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금성은 우리 회사 특수 공작원"/안기부 고위 관계자 확인…이부 언론의 ‘이중 간첩'보도는 잘못
  • 김당 기자 ()
  • 승인 1998.04.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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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풍 공작 수사 발표 임박

지난 월 15이 재미 동포 윤홍준씨 구속으로 시작된 북풍 공작 수사가, 3월 들어 이대성 전 해외조사실장 등 안기부 직원 5명을 구속한 데 이어 4월 2일 권영해 전 안기부장을 구속함으로써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두 달을 끈 안기부와 검찰의 북풍 공작 수사 결과는 안기부와 검찰의 조율을 거쳐 곧 발표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북풍 공작과 이른바 ‘이대성 파일'의 핵심 인물인 흑금성의 정체와 역할이 무엇이었는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안기부와 검찰로서는 이번 발표에서 그의 정체와 역할을 분명히 매듭짓지 않고서는, 그가 ‘북한과 한나라당 그리고 국민회의와의 관계 속에서 한가운데 서 있었던’북풍 공작의 전모를 밝힐 수없기 때문이다.

  일단 일부 언론이 흑금성 공작원 박채서씨(44)의 신분을 처음 공개하면서 단정했던 ‘남북 모두로부터 허가받은 이중 간첩’이라는 표현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박씨는 자기의 신분이 밝혀진 지난 3월19일 안기부에 들어간 이후 최근까지 줄곧 안기부로부터 신변을 보호 받으면서 조사받아 왔다. 또 그 과정에서 박씨는 안기부 수뇌부의 인가를 받고 3월22~23일 이틀동안 <시사저널>과의 공식 인터뷰(제440호 참조)에 응하기도 했다. 이 사실만으로도 안기부가 박씨를 이중 간첩으로 보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점은 흑금성을 이중 간첩이라고 규정했던 일부 언론의 보도 태도가 바뀐 데서도 알 수 있다. ㅎ신문은 ‘흑금성 실체 논란 가열’이라는 제목의 기사(3월31일자)에서 박씨가 ‘북한에 위장 포섭된 안기부 특수 공작원’임을 인정했다. 그 보도 내용은 다음과 같다.

  ‘안기부의 <해외 공작원 정보 보고> 문건의 주요 등장 인물인 흑금성 공작원 박채서씨(아자 커뮤니케이션 전무)의 실체에 대한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일부 언론이 흑금성이 마치 국민회의 편에 서서 안기부 북풍 공작은 막은 공신인 양 보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흑금성은 우선 그가 스스로 인정했듯이 안기부의 비밀 공작원이며 북한의 대남 공작 기도를 파악하기 위해 북에 포섭된 것처럼 위장한 특수 공작원이다.’

  박씨가 이중 간첩이 아닌 특수 공작원임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이 신문은 같은 기사에서 ‘엄격하게 말하면 흑금성은 이중 간첩 성격을 띤, 혹은 북에 포섭된 것처럼 위장한 안기부의 특수 공작원인 셈이다’라고 사족(蛇足)을 붙이기도 했다. 이중 간첩이면 이중 간첩이고 특수 공작원이면 특수 공작원이어야 할 텐데, ‘이중 간첩 성격을 띤’ 혹은 ‘특수 공작원인 셈’이라고 모호한 표현을 쓴 것이다. 그런 한편 이 신문은 또 다른 사족을 달아 박씨가 ‘불법적인 정치 공작을 벌인 옛 안기부의 하수인’임을 부각하려 애썼다.

  ‘최근 일부 언론이 국민회의가 흑금성을 통해 안기부의 북풍 공작 전모를 파악해 대처한 것처럼 주장하며 북풍 공작에서 당시 야당을 지켜 낸 것처럼 보도하는 것은 부분을 전체로 호도하는 우를 범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민회의는 대선 때 흑금성보다 상급인 다수의 정보 제공지를 확보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위에서 인용한 두 기사에서 거론한 ‘이부 언론’은 <시사저널>을 가리킨다. 그런데 이 신문이야말로 ‘부분을 전체로 호도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그것은 박씨가 특수 공작원으로서 국가가 인가한 공작 사업을 수행 했느냐, 아니면 북풍 유인 공작 같은 비인가 공작을 수행했느냐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부족했던 데서 빚어진 것이다. 박씨가 수행한 국가 공작 사업은 북한의 의도를 파악해 무력화하는 것이었다. 그것이 야당을 겨냥했던 여당을 겨냥했던 북풍 공작을 막은 것은 곧 국가를 위한 것이지 북한을 위한 것은 아니다.

국민회의 제보자는 권영해?
  그런데 옛 안기부 수뇌부는 박씨가 인가받아 수행한 공작을 비인가 공작이건 비인가 부풍 공작을 이용했다. 그리고 인가 공작이건 비인가 공작이건 그것을 알 수 있는 안기부 관계자는 극소수였다. ㅎ신문은 흑금성의 신분을 최초로 보도하면서, 입수한 보고서의 비밀 표식(?)과 배포선(0-0)까지 예로 들어 가며 ‘흑금성은 권영해 부장의 직접 지휘를 받고 직보하는 비선 공작원’임을 강조했다. 이 신문의 논리대로라면 ‘국민회의가 대선 때 확보했던 흑금성보다 상급인 다수의 정보 제공자’는 권영해 부장이라는, 논리적으로 모순된 결론이 나온다.

  안기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ㅎ신문이 의도적으로 짜깁기한 이대성 파일에 지나치게 의존한 탓에 그런 실수를 저지른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박채서씨는 우리회사에서 월급을 받는 공작원이고<시사저널> 보도는 모두 사실이다”라면서 수사 발표사 임박했음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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