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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몸부림치는 세계 은행들

대형화 다각화 전문화 국제화 고객지향·5대 신경쟁전략 채택

장영희 기자 ㅣ 승인 2006.04.30(Sun)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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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말 미국내 2위 은행인 뱅크아메리카(BA·BO의 지주회사)가 5위인 시큐리티퍼시픽(S.P.)을 집어삼켰다.  뱅크아메리카는 개도국과 농공업 분야에 꿔준 대출이 부실화해 고전하고 있었으며 시큐리티퍼시픽은 부동산 관리 대출로 떼인 돈이 엄청났다. 그들은 위기 타개책으로 합병을 선택했다. 시큐리티퍼시픽은 ‘먹히는’ 고육지책을 받아들였다. 두 은행은 ‘뱅크아메리카’로 일신해 합병에 따른 이익을 챙겼다. 전체 행원 9만1천4백명 중 1만2천명을 해고했으며 전체 점포의 20%를 폐쇄해 연간 12억달러의 경지절감을 이룬 것이다.

경쟁격화로 은행 수익성 악화

 국제금융시장에서 ‘코끼리결혼(대형합병)’의 사례는 적지 않다. “죽는 것보다는 합병을 해서라도 사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세계 돈장사꾼들의 생존전략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다각화 전문화 국제화 고객지향으로 다양한 변신을 꾀한다. 이른바 신경쟁전략이다. 금융전문가들은 “은행은 사라지지 않지만 전통적인 은행 업무는 퇴조할 것”으로 본다. 전통적 은행업무인 예대업무는 한계에 이르러 다른 업무로 활로를 찾고 있다. ‘전통의 틀’속에 갇혀 있던 은행들은 서둘러 자기 체형에 맞는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80년대 중반부터 선진국 은행은 매우 달라진 환경에 놓이게 됐다. 각 나라 정부가 은행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취한 금융자율화(규제완화)조처가 위기를 불렀다. 은행산업은 정부의 지나친 규제와 보호 속에 안주해 급속히 경쟁력을 잃게 됐다. 선·후진국을 막론하고 은행은 골칫덩어리 산업이 된 것이다. 은행들은 경쟁원리를 도입하겠다는 이런 급속한 경영여건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하지 못했다. 첫 위기는 금융규제 완화로 나타난 경쟁 격화였다. 경쟁 격화는 은행이익의 뿌리인 예대마진(예금과 대출금리의 차이)축소를 불러 수익성이 악화됐다. 또 각 나라 정부가 업무영역의 칸막이를 허물어버리자 증권 생명보험 투자 신탁 등 비은행 금융기관들이 은행시장으로 발빠르게 치고 들었다. 상품도 은행예금, 증권으로 똑 떨어지지 않고 둘을 결합한 금융상품(금융의 증권화)이 쏟아져 은행이 설 땅은 점점 좁아졌다. 게다가 은행 수신고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한 고령자예금은 2세로 상속되는 과정에서 증권투자나 보험상품으로 유출됐다. 미국 은행권은 80년대 초 금융기관 자산점유 비율이 60%로 비은행권을 앞섰으나 80년대 말에는 역전됐고 90년 말에는 45%까지 떨어졌다.

 위기는 내부경영 실패에서도 왔다. 금융자율화 이후 은행들은 컴퓨터 등 첨단설비에 막대한 돈을 쏟아 부었으나 이에 상응하는 경영합리화 노력이 뒤따르지 못했다. 미국은 은행종사자가 철강 석유 자동차산업보다 많은 1백70만명이다. 은행은 이자로 번 돈의 65~75%를 인건비와 같은 고정비용으로 지출해야 하는 최대의 노동집약적 산업이다.

 엎친 데 덮쳐 선진국들은 30년대 대공황 후 두 번째의 깊고 긴 불황의 늪에 빠져들었다. 성장률 둔화와 부동산 경기 침체에 직면했다. 부동산 대출을 늘려온 많은 은행은 엄청난 부실채권을 안고 문을 닫았다. 몇 나라에서는 금융산업 전체가 부실화하는 위기상황이 왔다.

대형화·업무 다양화 동시 추구

 위기는 신경쟁전략을 촉발시켰다. 이 전략을 유형별로 보면 5가지로 나눌 수 있다. 대형화, 다각화, 전문화, 국제화, 수익성 중시 및 고객지향 전략이다. 은행에 따라 5가지 전략 중 하나를 선택하거나 여러개를 적절히 조합했다. 대형화와 다각화 국제화를 동시에 추구하는 은행이 있는가 하면 철저히 지역밀착형의 지역은행으로 좁고 길게 들어가는 은행도 생겨났다.

 미국의 금융가는 “대형은행은 망하지 않는다”는 믿음이 보편화돼 있다. 또 은행산업의 발전을 촉진하는 3대 요소(3C)로 합병, 경비절감, 자기자본 관리를 들고 있다. 이러한 인식은 합병을 통한 대형화 붐으로 나타난다. 대형화 전략은 ‘규모의 경제’와 ‘범위의 경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려 한다. 특정고객이나 특정 영업지역에 편중하지 않고 시장 전체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해 시장우위를 점하면서 단위비용 절감을 꾀하는 것이 규모의 경제다. 범위의 경제는 고도의 정보망과 잘 교육된 전문인력을 활용해 다양한 업무를 취급하는 것으로 이익의 극대화를 노린다.

 대형화 추구는 합병을 통해 가능했다. 91년부터 최근까지 미국내 총자산 10위 이내 은행 중 8개 은행이 대형합병을 했다. 이들은 합병으로 연 30억달러의 경비를 절감했다. 대표적인 은행은 뱅크아메리카 케미컬은행 네이션스은행 등이다. 일본도 사쿠라은행 등 11개 도시은행이 89~91년 중 74개의 작은 금융기관을 매수해 대형화를 이루었다. 유럽지역에서도 1만여개 은행 중 7천여개 은행이 합병이나 업무제휴를 통해 대형화를 꾀었다. 아시아에서는 홍콩 최대은행인 홍콩&상하이 은행이 올 6월말 영국의 미드랜드은행(3위)을 흡수합병해 대형화를 이루었다.

시티코프, 한국 등 아시아 공략

 예대업무 확대에 한계를 느낀 은행들은 다각화 전략으로 돌파구를 찾았다. 대형은행들은 대규모 투자로 얻은 정보력과 인적 자원이 있어 이 전략 채택이 가능했다. 미국의 시티코프(시티은행의 지주회사) 일본의 第一勸業은행 독일의 도이치은행 영국의 바클레이즈은행 등이 대표적이다. 업무다각화는 세로축으로 은행업과 증권업의 겸영, 은행업과 보험업의 겸영, 새로운 금융분야나 신종금융상품의 개발이라는 형태를 취한다. 가로축으로는 금융엔지니어링(고객의 금융현안에 대해 종합적 결론을 내려줌), 금융플래닝(개인의 재산관리를 전문적으로 처리), 경영 컨설팅 개인금융(고소득층을 대상으로 종합금융서비스 제공) 등 새로운 고부가가치 시장으로 진출하는 경향을 보인다.

 반면 대형은행처럼 다각화하기 어려운 중소규모 은행들은 전문화 전략으로 방향을 틀었다. 경쟁우위를 확보하는 유일한 방법은 자신의 비교우위 분야에 집중하는 것이다. 이 전략을 택한 은행들은 채산성이 없는 분야나 영업이 부진한 지역에서는 과감히 철수했다. 전문화의 유형은 외환·국제금융 업무와 도매금융 따위에 특화하는 전문은행형, 합병과 매수, 채권과 주식의 투자관리 업무를 주로 취급하는 투자은행형, 특정지역의 중소기업이나 개인에 대하여 독특한 금융서비스를 하고 지역개발에 밀착하는 지역은행형 등으로 대별된다.

 금융업의 지구화가 추진되면서 국제화도 빼놓을 수 없는 전략이 됐다. 그러나 80년대식의 무분별한 국제화 전략과는 다르다. 선진국의 많은 은행은 80년대 초 남미와 동유럽에 진출했다가 엄청난 돈을 떼인 데다 국내 문단속이 중요해지자 해외진출 방법이나 지역을 고르기 위해 선별화 전략을 짰다. 은행들이 새로 눈을 돌린 지역은 아시아이다. 시티코프는 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태국 인도네시아의 금융시장을 공략해 90년 중 소비자서비스 부문 수익의 43%를 아시아에서 얻었다.

 경영여건이 어려워지자 외형을 부풀리기보다 수익성을 중시하는 경향도 두드러진다. 수익성을 강조하는 전략은 정도차는 있지만 어느 은행도 예외없이 취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일본 은행의 경비절감 노력이 눈에 뛴다. 시티코프는 건물임대료가 비싼 1층에는 기계화 무인점포를 들이고 일반 사무공간은 임대료가 싼 2층을 이용하는 이중점포 전략을 구사해 비용을 줄였다. 일본계 은행은 박리다매 전략을 전면 수정하고 자산재구성을 통한 외형증가 억제전략을 쓰고 있다.

한국 은행들에 맞는 옷은?

 고객지향 전략도 개발했다. 미국의 대표적 지역은행인 퍼스트화즈비아코프는 고객별 담당자를 두고 고객정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일본의 삼화은행은 30개의 초대형기업을 골라 국제영업을 금융면에서 전면지원하는 고객지향 전략을 구사한다.

 이처럼 세계의 은행들은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이다. 그렇지만 이런 경쟁전략들이 우리 은행에 꼭 맞는 것은 아니다. 한국개발연구원 左承喜 연구위원은 “합병을 통한 대형화로 규모의 경제를 꾀하기보다 다각화로 범위의 경제를 이루는 것이 좀더 효율적이다”라고 지적했다.

 수원대 金東源 교수는 “모두 똑같은 영업을 하는 한국은행들은 각각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와 지역을 정해(니치 뱅킹) 살길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은행 조사부 朴虎烈 조사역은 수익성 중시 전략을 특히 강조했다. 그는 “부단한 경영합리화가 선결돼야 한다. 이와 함께 고부가가치 상품 개발, 새 금융기법 연구 등 시장을 중시하는 차별화 전략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 은행의 몸에 맞는 옷은 수익성 중시·고객지향 전략이 기본이며 은행 규모에 따른 다각화·전문화 전략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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