라기’였다. 백발이 성성한 그가 홀로 장구를 두들기며 끊일 듯 이어지게 노래하자 만남의 축제 분위기로 들떠 있던 객석이 물끼얹은 듯 숙연해졌다.

  피날레엔 남북 출연진이 총등장, 청사초롱 불밝힌 부대에서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열창했다. 통일염원의 간절함 속에서 南의 명창 조상현이 北의 인민배우 김진명을 등에 업었으며 북의 성악가 리순덕씨는 눈물을 글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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