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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모르는 중국·중국인-텔레비전

바깥 세상은 TV로만 본다.

김광억 객원편집위원(서울대 교수·인류학) ㅣ 승인 2006.04.30(Sun)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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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중국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동촌의 농민에게 텔레비전은 바깥 세상의 지식을 전달하는 유일한 창구이며 오락과 여흥의 도구다. <인민일보>와 기타 지방의 한두개 신문은 촌정부에 배부되고, 그것을 읽을 기회를 가진 사람은 촌정부에 출입하는 사람에 불과하다. 일반인에게 뉴스매체는 텔레비전 뿐인 것이다.

 전력 사정 때문에 텔레비전은 저녁 때만 방영된다. 5시에 국가가 올리고 新聞報道(뉴스)를 한다. 그런 다음 장춘영화제작소의 무협영화와 닌자 거북이, 서유기의 만화영화가 나온다. 집집마다  저녁 밥그릇을 한손으로 안고 정신없이 젓가락을 놀리면서 텔레비전에 시선을 쏟는다. 신문보도는 30분간 중앙의 소식을 먼저 소개한다. 국가 지도자들이 일본의 우호협력단체를 비롯한 외국인사를 접견하는 것과, 지방을 시찰하고 지시하며 격려하는 모습이 나온다. 대만 대표단이 북경에서 회의를 하는 것이나 대규모 국내대회와 국제학술회의를 소개한다. 뉴스의 3분의 1은 반드시 군대의 대민봉사활동에 관한 보도에 할애된다. 예를 들면 인민해방군이 오지에 들어가 진료하거나, 흙탕물 속에 비를 맞아 가며 다리를 놓거나, 식량부대를 날라 곡식을 촌민에게 나누어주는 장면을 방영한다. 전국의 일기예보를 한 다음 약 20분간 지방 방송국에서 편성한 뉴스·일기예보를 한 다음 약 20분간 지방 방송국에서 편성한 뉴스·일기예보·지방군대의 봉사활동 등을 보도하는데, 그 내용과 형식은 중앙방송국과 같다.

 이러한 방송이 끝나면 연속극 시간이다. <渴望>이라는 연속극은 전국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이 연속극은 문화혁명 기간에 청년들이 겪어야 했던 많은 고통을 배경으로 깔고, 전면에는 외과 대학생이었다가 하방당한 한 지식계급의 청년가 노동자 출신 여성 사이의 이룰 수 없는 사랑이야기다. 여주인공은 남자에게 배신당하지만 그는 사람을 미워하지 않으며 오히려 지식분자 남녀 사이에 난 사생아를 거두어 기른다. 사랑하므로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려는 여주인공의 담담하고 거룩한 인격에 수억 시청자가 눈물을 흘렸고, 중국 남성들은 가장 결혼하고 싶은 상대로 그 역을 맡은 배우를 뽑았다. 현대사를 소재로 한 것도 많은데 <巨人의 握手>라는 프로에는 손문 장개석 모택동 장작림 등이 나온다. 항일투쟁과 국공투쟁의 역사를 다룬 이 대하 연속극은 일본군의 잔혹성보다는, 국민당 군대는 포악하고 잔인하며 어리석고 부패해 민중으로부터 이반당한 존재로 그리는 데 주력한다.

 뉴스 및 해설과 더불어 가장 많은 시간을 차지하는 것이 쇼 프로그램이다. 유치하고 서툰 무대장식과 번쩍거리는 조명 속에서 치렁치렁한 옷을 걸친 홍콩과 대만 가수의 노래가 나오고, 사이사이에 군복을 입거나 지나치게 화장한 국내 가수들이 나와 ‘광부의 노래’ ‘노동자의 노래’ ‘산업전사의 노래’를 부르고, 신중국 찬양과 활력 넘치는 ‘공장의 연기’ ‘뻗어나가는 길’등을 노래한다. 밤10시 야간뉴스가 방영된 후 그날 프로그램은 종결된다. 텔레비전 광고가 유행하기 시작해 많은 프로그램 사이사이에는 자동차 기계 냉장고 텔레비전 가전제품과 과자류 등을 선전하는데, 압도적으로 많은 것은 맥주와 중국술 선전이다. 그리고 일본과의 합작이라든가 독일과 기술을 제휴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촌서기 집무실에선 매 시각마다 캐럴 울리고

 매일 되풀이되는 똑같은 형식의 방송을 덤덤한 표정으로, 또는 천진하게 웃으면서 시청하는 것을 보면 역시 중국인은 끈질기고 무던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젊은이들이 가수의 몸차림 머리 모양을 흉내내고 아이들도 브레이크 댄스를 애써 배우는 것을 보면, 텔레비전은 단순히 국가시책에 인민을 끌어들이는 교육적 도구로만 쓰이지 않는 다는 것이 명백하다. 오히려 외국 문물을 흡수하는 창구라는 의의를 지닌다. 그런데 소위 ‘세련됨’이란 국내에서는 상해 것이, 국외로는 홍콩과 대만 것이 그 기준이라고 한다. 물론 홍콩과 대만을 외국 범주에 넣는 이러한 발언을 중국인들 앞에서 하면 그들로부터 항의를 받는다. 그들은 어떤 것이든지 중국의 일부인 홍콩을 거쳐 나오면 중국의 것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촌서기 집무실에 있는 괘종시계는 매 시각에 크리스마스 캐럴을 내보낸다. 물론 서기는 기독교를 믿지 않으며 성탄절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도시의 관광지에서는 흔히 안내자가 관광객이 이탈하지 않도록 주지하기 위해 핸드마이크를 켜는데, 그때마다 ‘징글벨’이나 ‘루돌프 사슴코’등의 노래가 시끄럽게 나와서 찌는 듯한 여름 오후를 혼란시킨다. 그들에게 그것은 ‘세련된’ 서구문화의 상징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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