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상처 다시 덧날라” 3백억원 포기한 김종필 총재
  • 편집국 ()
  • 승인 1997.09.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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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마당

“과거 상처 다시 덧날라”
3백억원 포기한 김종필 총재

자민련 김종필 총재가 3백억원을 포기했다. 서울지법은 지난 8월 28일 신군부에게 땅을 빼앗긴 강창진씨(70)가 국가를 상대로 낸 준 재심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강씨는 자민련 김종필 총재에게서 명의 신탁을 받아 충남 서산 삼화축산 목장 부지 중 8만3천여 평을 관리했던 인물. 김 총재는 80년 이 땅을 포함해 삼화축산 목장 전체 부지 3백여만 평(시가 3백억원))을 신군부에 강제로 헌납했었다. 따라서 김 총재가 소송을 제기하면 3백억원짜리 땅을 되찾을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하지만 김 총재 측은 이미 그 땅을 79년 운정장학재단에 기증했기 때문에 소송을 제기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김 총재의 아호를 따서 설립한 운정장학재단은 현재 유명무실한 상태이므로 김 총재는 3백억원에 대한 권리를 포기했다고 볼 수 있다.

김 총재가 땅 권리를 포기한 배경에는 대선을 앞두고 부정 축재 시비가 들먹이기를 바라지 않는 심리도 깔려 있을 것이다. 그 때문에 정가에서는 ‘김 총재가 이미지 관리비로 3백억원을 썼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KT와 살림 같이 못 한다”
이 철 고집에 속 타는 조 순

민주당 총재를 맡아 몸 불ㄹ기에 들어간 조 순 서울시장이 오히려 살이 마를 지경이다. 조 시장이 최우선 영입 대상을 생각하고 있는 국민통합추진회의(통추)마저도 엇나가고 있는 까닭이다. 조 시장 측은 이 철 · 노무현 · 유인태 · 원혜영 전 의원 등 스타 군단을 끌어들여 수도권지지 기반을 다진다는 복안이지만 현재로서는 여의치 않다.

특히 이들 중 ‘원로급’에 속하는 이 철 전 의원의 합류는 거의 절망적이다. 이기택 전 대표에 대해 적의에 가까운 감정을 품고 있는 그가 이 전 대표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민주당에는 절대로 들어가지 않겠다고 하기 때문이다. 그의 뜻이 워낙 강경해 통추 전체의 발걸음도 덩달아 무거워지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패한 뒤 일본에 건너간 이씨는 현재 도쿄 대학 사회정보연구소에서 정보통신학을 공부하고 있다. 조 시장 측은 그가 추석 전에 귀국하기를 바라고 있지만 ‘조 시장이 민주당이라는 낡고 병든 집단에 둥지를 튼 것은 대단히 잘못된 선택’이라는 것이 그의 응답이다. 그는 조 시장이 이기택 저 대표에게 계속 업혀 가면 계속 일본에 눌러앉아 공부를 계속할 생각이다.

‘색깔’ 시비 일면 가차 없이 처단
여당 뺨치는 야당 판 매카시즘

공안 정국이다. 나라 전체가 아니라 국민회의 내의 분위기가 그렇다. 오익제 씨가 월북한 이후 여권의 색깔 공세가 시작되자 국민회의 지도부는 쓸데없이 사상 시비에 휘말리는 인사는 가차 없이 당에서 내보내겠다는 입장이어서 당내에 공안 찬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명함에 남조선이라고 표기해 물의를 빚은 이석현 의원은 압력에 못 이겨 끝내 눈물을 흘리며 탈당했다. 당 지도부는 그가 제 발로 걸어 나가지 않으면 윤리위에 회부해서라도 쫓아내겠다는 단호한 입장이었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당내 인사들은 혹시라도 구설에 휘말리지 않을까 전전긍긍한다. 이 의원이 탈당하던 날 한 당직자는 사색이 되어 당 지도부를 찾아다니며 해명하기에 바빴다. 그는 최근 황장엽 파일에 이름이 올라 안기부에서 조사받고 무혐의로 풀려났는데, 그 사실이 당 지도부에 알려졌기 때문이다.

당의 분위기가 이렇듯 살벌하다 보니 뒷말이 안 나올 수 없다. ‘대선 승리도 좋지만 우리 당마저 색깔 문제에 이성을 잃어서야 되겠느냐’ ‘매카시가 여당에만 있는 줄 알았더니 우리 당에도 있다’는 탄식이 절로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회창 대표 깜짝 놀래킨
허수경 ‘전격 교체’구설

자라 보고 놀란 이회창 대표가 솥뚜껑을 보고 놀랐다. 최근 이 대표 측은 난데없이 방송인 허수경 씨 사퇴 압력설로 곤욕을 치렀다. 사건은 MBC 라디오 <정오의 희망곡>을 진행하던 허수경 씨가 지난 8월 25일 이 대표 측 사람과 주차 시비를 벌인 뒤, 생방송에서 이 대표를 비판하는 듯한 발언을 한 데서 비롯했다. 이 날 이 대표는 아침 프로 <10시 임성훈입니다>에 출연하려고 방송국을 찾았었다. 생방송 직후 일부 언론은 이 대표 측의 항의로 허씨가 전격 교체되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화들짝 놀란 이 대표 측이 부랴부랴 알아본 결과, 모두 낭설이었음이 밝혀졌다. 허씨와 주차 시비를 벌인 사람도 언론이 보도한 대로 이 대표 경호원이 아니라 신한국당 신 아무개 의원 운전 기사였고(이 대표는 경호원이 없슴), 허씨는 미국 유학을 위해 8월 말 방송사를 그만둘 예정이었다. 이 대표 측이 MBC에 항의한 사실도 없음이 확인되었다. 결국 촌극으로 끝나기는 했지만, 병역 문제에 시달려온 이 대표 측은 이처럼 ‘작은 사건’ 하나에도 덜컹 가슴이 내려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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