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당과 <조선일보> ‘전면전’
  • 정희상 기자 ()
  • 승인 2006.05.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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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 지원하려 정후보 음해…“금권 이용한 언론 탄압”


 

 막바지 선거운동을 앞두고 국민당 · 현대그룹과 조선일보 사이에 때아닌 전면전쟁이 붙었다. 불똥은 지난 12월 2일 현대그룹이 <조선일보>의 ‘편파보도’를 문제 삼아 광고중단을 결정하면서 튀기 시작했다. 이어서 국민당도 5일부터 중앙당 및 전국 지구당이 들고 일어나 <조선일보> 안보기 운동’에 가세했다.

 이에 대해 <조선일보>측은 즉각 “금권을 이용한 재벌의 언론탄압”이라고 반박하고 현대 및 국민당 광고를 싣지 않기로 하는가 하면 12월7일부터는 지면을 활용해 공격의 포문을 열기 시작했다.

 이번 사태는 겉으로는 '광고시비'에서 시작됐다. 12월1일 오전 국민당과 현대그룹의 신문광고를 대행하는 금강기획측은 2일자 <조선일보>에 싣기로 예정된 현대자동차 광고를 ‘광고주 사정’으로 취소한다고 <조선일보>측에 알렸다.

 <조선일보>측은 이같은 사태를 맞자 국민당 정치광고까지 중단하겠다고 맞섰고 실제로 12월 4일자에 싣기로 예정했던 정후보의 정책광고를 게재하지 않았다. 국민당측은 이를 기화로 <조선일보>의 정치광고 중단이 선거법에 위배되는지 선관위에 유권해석을 의뢰하는 한편 정치적 피해를 입었다며 전면전을 선언하고 나섰다.

 그러나 양쪽의 극한 대립은 <조선일보>의 국민당 관련 보도에 대한 국민당과 현대그룹의 누적된 불만에서 일어났다고 볼 수 있다. 국민당이 당사에 내붙인 '討 朝鮮日報 織文'을 통해 알 수 있듯이 국민당은 그동안 <조선일보>가 김영삼 후보를 지지하기 위해 정후보를 음해하는 데 앞장서 왔다고 보아 왔다. 국민당은 특히 지난 11월28일자 <조선일보>에 실린 유 아무개 논설 실장의 '정주영변수'라는 칼럼은 "정주영 후보에게 표가 갈 경우 김대중 민주당후보가 당선될지도 모른다고 함으로써 국민당 지지 기반인 보수세력에 위기감을 심어주려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민당은 이같은 ‘<조선일보>의 정후보 음해공작’이 조직적으로 자행되고 있다는 증거로 선거보도감시연대회의 (위원장 정동익 · 이하 선감연)의 자료를 제시한다. 12월4일자 선감연 제53차 모니터 보고서에는 조선일보)는 4일자에 정주영 후보의 관훈클럽 일문일답을 보도하면서 제목으로 ‘현대그룹 직원 선거운동 반가운 일’을 뽑고 부제로 ‘여자관계 복잡…밖에서 낳은 아이도 있다’를 달아 정주영에 대한 음해성 ·지엽말단적 제목뽑기라는 지적을 받았다"고 나와 있다.

 그러나 (조선일보)측은 “현대 그룹의 광고 해약은 <조선일보>에 대한 가당찮은 정치폭력이며 금권을 무기로 언론을 장악하려는 음모”라면서 “그들이 사과하지 않는 한 계속 정평하게 대결 할 것이다. 기업이 언론에 도전해 이길 수 있겠느냐”며 이번 ‘전쟁’에 자신감을 보였다.

 이번 사태의 논란거리인 공정 보도 시비에 대해 <조선일보>는 공식적인 견해표명을 피하고 있지만 기자들을 중심으로 일부에서는 <조선일보>도 반성할 점이 있다"는 입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 노조는 12월4일자 노보를 통해 “쟁점시리즈를 보면 주제 선정부터 특정후보를 겨냥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기자의 눈’ 필자가 대부분 특정 정당(민자당) 출입기자들인 점도 일부의 오해를 받는 요인이다”라고 전하고 있다.

 어떤 식으로 결말나든 이번 사태는 광고가 언론에 대한 항의표시 수단으로 이용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언론계에 큰 후유증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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