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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북한산 마약 '큰 고객'

매달 필로폰 1㎏ 이상씩 유입 … 중국산으로 둔갑해 나돌아

정희상 기자 ㅣ 승인 1997.07.24(Thu)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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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후반 들어 중국이 한국에 필로폰을 공급하는 '기지'구실을 하면서 그동안 베일에 가렸던 사실이 차츰 드러나기 시작했다. 북한 마약의 한국 상륙이 그것이다. 그동안 중국에서 밀반입한 필로폰은 모두 중국산으로 통했다. 그러나 취재진이 국내 마약 밀매단 세계를 수소문한 결과 중국에서 반입된 필로폰 중 상당향은 북한산이 중국산으로 둔갑한 것으로 알려졋다. 다만 남북 관계의 특수성 때문에 적발된 국내 밀매단이 모두 중국산이라고 우기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산 마약의 국내 침투가 공개적으로 발표된 것은 지난 5월 23일, 서울지검 의정부 지청이 적발한 필로폰 2백g(시가 약 6억원)이 첫 사례였다. 검찰은 의정부·동두천 등지의 유흥가와 중소기업인들을 대상으로 필로폰을 판매해온 일당 8명을 구속하면서 이 마약이 중국 심양을 통해 반입된 북한산 필로폰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밀반입해온 김 아무개씨 등 2명이 잠적해 북한 마약의 정확한 국내 유입 경로는 밝히지 못했다.

취재진은 수소문 끝에 그 내막을 잘 알고 있는 이 아우개씨를 만났다. 그는 지난 5월 사업차 중국에 갔다가 우여곡절 끝에 북한 마약 밀매 조직과 접촉해 국내 반입 '협상'을 벌였던 사람이다. 그에 따르면, 중국 심양을 거점으로 하여 북한 공작요원과 조선족이 손잡은 필로폰 밀매 조직이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이미 지난해부터 국내 밀매 조직과 결탁해 북한산 필로폰을 매월 1㎏씩 3만달러를 받고 한국에 들여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조직은 한국에 북한 마약 공급선을 확대하려고 이씨에게 접근했는데, 이씨는 가격 조건이 안 맞아 반입을 포기했다고 한다. 이로 미루어 국내에는 이미 상당량의 북한 마약이 중국산으로 바뀌어 나돌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이 해외 마약 밀매에 깊숙이 간여하고 있다는 구설에 오른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80년대 이후 세계 20여 나라에서 북한 마약이 약 50건 적발된 바 있다. 가장 최근 일로는 지난 4월 23일 일본 미야자키 지검이 북한 화물선 '지송 2호'에 북한산 필로폰 60㎏을 싣고 들어온 조총련계 사업가 2명을 기소한 사건을 꼽을 수 있다.

북한 마약이 적발된 실태를 살펴보면 이들이 러시아·중국 등에는 헤로인과 아편을, 한국·일본 등에는 필로폰을 주로 공급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는 각국의 소비 시장이 선호하는 마약이 저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북한내 마약 생산 시설도 크게 둘로 나뉜다. 우선 헤로인과 아편 생산을 위해 89년부터 양귀비 재배 면적을 늘렸는데 현재 황해도 개성, 평북 영변, 평양 인근 상원 지구 등에 대규모 아편 농장이 있다. 여기서 채취한 원료는 함북 청진에 있는 나남제약공장으로 옮겨져 연간 40t 가량 헤로인과 아편으로 만들어진다고 한다. 북한측은 필로폰 제조를 위해 95년 8월 독일에 원료 물질인 염산에페드린 20t을 발주하여 약 15t 가량을 수입했다고 한다.

북한의 마약 밀매는 노동당 재정 경리부 산하 39호실을 비롯해 대성총국 원산·해주 연락소가 주관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들 기관은 해외 공관과 무역상사 등을 통해 국제 마약 소비 시장에 북한산 마약류를 공급하고 있다. 문제는 그동안 강 건너 불로만 여겼던 북한산 마약이 국내에 들어와 어느새 발등의 불로 떨어졌다는 점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중국산과 북한산 마약을 제대로 가려낼 줄 모르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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