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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거품으로 끝난 ‘환상 마케팅’

제이유네트워크, 상식 밖 판매 기법 탓에 부도…35만 회원, 2조원 피해 추산

정희상 전문기자 ㅣ hschung@sisapress.com | 승인 2006.05.03(Wed)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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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원 수 35만명에 연 매출 2조원으로 다단계 판매 업계에 돌풍을 몰고 온 제이유그룹 주수도 회장의 사업 방식이 투기성으로 인해 검찰 수사의 도마에 올랐다.  
“그분은 나에게 신과 같은 존재였다. 화상회의에 그분 모습이 비치면 가슴이 뛰었고 지금까지 내 남편에게보다 더한 존경심을 갖고 그분 말씀만 따랐다.” 4월27일 서울 서초동 법원 앞 한 변호사 사무실에서 만난 국내 다단계 업계 선두 주자 제이유그룹(주수도 회장) 회원 김 아무개씨(52)는 눈물을 흘리며 이렇게 말했다. 4년 전부터 제이유네크워크 회원이 되어 전재산 3억여 원을 투입했다는 그녀는 ‘돈을 잃은 것보다 하늘같이 믿어온 주수도 회장에게 배신당했다는 마음의 상처가 더 견디기 힘들다’고 말했다. 

 함께 참석한 다른 중년 여성 회원 3명도 처지는 비슷했다. 남편 몰래 2억원을 투자했다는 이 아무개씨는 ‘박세직씨 같은 분이 나서서 좋은 사업이라고 권유하는데 믿지 않을 서민이 어디 있겠느냐’라며 제이유 마케팅에 동원되어 서민 투자자를 현혹한 일부 저명인사들을 원망했다. 청주에서 올라온 50대 피해 여성은 “2억4천만원을 투자해서 80점을 땄지만 약속한 수당은 주지 않았다. 사회 지도층 회원들에게는 수당을 다 주고 우리처럼 약한 사람들만 제외한 사실을 알고 피해자가 뭉치는 길밖에 없다고 생각해서 나왔다”라고 말했다. 이날 모임은 제이유네트워크피해자 전국비상대책위원회 현순환 위원장이 주수도 회장을 사기 및 유사수신행위 혐의로 민형사 고소하기 위해 피해자들을 규합한 자리였다. 

 소비생활 마케팅 네트워크(TNM)를 표방하며  국내 다단계 시장을 단숨에 석권했던 제이유네트워크 주수도 회장의 신화가 무너지고 있다.  서울 동부지검 형사6부(김진모 부장검사)는 4월24일과 27일 두 차례에 걸쳐 제이유 본사 및 관련 계열사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 수색을 벌이고 주수도 회장과 임원 10여 명을 출국 금지했다.

제이유는 1999년 12월 다단계 판매업자인 주수도 회장이 설립한 주코라는 회사에서 출발했다. 주회장은 ‘소비생활 공유 마케팅’이라는 새로운 물건 판매 기법을 사용해 사세를 급격히 키웠다. 이는 회원이 다른 회원을 끌어들이는 실적에 따라 이익을 챙기는 기존 피라미드 방식과 달리 자기가 쓸 소비재만 구입해도 2백50%에 이르는 수당을 준다는 판매 기법이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이런 환상적인 마케팅 기법은 다단계 시장에 돌풍을 일으켰다. 2002년 주코에서 제이유네트워크로 상호를 변경한 주수도 회장은 공격적으로 회원 모집에 나서는 한편 애국주의 이데올로기를 적극 활용했다. 즉 회원에 가입해 매출을 올리면 중소기업과 농어촌을 살리는 토종 기업을 키우는 애국 행위라고 홍보했던 것이다.  

회원들 ‘투자금 250% 수익 보장’에 속아

주회장은 또 전·현직 사회 저명인사들을 대거 마케팅 자문위원으로 끌어들여 이들을 직·간접으로 활용해 일반 회원을 모집했다. 
그 결과 2002년 여름부터 월 매출액에서 국내 다단계 시장 선두 주자로 나서기 시작한 제이유네트워크는 지난해 매출액 2조원에 회원 수 35만명, 전국 가맹점 3천여 개, 24시간 편의점형 마트 1백60개, 빌딩 21채를 소유해 외형상 재벌급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상식을 벗어난 투자금 2백50% 수익 보장이라는 제이유의 신종 마케팅 방식은 그 투기성 때문에 오래 버티기 힘들었다. 표면적으로 제이유네트워크가 몰락하게 된 발단은 지난해 초 다단계 가맹 업체 조합인 특판공제조합이 제이유네트워크에 보험금 성격으로 내야 할 밀린 부담금 1천6백억원을 부과하면서 비롯되었다. 제이유가 부담금이 많다며 납부를 거부하자 특판조합은 공제거래 해지 결정을 내렸고 12월2일 제이유네트워크는 문을 닫아 더 이상 신규 매출이 발생하지 않게 되었다. 주회장은 대신 새로운 회사로 제이유피닉스와 제이유백화점을 세워 회원들을 끌어들였지만 이미 2조6천억원대를 투입한 35만 제이유네크워크 회원들은 대규모 피해자로 둔갑했다.

제이유 사업 방식을 잘 아는 회원들은 사태가 이 지경에 다다른 이유를 주수도 회장의 허황된 사업 방식에서 찾고 있다. 주회장은 공유 마케팅의 약발이 떨어져 약속된 수당을 지급하지 못하게 되자 지난해 여름 ‘촉진2’라는 새로운 마케팅 기법을 발표했다. 그는 화상회의를 통해 이 제도가 ‘완성된 최종 마케팅 기법’이라며 투자 유치를 독려했다.

이 과정에서 군산 앞바다 석유 탐사와 금광 개발을 핫이슈로 부각시켰다. 주회장은 자기가 직접 60억원을 석유 탐사 업체인 지구지질정보에 투자한 뒤 반신반의하는 회원들을 상대로 3백조원 수익이 발생할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사실상 투기성 자금유치를 노린 주회장의 전략은 맞아떨어졌다. 주저하던 회원들이 고작 4개월 만에 1조6천억원 매출을 발생시킨 것이다. 그러나 그 직후 제이유네트워크가 문을 닫음으로써 피해자만 양산되고 말았다.

석유 탐사 등으로 꾀어 더 큰 피해 유발

 이에 대해 제이유피닉스 윤기연 부사장은 “35만 회원의 가족을 4명씩만 쳐도 100만명이 넘고 납품 업체 4백여 개, 가맹점 3천개 등까지 합치면 수백만명 제이유 식구들이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데도 신중치 못하게 1천6백억원의 부담금 납부를 결정한 공정거래위원회 출신 특판조합장의 결정에 책임이 크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는 5월 중국 시장이 처음으로 개방하는 다단계 사업에 암웨이와 제이유가 진출하기로 되어 있는데 이를 앞두고 수사와 폭로가 이뤄졌다”라고 주장하며 최근 벌어지는 사태에 다국적기업 음모론을 폈다.

   
 
ⓒ한향란
투자 피해자들은 제이유의 마케팅 방식을 사기극이라고 주장하며, 주회장 구속과 피해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기자가 피해자들을 직접 만나 경험담을 듣고, 각종 내부 문건을 입수해 살펴본 결과 주수도 회장은 애초부터 겉다르고 속다른 태도로 투자자를 현혹해 스스로 몰락을 자초했다는 점이 드러났다. 그는 소비생활 마케팅이 중소기업을 살리는 일이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매출 올리기를 독려했다. 그러나 제이유에서 작성한 50여 개 중소기업 ‘상품 매입 단가표’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대부분 중소기업에 상품 판매가의 8~15% 선만 지급한 채 회원을 상대로 해서는 무려 10배 이상에 팔았다. 이들 중소기업에 일일이 확인해보니 대부분 그나마 물건 대금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투명 경영과 정도 경영을 통해 존경받는 기업인이 되겠다던 주수도 회장은 서민들의 애국심에 호소하며 막대한 수당을 지급하겠다는 약속을 내세운 채 물건을 대량 매입하도록 했다. 하지만 그동안수당은 저명인사 회원들에게 중점적으로 지급되었다. 또 인터넷 신문 ‘폴리뉴스’가 최근 내부 문서라며 폭로한 자료에 따르면 제이유는 지난 수년 동안 정·관계, 재계, 수사기관 등에 적게는 5백만원에서 수천만원에 이르는 로비 자금을 뿌린 것으로 나타나 있다.

이에 대해 제이유측에서는 “로비자금 내역은 근거 없는 음해로서 이를 보도한 언론에는 민형사 고소를 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제이유네트워크 피해자들도 오래 전부터 정·관계 로비설이 파다하게 나돌았다고 주장하는 만큼 그냥 묵살할 일은 아니다. 검찰은 정·관계 로비 자료에 대해서도 철저히 수사해 주수도 회장의 비호 세력 실체를 밝혀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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