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무가ㆍ한상근 진취적 춤사위로 전통무용에 ‘현대’ 접목
  • 성우제 기자 ()
  • 승인 2006.05.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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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김영태 이순열 채희완 김태원 김채현 서울시립무용단 지도위원 한상근씨(39)는 20년이 넘게 춤을 춰온 고참 춤꾼이다. 평론가들이 신세대로서 그를 주목하는 것은 춤꾼 한상근이 아니라 안무가 한상근이다. 80년대 중반부터 활성화하기 시작한 창작 무용에서는 안무가 작품의 질을 가름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인식돼왔다.

 “현대무용보다 더 현대적인 한국무용??지난 78년부터 서울시립무용단의 무대에서 온 한씨는 83년〈무초 1〉을 발표하면서 안무가로 데뷔했다. 그동안 춤꾼으로 출연한 작품은 1백여편, 안무 작품은 15편에 이른다. 그가 안무한 작품에서 큰 주목을 받은 부분은 실험성이다. 87년〈적색경보〉와 88년〈신기루〉, 그리고 지난해의〈비행〉은??현대무용보다 더 현대적이고 독창적인 한국무용이다??라고 평을 들었다.

 안양예고 시절 탈춤에 빠져들면서 춤을 추기 시작한 한씨는 지난 20여년을 우리 춤 공부에 몰두해왔다. 인간문화재 박동신 김실자 김정순 씨로부터 탈춤을 전수받아 중요 무형문화재 제34호 강령탈춤 이수자가 되었고, 처용무 춘앵무 등의 궁중무용과 일무 작법 같은 의식무용, 그리고 승무 살풀이 태평무 진쇠무 등 한국 전통춤을 두루 섭렵했다. 한씨의 주된 작업은 한국 전통춤의 풍부한 자산에서 현대성을 길어 올리는 일이다.

 한씨는“전통 춤사위를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라고 말한다. 현대적 해석의 방법은 전통춤의 해체를 통한 창작이다. 전통 춤사위를 기본동작으로 한 그의 안무에는 현대적 메커니즘이 들어온다. 퍼포먼스 적 특성을 띠는 그의 무대에는 전자음악 경보소리 등의 소리와 움직이는 불빛, 그리고 생선 굽는 냄새며 남녀가 거의 옷을 벗고 추는 춤 등 실험적 요소가 종합적으로 동원된다.

 무대의 모든 세트를 움직여 만들어내는 그의“진취적인 안무??는 한국 사회의 부조리를 그 내용으로 하고 있다. 80년대 소외된 계층의 아픔을 형상화한〈조용한 사람〉〈투쟁〉〈침묵의 바다〉등에서 시작된 그의 시대인식은 80년대 후반으로 오면서 점차 공해문제, 기계사회에서의 인간성 상실, 핵 공포, 에이즈 문제 등으로 점차 그 영역을 넓혀왔다.

 80년대의 아픔에서부터 90년대의 위기에 이르기까지 공동체의 슬픔을 실험적 양식에 담아온 한씨의 작업에 대해 전통 무용을 무너뜨리는 게 아니냐 하는 논란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한씨는“우리의 전통춤을 굳건히 지키려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과감한 실험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우리의 정서와 색깔이 있어야 세계적인 춤과 싸워 이기고, 상품으로서의 가치도 얻을 수 있다??고 말하고 지난해 6개월간의 프랑스 연수 중에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것을 새삼 터득하게 됐다고 밝혔다. 한씨의 실험적 작업에 대해 무용평론가 김채현씨는??어디에 얽매이지 않고 독립성만 가지게 된다면 한상근 식의 양식도 가능하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씨는 서울시립무용단과는 별도로 뜻 맞는 춤꾼 9명을 모아 83년부터??춤 패 아홉??이라는 무용단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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