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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영 교육부장관

“한의대 신입생 줄일 수밖에 없다”

박성준 기자 ㅣ 승인 1996.09.26(Thu)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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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조성휘
 
 
교육부가 역대 어느 때보다 바쁜 현안 부서로 떠오르고 있다. 문민 정부가 화두로 삼은 ‘교육 개혁’을 정책 수단을 통해 현장에 접목하고 있으며,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한총련 사태의 뒷수습을 맡았는가 하면, 한의대 사태 역시 진원지가 학원인 탓에 보건복지부 대신 사태 해결의 ‘총대’를 짊어졌다. 정치학과 행정학을 전공한 학자로서 교육부에 입성한 안병영 교육부장관은 사태를 해결하는데 원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를 만나 교육계 언저리에서 발생하는 현안들에 대한 입장을 들었다.

교육 개혁의 요체가 얼마나 많은 시간을 두고 지속적으로 개혁 과제를 실행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볼때, 그동안 진행된 개혁 작업에는 비판 받을 점이 없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진행 되어온 개혁의 성과와 어려움, 앞으로의 과제를 밝혀 주십시오.

 현재 추진하고 있는 교육 개혁은 과거와 다릅니다. 여기서 과거와 다르다 함은, 이번 개혁이 구조적 틀을 완전히 바꾸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광복 이후 이제껏 계속되어온 교육 체제는 획일적·규제위주·공급자 중심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것을 특성화하고, 자율적이며 학습자 중심인 체제로 바꾸려는 것입니다.
이는 세계화·정보화 시대에 대비하기 위한 국가 전략이라는 의미도 지니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개혁 과제의 수가 엄청나게 많습니다. 1~3차 보고를 통해 제시된 개혁 과제는 모두 1백2개에 이르는데, 현재까지 전부 또는 일부 시행하고 있는 것은 41개입니다. 교육개혁을 추진해온 지 1년 남짓한 시점에서 성과를 말하기에는 이른감이 있으나, 대체로 보아 초등·고등 교육 분야에서는 일정한 성과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문제는 중등 교육이 대학 입시라는 벽에 부딪혀 기대한 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미래는 낙관적입니다.

한총련 사태 당시 학생들의 행동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한총현 사태는 정부·대학 당국은 물론 언론·시민사회 등 우리 모두에게 책임이 있습니다. 민주화가 진척되면 스러질 것이라는 낙관론에 기대어 일부 학생운동 세력이 폭력화·반체제화해도 아무도 이를 지적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같은 사회 분위기를 틈타 대학생들은 벌거벗은 폭력을 휘두르고, 주체사상이나 공산주의 같은 교조주의에 사로잡혀 반사회적 언행을 일삼는 불가사의한 일을 저질러 왔습니다. 8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우리 사회에는 이들 학생에게 이론을 제공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좌파 성향지식인이나 재야인사들이 바로 그들입니다. 그런데 문민 시대 이후 이들은 거의 대부분 제도권으로 들어왔습니다. 지속적인 이론적 자양분을 공급받지 못한 결과, 형해화·교조화한 사상 체계와 관료화·전체주의화한 규율만 남아 있을 뿐입니다. 이같은 사정을 잘 알면서도 문제점을 지적 했다가는 반동·보수라는 비난을 받을까 봐 정당한 목소리를 내지 못한 데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우리사회에 비판적 이성과 행동하는 양심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교육부는 한총련 사태의 재발 방지책으로 학사 관리를 철저히 하고, 총학생회의 각종 자금원을 차단한다는 방안을 내놓았습니다. 또 다른 방안은 없습니까?
 교육부는 대학이 그동안 학생 지도에 다소 느슨해지고 무관심해진 경행을 중시해 학생 지도 체제를 정비해 교수들이 좀더 세심하게 학생 지도에 임할수 있도록하고, 학생 활동 공간 배정 및 운영에 대해 합리적이고 철저한 지도 방안을 강구할 것입니다. 학생회관이나 교내 건물·시설 등이 화염병 제조창·집하장이 되고, 수배 학생들의 기식처가 되어서는 안되겠습니다.

학생들의 과격 행동을 자제시킬 교육적 방도는 무엇입니까?
 장기적으로 우리 사회에 건강한 민주적 시민 문화가 확산되는 일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만약 중·고등학교 교육 과정에서 우리 학생들이 비판적으로 사유하고, 자유롭게 토론하며, 서로가 생각을 나누는 습관과 능력을 키웠더라면 대학에 들어와 주체[사상 따위 교조주의의 사상적 포로가 되 않았을 것입니다. 북한의 주체사상이 얼마나 전근대적인가 하는 점은 외국에 나가 보면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몇 년 전 유럽에서 열린 학술회의 때 그쪽의 좌파 성향 지식인들과 대화 할 기회가 있었는데 , 이들도 한결같이 오늘날의 북한을‘사상적·정치적 금치산국’이라고 규정했습니다. 이런 점에서 저는 학생들이 해외에 나가 견문을 넓히는 일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학생들의 소행이 아무리 괘씸해도 ‘교육차원’에서 학생들을 다스리는 방법은 ‘사법차원’과 달라야 하는 것 아닙니까?
 지나친 관용은 더 큰 불행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또 사법 처리와 학칙에 의한 학사 징계는 별개 성격으로 봐야 합니다. 학생이 사법 처벌을 받았다면, 그 행동 내용에 따라 학생으로서 학칙에 의한 처벌을 당연히 따로 받아야 한다고 봅니다. 그것이 오히려 교육 원칙에 충실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총련 사태에서와 달리 한의대 사태에서는 교육부가 원칙을 저버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대형 제적 사태를 막아 보자는 생각과, 교육 외적 현안으로 학생 또는 학교에 교육부가 밀리는 사태를 단절해 보자는 생각 사이에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한의대생들의 집단 수업 거부 행위는 한 ·약 분쟁이 라는 요인이 작용하여 교육 정상화를 가로막았닫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유사한 사례가 반복될 경우 교육 부실화를 초래할 우려가 있어 처음에는 어떤 규정도 개정을 인가해 주지 않을 방침이었습니다. 그러나 수업 정상화를 위한 대학별 자구 노력을 파악하기 위해 현지점검단을 파견한 결과. 대학측의 열의와 상당수 학생들의 수업정상화 노력을 확인할 수 있어 조건부로 학칙 개정안을 승인했던 것입니다. 원칙을 벗어난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한의대게 제적 문제와는 별도로 한의대생들의 유급 문제는심각합니다.이 때문에 내년 학사 관리와 신입생 선발 작업에 상당한 혼란이 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유급된 4천5백여 학생들은 96학년 1학기 동안 수강할 예정이던 과목을 다시 이수하여야 하며, 이를 배려하기 위한 어떠한 편법도 있을 수 없습니다. 또한 97학년도 한의대 신입생 선발 문제는 대학의 수용 능력과 교육과정 운영 여건 따위를 전반적으로 검토래 결정해야겠지만, 현재 여건으로는 96학년도에 비해 감축이 불가피 합니다. 다만 대폭 감원하면 한의과대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선의의 피해를 주게되고 사회적 충격도 클 것이 우려되므로, 해당 대학의 여건을 고려해 적정 규모를 결정할 계획입니다.

장관께서는 취임 이후 줄곧 교욱에 대한 개인의 소신을 밝히기를 주저하셨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 삼아 교육이 나아갈 바에 대한 장관의 견해를 밝혀 주십시오.
저는 교육을 생각할 때 무한 경쟁과 더불어 사는 인류 공동체라는 두가지 명제를 항상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무한경쟁은 바로 창의성교육과 연결되며, 더불어 사는 인류 공동체는 인간화 교육과 직결됩니다. 저는 특히 인간화 교육을 위하여 유아교육·특수교육·학습부진아 교육·중도 탈락자 교육·해외 귀국 자녀에 대한 적응 교육등 다섯 가지 분야를 따로 장관 프로젝트로 삼아 진흥책을 마현하고 있습니다. 그밖에 산적한 교육 현안 가운데 장관 재임 동안 곡 해결해 보고 싶은 일은 사교육비를 줄이는 것입니다. 머지 않아 개설될 멀티 미디어 교육센터도 바로 이같은 취지에서 창안한 기구입니다. 앞으로 이를 통해 교육 정보를 종합 서비스함으로써 학생 스스로 과외를 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는 한편 , 교육 방송과 학교 현장에서 방과 후 교육 활동을 활성화해 사교육 분야를 공교육 안으로 끌어들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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