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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의 공동체의식 다시 찾아야”

정리ㆍ정희상 기자 ㅣ 승인 2006.05.04(Thu)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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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소외’문제 좌담 /??좌절감과 허무주의 극복해야??…??새 정부, 전향적 개혁 펴라?? 조희연(성공회신학대 교수ㆍ사회학) : 14대 대선 결과 승자의 화려함과 패자의 은퇴가 갖는 극단적인 명암을 보면서 국민도 많은 생각을 하는 것 같습니다. 이 과정에서 호남소외라는 문제가 새삼 우리 눈앞에 확연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건전한 통합과 개혁을 위해 이 문제를 분석해 보고자 좌담을 마련했습니다. 먼저 대선 결과 드러난 지역분할 구도를 평가하면서 현존하는 지역감정 문제를 전반적으로 풀어나가 보죠.

 윤구병(충북대 교수ㆍ철학) : 선거 결과 드러난 표를 산술적으로만 보면 일견 호남주민의 지역감정이 더 컸다고 얘기할 수 있는 소지도 있습니다. 그러나 내용으로 들어가면 영호남 지역에서 표로 표출된 지역성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양비론으로만 판단할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그 차이가 어디서 생기고 무엇인지를 알아야 하니 않을까요?

 이종오(대구 계명대 교수ㆍ사회학) : 선거 전까지만 해도 지역감정이 87년 대선 때처럼 크게 대두되리라고 예측한 사람은 별로 없었어요. 지난 3ㆍ24총선에서 지역주의가 상당히 완화돼 나타났고, 확고한 지역연고를 갖지 않은 국민당이 뛰어들었으며, 30년간 한국의 지배체제 중심을 이룬 이른바 TK가 이번 선거의 주역이 아니었다는 점 때문이었지요. 그러나 14대 대선은 이런 예상을 꺾고 지역주의가 87년 보다 오히려 심화된 형태로 나타났다고 봅니다. 이것은 우리 사회에 두 가지 커다란 문제를 던져주었습니다. 하나는 한국정치에 영호남 대립구도가 고착됨으로써 호남 대중이 우리 사회에서 영원한 소수파로 남아 국가통합의 앞날에 불길한 징조로 나타나지 않겠는가 하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한국정치가 이렇게 지역주의로 고착되면 개혁세력이 정치세력화 할 여지가 사라진다는 거죠.

 조희연 : 이번 선거 결과 김영삼 후보가 승리한 첫 번째 요인이 지역성에 의한 몰표이고 두 번째가 도시 중산층의 보수화였다는 분석이 일반적입니다. 저는 그 두가지 중 지역적 몰표가 보다 중요한 변수였다고 생각합니다. 김영삼ㆍ김대중 후보의 표차이가 1백90여만표로 드러났는데 영남 유권자가 4백90만, 호남 유권자가 3백50만이니까 여기서 벌써 1백40만표 차가 났죠. 결국 1백90만표 차에서 4분의 3을 지역성에 의한 몰표로 얻었고 나머지 50여만표는 전국적인 보수화현상에 의한 득표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더구나 김영삼 후보 당선의 주요 근거가 되는 영남지역의 몰표는 그 계기가 부산기관장모임이라는 부도덕한 사건으로 촉진됐다는 점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한다고 봅니다.

 “DJ 은퇴. 한국정치 발전에 기여?? 윤구병 : 지역감정이 대선 결과를 좌우했다는 점은 분명하나 이것이 고착될 때 호남인들이 영원한 소수로 머물지도 모른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생각을 달리합니다. 지금 호남인들은 김대중씨나 호남대중 모두 지역감정의 희생자라고 말합니다. 지역감정 문제가 나와서 호남대중이 한번도 이익을 본 일이 없기 때문에 그들에게는 지역감정을 온존시킬 필요가 없다는 거죠. 지금까지 나타난 영호남 지역감정도 구별해서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호남에서 인위적으로 생성ㆍ발전된 지역감정과 영남을 중심으로 한 TK정권이 호남지역을 고립시킴으로써 패권을 추구하기 위해 덮어씌운 지역감정은 다르기 때문이죠. 호남지역이 역사적으로 소외를 당할 때 어느 정도 진보적 성향의 지도자가 나타나면 소외문제를 해결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서 표를 던져온 역사적 배경도 살펴야 합니다. 이승만 정권 때의 조봉암씨 경우와 또 윤보선씨와 박정희씨가 대결한 63년 선거 때는 윤보선씨가 박정희씨를 빨갱이로 몰아붙이자 호남 인심이 하룻밤 사이에 박정희 쪽으로 돌아섰습니다. 당시 박씨는 결국 윤씨에게 호남에서 얻은 표의 우위만큼 지켜 당선됐습니다. 호남인이 김대중씨를 전폭 지지한 것도 그런 점으로 볼 수 있는데 김씨가 호남인이라는 점은 불행했습니다. 따라서 차별에 저항하는 호남대중의 적극적 정치의식이 그동안 김대중씨에 대한 적극적 지지로 표현됐지만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앞으로 다른 형태로 승화ㆍ발전되어 생산적인 힘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이종오 : 63년과 67년에 박정희씨와 윤보선씨가 대결할 때에도 영호남 구도는 아니었으나 지역감정에 의한 투표동원 형태는 있었습니다. 당시 공화당 이효상씨 같은 이는 경상도에 와서“신라 이후 1천년 동안 영남에 왕이 안나타났으니 이번에 영남에서 대통령을 내보자??는 식으로 운동을 했고 실제로 그런 감성적 동기에 의한 표 동원이 나타났습니다. 그러다 김대중씨가 후보로 나왔던 71년 대통령선거가 지역주의에 의한 동서분할의 원년이 되었지요. 그러나 71년만 하더라도 한국의 정치구도가 영호남으로 갈라졌다고 단정 지을 정도는 아니었어요. 저는 영호남 구도가 가장 확실하게 정착된 계기를 80년 광주민중항쟁으로 봅니다. 독재 대 민주의 대결구도가 경상도 군부 대 호남 민중의 대결이라는 양상과 맞물려 나타났습니다. 그 뒤 87년 대통령선거에서 양 김이 단일화를 이루지 못했기 때문에 정치적 지역주의가 완성된 형태로 나타났던 것이죠. 그리고 90년 3당 합당 이후부터 92년까지는 기존의 영호남 구도가 호남 대 비호남이라는 구도로 정착되는 시기였습니다. 이 기간 중 김대중씨와 야당세력이 이런 정치구도를 타파하지 못했기 때문에 92년의 패배는 예정된 패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조희연 : 저는 지역감정 문제를 호남과 광주만의 문제로 보는 것은 본질적인 시각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우리 사회의 정치ㆍ경제ㆍ사회ㆍ심리적인 면에서 차별이 심화돼 있고, 그 저항의 지역적 표현으로 다른 지역에도 있지만 호남에서 전형적인 형태로 표출됐다고 봅니다. 기본적으로 현재의 지역주의적인 투표성향을 만든 장본인은 독재권력 이었습니다. 박정희 정권의 정치적 몰락과정은 그의 지역적 지지기반이 몰락하는 과정과 맞물려 나타났고, 이 과정은 양김 지도자의 지역적 지지기반이 확대되는 과정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지역분할 통치를 결정적으로 굳힌 사람은 노태우 대통령이었습니다. 87년 대통령선거에서 노태우 후보가 사용한 선거 전략이 바로 현재와 같은 지역분할 구도의 출발이었습니다. 1단계는 노태우 후보가 지역분할 구도를 선거 전략에 활용하는 단계였는데 당시의 목표는 DJ와 YS 모두를 지역적 지도자로만 머물러 있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2단계는 88년 4ㆍ26총선 이후로 노태우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만든 지역분할 전략이 노정권이 예기치 않았던 정반대의 결과를 만들었던 때입니다. 이 단계에서 호남대중이 DJ를 압도적으로 지지했기 때문에 노정권 입장에서는 DJ를 희생양으로 만들기가 수월했던 겁니다. 세 번째 단계는 90년 3당 합당 이후인데 YS가 TK정권과 결합함으로써 기존의 대구ㆍ경북으로 좁아진 지역기반은 범 영남으로 확장됐고 그로써 양측 모두 안정적인 권력 생산이라는 반대급부를 갖게 된 거죠.

 “영호남 문제, 양비론으로는 안된다?? 윤구병 : 이종오 선생께서는 71년을, 그리고 조희연 선생께서는 87년을 지역감정 심화의 원넌으로 잡고 계시는데 저는 조금 더 멀리까지 짚어갈 수 있다고 봅니다. 박정희씨가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61년을 시발점으로 보는 거죠. 이때부터 현재의 지역감정이 나올 수 있는 물질적 기반이 형성됩니다. 재벌ㆍ군부ㆍ관료 등이 특정지역에 편중되는 현상은 이때부터 시작됐고 그것이 누적된 결과 지금은 호남 인맥이 아주 끊겨버린 상태입니다. 김영삼 차기대통령이 요즘 지역감정을 해소하기 위해 인재를 고루 등용한다고 하지만 호남은 지난 30년 동안 인재가 고갈돼 버렸기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취업문제만 해도 경북대 졸업생 취업률 80%에 비하면 전남대 졸업생 취업률은 그보다 크게 낮은 45% 선에 머물고 있습니다. 결국 지역감정의 물질적 토대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그것이 해소되는 것은 요원한 일 아니겠습니까.

 이종오 : 60년대 이후 박정희 군부정권에 의해 공업화ㆍ근대화가 이루어지면서 지역적 연고주의가 결합된 것은 분명합니다. 이 과정에서 호남에 대한 지역적 편견과 차별이 생기고 동전의 양면처럼 정치권력 구조와 연결되어 지금은 사회적 실체가 돼버렸습니다.

 조희연 : 우리 사회에 지역주의적 투표성향을 부르는 물질적 기초가 엄연히 존재한다는 점에서 구조적 차별에 저항하는 투표행위 자체는 정당성이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호남 민중만 차별을 받은 것이 아니죠. 60년대 이후 산업화가 초래한 지역적 불균형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호남 외에도 강원ㆍ충청권 등에 모두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지배체제가 그중 가장 소외받고 배제되는 대상인 호남지역을 유독‘지역감정의 화신??으로 낙인찍어 사회 심리적 허상을 만들어냈습니다. 호남을 낙인찍으면 다른 지역 대중은 상대적인 심리적 보상을 받음으로써 호남 배제가 정당화되고 더 나아가 다른 지역 소외를 희석시키는 효과를 얻은 겁니다.

 윤구병 : 영호남 지역감정에는 편차가 있기 때문에 그것을 극복하는 방안도 달라져야 한다고 봅니다. 물론 DJ가 그런 입장을 취했기 때문이라 볼 수도 있지만, 호남인들은 지금까지 끊임없이 쇠잔하지 않고, 압박받고 소외받는 사람들을 위해 변절하지 않고 싸워왔습니다. 그러나 호남 대중에 비해 영남 대중은 지역감정을 극복하는데 입장이 참 곤란해졌어요. 지배권력에 소외당하면서도 그 지역성 때문에 권력을 추인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어서 정당성을 내세우기가 어렵기 때문이죠. 이번 선거 때 대구ㆍ경북에서 YS를 드러내놓고 지지하는 사람이 드물어 오히려 정주영 후보가 압도적인 표를 얻지 않을까 행각하는 사람이 많았어요. 이것은 곧 정당하지 못한 심정으로 투표권을 행사한 측면을 보인 것이거든요. 그래서 영남 대중의 왜곡된 지역감정을 극복해 이 힘을 건강하고 생산적인 것으로 바꾸는 것이 더 중요한 문제라고 봅니다.

 이종오 : 아주 좋은 말씀을 해주셨고 저도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이 문제와 관련해 지역감정을 보도하는 언론의 태도에 상당히 문제가 있다고 보는데 언론은 항상 영호남의 지역감정을 양비론 식으로 다루고 그 차별성을 희석시켜 왔거든요. 일부 보수언론은 더 나아가서 지역감정의 주역이 호남사람인 것처럼 보도하고 있습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지역주의의 최대 피해자는 영남 민중인데도 그들은 자기 지역 출신이 이기는 것이 마치 자신들의 정치적인 진출이나 되는 것처럼 허위의식의 포로가 되어 있습니다. 영남 민중이 그 허위의식에서 해방되는 것이 한국정치 발전과 민주화를 이루는 중요한 고리라고 봅니다. 영남 민중을 허위의식에서 해방시키는 그 역할을 언론과 지식인이 해줘야 하는데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이들에게도 지역감정 문제의 책임이 있다는 생각입니다.

 윤구병 : 그러니까 호남인들의 생산적인 힘을 다시 희생양으로 삼지 않고 사회 전체의 발전을 선도하는 힘으로 이용하려면 이제까지 지배세력에 어쩔 수 없이 야합했던 영남 민중이 각성을 해야 한다는 거죠.

 조희연 : 비슷한 예가 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불황기에 실업자들의 불만을 그 나라의 소수 외국인 노동자에게 돌리게 한다든지 미국처럼 흑인의 의식 각성에 대응해 백인이 흑인을 낙인찍으면서 백인 우월적인 허위의식을 창출하는 예를 들 수 있겠습니다. 전국적으로 보면 지역주의적인 투표 구도를 뛰어넘는 현상이 이번 대선에서도 부분적으로 나타났습니다. 민주당이 약점에도 불구하고 충청도 농촌지역에서 상당한 득표를 한 점이라든지 적은 표지만 박찬종씨의 득표도 지역성을 넘어서는 형태를 보여줬습니다. 호남 민중의 지역적 몰표는 그 자체가 전향적인 요소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잘 결집되면 생산적인 정치에너지로 바뀔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고 봅니다.

 윤구병 : 이 선생님 말씀처럼 영남 민중은 지역감정의 이중피해자라 볼 수 있겠죠. 호남사람도 피해자이기는 하나 지역감정이 왜곡된 형태로 드러나지 않았고 누가 무슨 필요에 의해 지역감정을 구축했는지 명확히 알고 있으므로 그것을 해결하기도 쉽다고 봅니다. 따라서 영남 민중이 갖는 지역감정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어떤 의미에서는 자기 정당성을 믿는 호남 민중이 적극 앞장서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호남사람들은 자신들이 적극 지지했던 DJ의 행적도 참조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무수히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도 모든 것을 용서하면서 자신의 정치적 역정을 끝낸 DJ를 참조해서라도 DJ가 끝내 못 내디딘 지역감정 해소의 길로 호남사람들이 나아가는 자긍심을 보여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종오 : 이 자리에서 양시양비론으로 영호남 문제를 보아서는 안 된다는 점은 합의가 됐습니다. 노파심에서 하나 덧붙인다면 호남사람들이 현재 느끼는 좌절감이 잘못 표출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지역감정의 직접적 피해자인 호남 민중의 정치적 행위가 맹목적이 아니라 건강하다는 점에서 정당성은 인정하지만 항거하는 과정에서도 정당성을 얻어야 할 것입니다. 지난해 로스앤젤레스 흑인폭동 사태라든지 아랍권에 대한 유태인의 맹목적인 대결태도를 예로 들 수 있습니다. 흑인의 핍박과 유태인의 역사적 고통은 누구나 이해하고 해결되어야 한다고 인정하지만 그것이 맹목적으로 나타나는 모습은 정말 불행한 일이었거든요. 따라서 호남 민중이 현재 유지하고 있는 건강성을 높이 사면서 앞으로도 그것을 잃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고 봅니다.

 “전국적 지지기반 갖는 야당 재건 시급?? 윤구병 : 만일 호남 민중이 자신들에게 덧씌워진 지역감정에 사로잡혀 허무주의나 패배주의에 장기간 빠지면 어떤 자극에 대해 지극히 비이성적인 반응을 할 우려도 있습니다. 가령 롯데와 해태가 야구경기를 하는데 심판 판정이 잘못되면 경기장이 난장판이 되도록 분노를 한다든지 하는 예를 들 수 있겠는데 이성이 배제된 이런 행위를 언론이 그릇된 방향으로 증폭시키면 호남인들은 또 하나의 희생양이 될 수도 있는 겁니다. 호남 민중은 그런 점에 유의해야 할 것입니다.

 조희연 : 호남 민중으로만 좁혀서 본다면 지금까지의 투표행위가 고향사람에 대한 친화력과 차별에 저항하는 개혁적 측면 모두를 가지고 있었다고 봅니다. 호남 민중의 향후 정치적 행동과 투표행위가 전자로만 표출된다면 지역주의적 투표라는 부정적 인식을 줄 수가 있습니다. 그것을 뛰어넘기 위한 노력은 호남 민중의 몫일 것입니다.

 이종오 : 향후 한국정치를 전망할 때 지역주의적 구도는 반드시 극복해야 한다고 봅니다. 만일 이것을 극복 못하면 공화당 →민정당 →민자당으로 이어지는 지배세력의 연속 집권을 야당이 선거를 통해 막는 게 무망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입니다. 어떤 학자는 한국사회가 호남ㆍ비호남이라는 두 개의 사회가 존재하는‘평행사회??로 접어들었다고 보는데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스페인의 바스크 분리주의라든지 영국의 스코틀랜드나 웨일즈에서 나타났던 현상이 재연될 가능성이 상당히 큽니다. 그래서 이 문제를 하루빨리 해결하는 것이 정치권과 국민의 과제가 아닌가 합니다.

 조희연 : 저는 이번 대선 결과가 두 가지 측면에서 의미심장한 가능성을 던져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DJ의 은퇴가 갖는 의미입니다. 이로써 호남 민중은 지역주의적 투표 속에 지녔던 개혁적인 측면을 보다 승화할 수 있게 됐고 그만큼 지역감정이라는 허상 속에 묻힌 적극적 정치의식이 발현될 중요한 계기라고 봅니다. 또 YS의 당선이 영남 민중의 지역적 몰표에 의해 이루어짐으로써 영남의 반 호남 감정의 본질이 드러났다는 점도 지적할 수 있습니다. 이는 영남 민중이 자기 실체를 제대로 보고 더욱 적극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보아야 합니다.

 이종오 : DJ가 정계 은퇴를 선언하는 것은 아쉬운 면도 있고 긍정적인 면도 있겠지만 한국정치가 더 발전할 수 있는 유리한 여건을 창출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높이 사고 싶습니다. 우리의 지역주의를 완전히 극복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한국사회의 개혁과 민주적 발전을 지향하는 모든 세력이 정치적으로 연대하고 정치 세력화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봅니다.

 조희연 : 앞으로의 지역감정 극복을 위해서는 정치권과 국민, 사회운동세력 모두 각자의 몫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점은 양김시대 이후의 새로운 정치적 리더십의 구심을 만들어 내는 일입니다. 구체적으로 전국적 지지기반을 갖는 개혁적 야당을 재건하는 것이 굉장히 시급한 문제일 것입니다. 그간 DJ로 집중됐던 호남 민중의 적극적 측면을 수렴하고 YS를 지지하는 과정에 잠재했던 영남 민중의 소극적 측면을 수렴하는 개혁적 중심이 시급히 만들어지지 않으면 국민 가슴에 남은 정치적 공황상태에 결코 희망을 줄 수 없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현재의 민주당이 보수적인 방향, 현상 안주적인 방향으로 희귀할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따라서 국민의 감시의 눈이 더욱 절실하게 요구되는 국면이 아닌가 합니다. 또 진보진영도 국민의 사회발전 여망에 적극 부응하는 자세로 새로운 전국적 야당의 주체로 등장할 수 있도록 변모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것입니다.

 윤구병 : 저는 전국적 개혁야당이 출현하려면 사실상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또 당장 YS 정부가 지역감정으로 훼손된 국민의 마음을 달랠 수 있는 의지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입니다. 지역감정을 해결하려면 자기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희생까지도 감수해야 하는데 그럴 가능성은 없기 때문이죠. 다만 새 정부로서는 지역감정을 더 악화시키지 않겠다는 자세로 지방자치제를 시급히 실시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지역의 정치적 힘이 생산적으로 이용될 수 있는 길을 터주어야 합니다. 또 호남의 지역감정이 소외와 억압에서 나온 감정을 대표하는 것이라고 볼 때 경제적인 평등조처도 반드시 실시해야 합니다. 토지공개념, 금융실명제 등 6공이 미뤄온 개혁정책을 시급히 정착시킴은 물론, 전교조 선생님들을 학교로 복귀시키는 문제라든지 노동법 개정 등을 통해 노동자의 정치참여가 보장될 수 있도록 제반 민주화조치를 앞당기는 길 밖에는 없다고 봅니다.

 조희연 : YS정권이 탄생하는 상황에서‘안정 속의 개혁??을 부르짖는 새 정부는 실험 가능한 개혁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자세를 보여야 합니다. 지역감정 문제는 새 정부가 근본적인 해결을 할 수는 없다고 보지만 일단 지역감정을 유발한 객관적 구조에는 손을 대야 합니다. 지역간의 균형개발 문제라든가 인재의 균형 있는 등용 등이 말로만 그쳐서는 안됩니다. 단순히 각료명단에 한두 사람 넣은 것으로 치장하려는 수준을 넘어설 때 최소한이나마 진지한 개혁이라는 평을 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

 “호남인들이 성숙한 시민의식 보여야?? 이종오 : 국가와 국가정책을 합리적이고 민주적으로 운영해간다면 지역문제를 극복할 고리는 있다고 봅니다. 윤 선생님 말씀처럼 지난 30여년간 호남쪽 인맥을 막아버렸기 때문에 당장 쓰고 싶어도 쓸 사람이 없는 상황에서는 해결하기가 그렇게 쉽지 않겠죠. 그리고 호남이 그동안 특별하게 차별대우를 받았으니까 특혜를 준다고 하면 충청도 사람들, 강원도 사람들, 나중에는 서울 사람들도 나설 테니까 이것은 문제가 있죠. 결국 국가와 사회 전체를 합리적으로 운영해나가면 시간이 흐르면서 지역문제라는 고리도 풀리지 않겠느냐 하는 생각입니다.

 조희연 : 물론 YS 자신이 지역성에 기초해 당선됐으니까 개혁구상이 상당히 퇴색되어 반영 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최소한 광주문제에 대한 전향적 해결자세는 필요합니다. 개혁의 단초라는 점에서 광주 망월동 묘역을 성역화하고 상무대를 시민공원으로 만드는 등의 조처는 더 미루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종오 : 그런 정치적인 제스처가 근본적인 문제해결 방안은 아니지만 필요한 조처들이죠.

 윤구병 : 호남 민중에게도 특별히 당부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저는 호남인들이 80년 광주민중항쟁 기간에 보여준 성숙하고 따뜻한 공동체의식을 다시 한번 발휘할 때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시민들이 쓰러져갈 때 두려워하지 않고, 굶주린 사람은 먹이고 쫓기는 사람은 감추고 잠자리 없는 사람은 재우고 했는데 지금 광주나 호남사람들이 자주적으로 이 상태를 극복해나가는 훨씬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주지 않는 한 이 침체를 빠져나갈 수 없다고 봅니다. 외부에서 해결해줄 것이라고 생각하면 실망은 더 커질 수 있습니다.

 조희연 : 자치단체장 선거를 입장에서는 허무주의의 늪에서 자포자기해 가라앉을 경우 반동적인 지역주의에 사로잡힐 위험이 크므로 건강한 낙관주의 아래서 문제를 해결하려 해야 합니다. 우리 사회가 민주적으로 발전되고 개혁될 수 있다는 전망을 잃지 말고 그 대열에 앞으로도 적극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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