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 음악 신세대 ‘제도권’에 진입
  • 성우제 기자 ()
  • 승인 1997.09.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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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연남동에 있는 한 건물 지하. 문을 열면 뜨거운 열기가 훅 끼쳐 온다. 탁자 위에는 미납된 전기 요금 독촉장이 놓여 있다. 록그룹 천지인의 연습실이다. 그들은 여전히 가난하고 배가 고프지만 그 어느 때보다 고무되어 있다. 하루 10시간 연습을 해도 힘든 줄을 모른다. 결성된 지 5년 만에 첫 합법 음반 <離集>을 내면서 ‘대학가’에서 ‘사회’로 활동 무대를 옮겼기 때문이다. <離集>은 천지인에게는 2집 앨범이지만, 합법적인 유통 경로를 통해 발표되는 첫 음반이다.

5년 전 그룹 천지인이 록 스타일의 민중음악을 들고 나왔을 때만 해도 그들은 ‘민중음악 신세대’라는 다소 비난 섞인 평을 들어야 했다. 그러나 90년대 중반 이후 록 음악이 대학가에서 주류 음악으로 자리를 잡는데 적지 않게 기여했다고 천지인 멤버들은 자부한다. “천편일률적인 민중음악에 록 형식을 도입해 젊은이들의 호응을 얻고 싶었다”라고 김정은씨(26 · 건반)는 말했다. 이들의 신세대다운 시도는 <청계천 8가> 같은 대학가 히트곡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평범한 사람들의 좌절과 희망을 노래한 2집은 장중한 사운드와 경쾌한 리듬, 그리고 효과음 사용을 최대한 줄인 데서 나온 날카롭고 담백한 소리로 가득차 있다. 그룹 천지인은 땀내가 흠씬 나는 신곡들을 9월 2~7일 ‘결성 5주년 기념 콘서트’(신촌라이브극장 벗 · 02-393-8467)에서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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