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禪食비법으로 체질 바꾼다

섬유질 · 식물성 기름 풍부해 성인병 예방 효과

이성남 차장대우 ㅣ 승인 2006.04.30(Sun)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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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턴트 가공식품과 육식 위주의 식생활에서 비롯된 각종 질환이 만연한 ‘성인병 시대’에 전통 사찰 음식이 항성인병 음식으로 새롭게 인식되고 있다. 지난 10월30일 비구니보현회가 주관한 제1회 사찰음식잔치에는 오랜 세월에 걸쳐 전승돼온 전통 사찰음식이 한자리에 모여졌다. 이날 서울 미타사 성관 스님은 <먹거리문화와 사찰전통음식>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섬유질이 풍부한 사찰음식은 콜레스테롤의 상승을 억제하는 작용을 하여 비만을 예방하는 항성인병 음식”이라고 말하고, 채소를 이용한 장수식품인 사찰음식을 종교와 상관없이 일반가정의 식생활에도 널리 응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70년대 이후 고단백 · 고지방 식품인 육류와 각종 인스턴트 식품의 과잉 섭취는 비만 고혈압 당뇨병 같은 각종 성인병을 야기시켜 국민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성관 스님은 이같은 현상을 “민족 고유의 신체 조건을 무시하고 육식 위주의 서구식 식생활을 마구잡이로 수용한 데서 비롯되었다”고 지적한다. 쌀밥을 주식으로 해온 한국인은 곡류에 알맞도록 신체 조건이 적응되어 육식 위주의 식생활에 길들여진 서양인보다 장이 길어 곡물이나 야채에 들어 있는 섬유질을 효과적으로 흡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신체 조건을 고려하지 않고 육식으로 갑자기 바꾼 데서 생긴 탈이 곧 성인병이라는 것이다.

 40대 이상이 주로 걸린다고 해서 병명까지 그렇게 붙은 성인병은 지난 10년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근래에는 성인병이 아동에게까지 확산되어 의학계에는 소아 성인병이라는 해괴한 병명이 보고되고 있다.

 한국성인병예방협회에서 발간한 책자《성인병 예방 및 관리》에서 경희호텔경영전문대 이영남 교수가 제시한 ‘식이요법의 원리’는 성인병을 예방하는 사찰음식의 탁월성을 짐작케 한다. 이교수는 고혈압을 예방하려면 비만에 걸리지 않도록 유의해야 하며, 평소에 혈중 콜레스테롤치를 높이는 동물성 지방보다 식물성 기름을 섭취할 것을 권한다. 또 고혈압의 천적인 변비에 걸리지 않도록 섬유소를 함유한 채소 과일 해초를 빠뜨리지 않고 섭취해야 한다고 말한다.

 

양념 줄인 담백한 맛이 특징

 당뇨병 예방에도 사찰음식의 활용성은 높다. 환자가 전국민의 5%인 2백만명으로 추정되는 당뇨병도 육류 소비량 증가 등 급변한 신생활이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당뇨병에 걸리지 않으려면 ‘녹황색 채소와 과일을 충분히 섭취할 것’ ‘과식하지 말 것’ ‘알코올을 삼갈 것’ 등 바른 식생활이 우선되어야 함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또 심장병 예방을 위한 식사 지침에도 ‘동물성 지방은 적게, 식물성 기름을 적정량 섭취할 것’이 강조된다.

 건강하게 오래 살려면 채식을 해야 한다는 주장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성인병에 걸리지 않으려면 수용성 섬유질이 많이 함유된 식품을 섭취하라.” 이는 미국 영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성인병 연구에서 내린 결론이다. 수용성 섬유질은 장에 들어가면 진득진득한 젤리 모양으로 변한다. 이 상태에서 장에 들어가 흡수되기를 기다리는 콜레스테롤을 흡착해 체외로 배설시킨다. 성인병 예방식으로 주목하는 수용성 섬유질의 ‘대견한 기능’은 여기서 끝나지 않고 포화지방산을 다량 함유하고 있는 담즙도 흡착해 배설시킨다. 수용성 섬유질은 콩 당근 채소 과일에 풍부하게 들어 있다.

 몇해 전 천연 재료와 자연 조미료를 사용해 재료 본래의 영양소를 파괴하지 않고 그대로 섭취하는 채식을 권장하여 신드롬까지 일으켰던 이상구 박사의 주장도 이와 일맥상 통한다.

 채소 위주의 사찰음식은 불가에서 승려가 식사하는 기본 예법인 발우공양에 뿌리를 두고 있다. 수행하는 승려는 맛을 즐기기보다는 도업의 방편으로 음식을 섭취한다. 채소 반찬 3~4가지를 곁들인 공양을 ‘육신을 지탱하는 약’으로 알고 섭취하는 것이다.

 사찰음식의 가장 큰 특징은 우유를 제외한 동물성 식품을 사용하지 않으며, 자극이 강한 오신채를 사용하지 않는 점이다. 오신채란 파 마늘 달래 부추 양파를 일컫는다. 사찰음식의 맛내기 비결은 제철에 나는 무공해 채소에 꼭 필요한 양념만 넣어 재료 본래의 영양소를 파괴하지 않도록 하는 조리법에 있다. 요리 연구가 왕준련씨는 오신채를 쓰지 않는 사찰음식은 담백한 맛이 특징이라며 일반 가정에서도 사찰음식 조리법을 응용할 것을 조언한다. 쑥갓 미나리 시금치 고춧잎 산나물을 무칠 때 채소 고유의 맛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조건 갖은 양념을 다 넣을 것이 아니라, 참기름 간장 깨소금만 넣으면 정갈한 맛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불교가 전래된 이래 1천6백여년 동안 독특한 음식문화를 이룬 것이 우리 사찰음식이다. 우수한 식물성 단백질 식품으로 꼽히는 콩제품을 위시하여 김치류 · 튀각류 · 장아찌류 · 산채 등이 대표적인 음식이다. 두부 비지 콩국 된장은 육식을 금하는 사찰의 주요 단백질 공급원이며, 각종 나물무침에는 참기름 들기름 면실유를 넣어 볶거나 지짐으로써 양질의 식물성 지방을 공급한다. 말린 산채를 밥에 넣어 먹는 나물밥도 별미려니와, 무우 배추 오이 가지 우엉 등은 장아찌로 만들어 두고 채소가 귀한 겨울철 반찬으로 활용했다. 또 김치가 시어지면 버리지 않고 그것을 불에 씻어 말렸다가 장아찌로 만들었다.

 

맥 끊긴 비법 많아

 산중에서나 맛볼 수 있는 진귀한 음식도 있다. 특별한 손님이라도 방문하면 송이장아찌나 더덕 표고버섯으로 만든 음식을 대접한다. 송이장아찌는 자연송이를 잘 다듬어 처음에는 같은 분량의 간장과 물을 끓여서 담가 놓았다가 3~5회 반복하여 간장을 끓여 부어 만든다. 표고버섯구이는 꼭지를 따서 깨끗이 손질한 뒤 뒤집어 소금만 살짝 쳐서 꼭꼭 눌렀다가 노릇노릇하게 지져 먹는다. 도토리묵 장아찌도 별미다. 도토리묵을 썰어 말리면 아교처럼 되는데 이것을 물에 불렸다가 기름에 볶으면 쫀득쫀득한 맛이 각별하다.

 또한 지역 사찰마다 고유의 비법으로 만든 특미 음식이 발달되었으나, 그 비법이 구전되다가 어느 순간 끊긴 것도 많다. 조선 중엽부터 특이한 맛을 지닌 통도사 된장은 그 비법이 단절되었고, 경기도 양주 봉선사와 개성 연도사의 두부도 맥이 끊겼다.

 성인병은 ‘食原病’이다. “채소로 만든 사찰음식을 건강 · 장수 식품으로 재조명해야 한다”는 성곤 스님 말은 귀담아 들을 만하다. 그러나 우리 사찰음식에 대한 학문적 고찰은커녕 관련 서적 한권 없는 현 상황이니 사찰음식이 생활 속에 실천되려면 의학계나 식품 영양학계의 체계적인 검증 작업이 있어야 한다. 사찰음식을 연구하여, 속세와 인연 끊은 사찰음식을 사바세계로 끌어내 성인병을 구제하도록 강구하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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