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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세 이상 서울 시민 반수가 폐기종환자

정희상 기자 ㅣ 승인 2006.05.04(Thu)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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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범은 자동차 배기가스 … 미8군‘조깅 삼가??지시 1952년 12월5일 새벽 영국 런던. 1백m 앞을 내다볼 수 없을 만큼 뿌옇게 시야가 흐린 가운데 바람 한점 없는 날씨였다. 이때부터 런던 시내 전역의 주거지에는 난데없는 재앙이 닥쳤다. 어린이와 노약자를 중심으로 시민이 하나둘씩 가슴을 움켜쥐고 쓰러져 불귀의 객이 되었다.

 영문 모를 참사는 닷새 동안 계속됐다. 병원마다 호흡기ㆍ심장질환을 호소하는 환자로 북새통을 이뤘지만 사태는 이미 의학의 손을 떠난 상황이었다. 그 후 일주일 동안 쓰러진 시민이 8천여명. ‘런던 스모그??로 불리는 대기오염 참사는 순식간에 런던 시가지를 휩쓸었다.

 1993년 1월13일 새벽 서울 남산 기슭. 희뿌연 대기층이 도심을 가로질러 북한산쪽까지 기분 나쁘게 짓누르고 있었다. 겨울의 새벽 공기를 가르며 운동복 차림의 몇몇 시민이 돌계단을 오르내리는 사이로 도심 빌딩군에서 솟아오르는 난방연기 기둥들이 시가지를 뒤덮고 있었다.

 출근차량으로 홍수를 이룬 시청 앞 광장에 있는 대기오염 측정망은 그 순간에도 어김없이‘정상??을 나타냈다. 다행히 서울에서는 이날 아침 대기오염으로 불행한 일이 일어났다는 보도는 없었다.

 그러나 서울 시민이라면 누구나 서울 하늘이 죽은 지 오래라는 사실을 모르지 않는다. 조금만 빨리 걸어도 숨이 차오르고 퇴근 후 색이 변한 와이셔츠 깃을 보는 것은 예삿일이 되었다. ‘아직은 안심할 수준??이라는 환경당국의 연례 발표 속에 걱정스러운 진단은 오히려 해외에서 흘러들어온다. 지난 한 해 동안 서울의 대기 오염도가 멕시코시티에 이어 세계 대도시에서 두 번째로 악화된 상태라는 세계보건기구(WHO)의 보고가 있었다.

 겨울철 서울의 대기오염은 특히 심각하다. 고층빌딩 산업체 아파트단지 같은 곳에서 뿜어대는 난방 매연과 각종 공사장에서 나오는 먼지, 그리고 도시를 꽉 채운 자동차의 배기가스가 뒤범벅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자동차 배기가스는 서울 하늘을 죽이는 주범이다. 이른바‘서울형 스모그??라는 대기오염 현상도 자동차 배기가스가 주요인이라는 게 환경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현재 서울 하늘에 퍼져 있는 전체 대기오염 물질의 53%를 자동차 배기가스가 차지하고 있다.

 92년말 현재 서울에 등록된 자동차는 1백56만대로 전국 차량의 3분의 1이 몰려 있다. 수도권 및 지방에 등록된 상당수의 차량도 서울 거리를 질주하고 있어 실제 서울의 자동차는 훨씬 많다.

 자동차는 배기관을 통해 인체에 유해한 일산화탄소(CO), 탄화수소(HC), 질소산화물(NOX), 황산화물(SOX) 등을 배출한다. 일부 배출 물질은 대기 중에서 물리ㆍ화학적 2차 반응을 일으켜 대기를 오염시킨다. 질소산화물과 탄화수소는 햇빛과 반응하여 광화학 스모그 현상을 일으키며,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은 대기 중에서 산화되어 산성비나 산성눈을 내리게 한다.

 산뜻한 서울 하늘을 볼 수 있는 날이 거의 없는 것도 바로 자동차 배기가스의 2차반응 때문이다.

 배기가스 오염물질 1년에40여만t 1년내내 자동차가 서울에서 내뿜는 오염물질의 양을 수치로 따지면 엄청나다. 지난 한 해 동안 서울의 자동차 배기가스에 섞인 오염물질은 40여만t으로 집계됐다. 오는 2천년에는 50여만t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게 환경처의 추계이다.

 서울의 이같이 심각한 대기오염은 지난 50년대에 미국 로스앤젤레스 지역을 강타한 광화학스모그의 악몽을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당시 로스앤젤레스에서는 자동차 배기가스가 원인이 된 스모그로 수만 명의 호흡기, 안질 환자가 발생해 커다란 사회문제가 된 바 있다.

 장영기 교수(수원대ㆍ환경공학과)는“자동차 배기가스로 인한 광화학 스모그 상태에서 고농도의 오염물질이 단기간 대기 중에 남아 있으면 기상에 따라 대량 참사를 부를 위험이 크다??고 내다봤다. 현재 환경처의 대기오염 측정은 지역별 연 평균치를 행정 목적에 맞춰서만 실시하기 때문에 한 시간 단위로 위험수위를 초과하는 고농도 발생은 사실상 은폐되고 있다.

 오염물질을 특히 많이 배출하는 차량은 경유를 연료로 쓰는 버스 트럭 지프 등이다. 디젤차로 불리는 이들 차량은 전체 자동차의 36%를 차지하고 있다. 연료 사용량으로 보면 전체 자동차 에너지의 60%를 디젤차가 차지하는 실정이다. 국립환경연구원 산하 자동차 공해연구소 조강래 소장은 서울의 대기오염과 디젤차의 관계를 이렇게 설명한다.

 “디젤차는 광화학 스모그의 주범인 질소산화물과 매연을 많이 뿜어댄다. 트럭과 버스는 배기량이 큰 차량이므로 그만큼 오염물질도 많다. 서울의 경우 질소산화물의 80%, 매연의 1백%가 디젤차에서 나온다.??

 그렇다고 휘발유 차량이 대기오염에 영향을 덜 미치는 것은 아니다. 현재 서울에서 운행되는 승용차의 80%는 무연, 20%는 유연 휘발유를 쓴다. 또 택시는 전부 LPG를 원료로 쓴다. 이들 소형 차량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차량만큼 막대한 오염물질을 배출한다. 서울 하늘을 드리운 탄소의 61%, 탄화수소의 55%가 이들 승용차가 방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관련해 조강래 소장은“흔히 무연휘발유를 쓰는 차량 소유자들은 연기가 없는(無燃) 저공해 차량으로 알고 있으나 정화장치 파손 방지를 위해 휘발유에 납을 첨가하지 않았다(無鉛)는 뜻일 뿐 대기오염 방지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이처럼 날로 급증하는 자동차 배기가스는 서울 시민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보건사회부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 90년부터 서울 시민의 주요 질환에서 대기오염과 관련한 공해병이 수위를 차지하기 시작했다. 기관지나 천식, 각종 폐질환 같은 호흡기 감염이 급속히 늘어난 것이다.

 서울대 의대 호흡기내과 김건열 교수는“대기오염으로 인한 호흡기 질환이 국민건강의 제일의 공적으로 떠올랐다. 대기오염은 서서히 사람을 골병들게 하는데, 60세 이상 서울 시민의 반수 이상은 폐기종이라는 병을 가지고 있다. 바람이 없는 겨울철이면 천식 발작을 호소하는 환자가 급증하는 실정이다??라고 밝힌다.

 공해 방지 비용 GNP의 0.1% 최근 몇 년 사이에 유행성 독감이 맹위를 떨치고, 한번 걸리면 오랫동안 고생하는 것도 대기오염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게 김교수의 설명이다.

 사정이 이처럼 심각하지만 우리나라의 자동차 배가가스 규제 및 개선책은 후진국 수준이다. 미국 일본 서유럽 같은 자동차 선진국은 이미 지난 70년대부터 엄격한 배기가스 규제 및 저공해 자동차 보급에 나서 대기오염을 통제하고 있다. 특히 디젤차는 연료를 대부분 LPG나 메틸알코올로 대체해 심각한 오염을 유발하는 원인을 아예 제거하는 실정이다. 서울보다 훨씬 많은 4백만대의 자동차를 보유한 도쿄의 대기 상태가 양호한 것도 바로 그 같은 공해방지 기술이 보급됐기 때문이다. 공해방지 비용으로 GNP의 3%를 투자하는 일본과 0.1%를 투자하는 우리나라를 비교하면 오늘의 심각한 대기오염을 설명하기에 모자람이 없다.

 대기오염은 가해자가 뚜렷이 드러나지 않는다. 특히 자동차 배기가스는 시민이 가해자 겸 피해자 입장이라는 점에서 결국 정부 정책만이 해결할 수 있다. 따라서 장기적 안목으로 볼 때 더 늦기 전에 모든 교통ㆍ에너지 정책은 대기오염 방지를 우선순위로 두고 수립해야 한다. 값이 싸다는 경제성만을 이유로 그동안 디젤차 보급을 조장해온 데다 지하철 버스 같은 대중교통망의 효율적 연결체계를 고려하지 않은 정부의 정책 부재 때문에 서울 공기가 이 지경에 이른 점도 무시할 수 없다.

 민간 환경단체들은 단기적인 피해방지 대책이 얼마든지 있는데도 당국이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외국의 경우 디젤차의 매연이 인체에 미치는 나쁜 영향을 고려해 버스나 트럭 등은 아예 배기구를 운전석 옆 천정이나 차 뒷부분 천정으로 향하게 했다. 따라서 우리의 디젤차도 하루빨리 배기구 위치를 하늘 쪽으로 조정해 보행자와 노상 근로자가 매연을 직접 쐬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대기 가운데 배기가스의 단기적인 고농도 상태가 몰고 올 수 있는 위험사태에 대비해 방송의 일기예보 시간에 대기오염 경보를 곁들이는 방식도 도입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노약자의 시내 외출을 조절하고 초중고교생의 체육시간을 조절하는 경보를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오래 전부터 서울 주둔 미 8군에서는 미군 및 군속에게‘아침 조깅 삼가??지시를 내렸다. 그러나 정작 서울 시민은 남극 상공의 오존층과 아마존의 밀림 파괴를 걱정하면서 대기오염 세계 2위라는 자기의 현실을 외국으로부터 경고 받고 있다. 죽어가는 서울의 공기를 되살리는 작업은 서울 시민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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