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경제
  • 진철수 유럽지국장·남유철 기자 ()
  • 승인 1992.03.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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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세계적 침체에 ‘막강 경제’도 흔들

 2년 이상 지속되는 세계적인 경기침체 앞에서는 막강한 일본경제도 어쩔 수 없는 듯하다. 일본의 91년 3/4분기 실질 경제성장률은 1.3%로 2/4분기 4.0%의 3분의1 이하로 뚝 떨어졌다. ‘거품경제’의 후유증까지 가세되면서 경기악화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전후 숨가쁘게 성장해온 일본경제를 상징하는 소니 도시바 히다치 같은 전자업체들의 91년도 경상이익은 전년대비 최고 80%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돼 일본 재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또 그동안 두자리수의 고속성장을 지속해온 컴퓨터업계는 91년 후반들어 세계적인 판매부진으로 생산실적이 감소되는 추세에 접어들었다. 도요타나 혼다 같은 세계 최강의 자동차업체들 역시 3월말 집계될 91년도 경상이익이 평균 30%까지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악기제조업체로 그동안 세계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누려온 야마하는 계속되는 경영악화로 급기야는 가와카미 히로시 사장이 사임하는 사태까지 발생, 일반인들마저 갑작스런 경기후퇴에 놀라고 있다.

 올해 전망도 과히 밝지 않다는 분석이 나와 일본 열도를 긴장시키고 있다. 일본채권 신용은행이 1천5백65개 기업을 상대로 조사한 바에 의하면, 이본기업의 92년도 설비투자는 15년 만에 처음으로 1.3%가 감소될 전망이다. 앞으로의 경기동향을 보여주는 경기선행지수는 이미 하강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기업의 도산과 제품의 재고가 계속 늘자, 그동안 낙관론을 고수하던 일본경제기획청은 “15년 만에 처음으로 일본경제가 조정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발표했다. 이는 86년 12월 이후 기록을 갱신해온 일본경제의 성장이 사실상 끝났음을 일본정부가 처음으로 시인하는 것이다.

 이처럼 경기후퇴가 완연해지자 일본경제가 드디어 성장의 한계에 도달한 것이 아닌가 하는 비관론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일본경제에 정통한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아직도 일본경제는 여러 면에서 건실하며, 고도성장에만 익숙해져 있는 일본기업들이 세계적 경기둔화로 인한 상대적 매출감소에 지나치게 아우성친다고 말한다.

 이본정부는 91년도 회계연도의 국민총생산 성장률을 비교적 높은 수준인 3.5%로 낙관하고 있고, 기업의 매출이익도 국제 기준으로 보면 여전히 높다는 것이다.   

독일 ‘통일 경제’ 몸살 속 정상화 자신

 통일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유럽의 실력자 독일은 10년 만에 처음으로 91년도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섰다.
 
 통일 저의 구 서독은 90년도에 7백74억마르크의 흑자를 보였으나 통일독일의 91년도 경상수지는 3백42억마르크의 적자를 내, 갑작스런 통일의 경제적 대가가 만만치 않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무역수지 역시 흑자폭이 90년도의 1천74억마르크에서 작년에는 2백8억마르크로 크게 줄어, 독일상품의 대외경쟁력마저 후퇴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처럼 구 동독의 흡수병합이 그동안 자부해왔던 독일경제의 탄탄한 내살을 잠식하고 있는데도 독일정부는 구 동독의 경제 회복으로 2~3년내 경상수지가 정상화될 것이라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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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레닌 고향 땅에도 서방자본 상륙

 서방자본은 레닌의 고향인 울리아노프스크市도 그냥두지 않는다.

 영국의 투자관리회사 로버트 플레밍은 최근 이곳의 소련 항공기 공장을 합작형태의 주식회사로 개편, 영국의 롤스로이스 엔진을 탑재한 중거리 여객기를 생산해 아시아 지역의 항공사에 팔 계획을 추진중이다. 세계 최대의 수송기로 명성을 날렸던 안토노프-124의 제작공장이었던 이곳은 요즘 군용 수송기 발주가 끊겨 악전고투중이었다.

 이 합작회사는 앞으로 20년간 아시아 직역의 항공수요가 4배로 늘어나 연간 3억7천만명이 이용할 것으로 전망한 국제항공수송협회(IATA)이 최근 분석에 고무되어 있는 듯하다.

 아무튼 레닌의 본명인 블라디미르 울리야노프 중에서 이름을 따온 이 도시에 서방 자본이 들어와 아비아스타라는 영문표기의 기업이 들어설 줄이야 누군들 알았을까.     


대만  견원지간 깨고 ‘中華경제권’ 모색

 홍콩을 경유한 대만과 중국간의 무역이 증가일로에 있어 세 ‘中華 경제권’이 등장할 지 주목되고 있다. 외교적으로는 긴장관계에 있는 대만과 중국은 홍콩을 통한 3자무역으로 작년 한해 58억달러에 이르는 무역실적을 기록했다. 90년에 비하면 43%가 증가한 액수이다. 정치적으로는 적대관계를 유지하는 두 중국이 경제적으로는 접근하고 있다.
 대만의 중국본토에 대한 지난해 수출실적은 90년도에 비해 42%가 증가한 47억달러에 이르고, 수입 역시 47%가 증가한 11억달러로 중국과의 무역거래가 대만의 무역거래 총규모의 4.2%에 이르고 있다.

 무역 내용을 보면 대만이 중국으로부터 원자재를 수입하고 기계류를 수출하는 대표적인 보완무역 형태이다. 증대되는 무역에도 불구하고 대만의 국민당은 중국과의 접촉을 아직도 원칙적으로는 불허하고 있는데, 경유 무역지인 홍콩이 97년에 중국으로 귀속되면 양국간의 무역관계가 어떤 형태로 발전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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