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기업의 요람 완성”
  • 박재권 기자 ()
  • 승인 1998.04.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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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헌 회장, 테크노마트 건설 … 전자 · 정보통신 유통업계 ‘지진’ 일으켜

서울 세운상가인가, 용산 전자상가인가, 구의동 테크노마트인가. 전자제품 유통 시장의 메카 자리를 놓고 치열한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싸움에 불을 댕긴 것은 지난 3월 4일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변역 옆에 문을 연 테크노마트. 지하 6층 지상 39층인 이 건물은 연면적이 여의도 63빌딩의 1.6배에 이른다. 이곳에 들어서는 전자 · 정보통신 관련 업체만도 2천5백 개나 되고, 벤처 기업 백 개에 소프트웨어 창업협회까지 입주해 벤처기업의 요람 구실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도 영화관 11개, 금융기관 9개, 대형 할인점, 쇼핑몰, 전시장이 들어서서, 보고 즐기고 맛보고 구매하는 모든 행위가 한 건물 안에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테크노마트를 건설함으로써 전자 유통업계에 일대 파란을 몰고 온 인물은 프라임산업 백종헌 회장(46)이다. 이름도 없는 조그만 회사를 운영하는 그가 총공사비 5천억 원이 투입된 초대형 프로젝트를 무리 없이 해낼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전남대 사학과를 졸업한 뒤 그가 서울에 올라온 것은 76년. 당시 24세였던 그는, 공무원을 그만 둔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하자 초등학생부터 대학생에 이르는 동생 4명과 어머니를 돌볼 책임을 걸머지게 되었다. 가진 것이 있을 리 없었다.

그런 그에게 첫 번째 기회가 찾아왔다. 당시 AID 차관을 들여와 짓는 영동 AID아파트에 청약했는데 당첨된 것이다. 이것을 되팔아 60만원을 거머쥐었다. 이때가 77년. 그 후 그는 본격적으로 주택 사업에 뛰어들어 단독 주택 · 연립 주택 · 아파트를 지어 팔았다. 숱한 부침이 있었지만, 10년 뒤 그는 2백억 원을 굴리는 자산가가 되었다.

이 돈이 테크노마트 건설의 종자돈이 되었다. 당시 현대건설은 비업무용 토지로 판정ㅂㄷ은 구의동 땅 2만3천 평을 성업공사에 팔아 달라고 맡겼고, 이것을 백회장이 사들였다. 땅값은 1천4백억 원. 그는 갖고 있던 2백억 원으로 계약금을 내고, 나머지 빙ㅇ은 순차적으로 지불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땅을 전자 · 정보통신 업계의 요람으로 만들겠다고 결심한 그는 세운상가 사람들을 만나 설득하기 시작했다. 당시 세운상가에 남아 있던 사람들은 대부분 용산전자상가에 불만을 갖고 있었다. 세운상가가 극심한 주차난에 허덕이고 하역 시설이 없어 골치를 앓고 있었지만, 용산전자상가도 사정이 크게 다를 바 없었다. 게다가 땅주인들이 높은 임대료를 요구하는데 질려 있었다.

아파트 지어 건설비 마련 … 상가 분양 거의 완료
오랜 설득 끝에 세운상가 상인 2천여 명으로부터 테크노마트에 입주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이렇게 해서 공사를 시작한 것이 94년. 그는 부지 한 켠에 고층 아파트 1천5백92세대를 건설해 96년 입주시켰고, 여기서 마련한 돈으로 부지 매입 대금과 공사 대금을 충당했다. 다행히 IMF 한파가 닥치기 전에 테크노마트 분양을 대부분 마칠 수 있었다. 남은 과제는 프라임산업이 갖고 있는 상가 6백 개와 앞으로 문을 열 사무실의 입주율을 높이고, 입주 업체들의 영업을 활성화하는 일이다.

프라임 측의 도전에 맞서는 기존 유통업체들의 맞불 작전도 만만치 않다. 5천여 상가가 밀집한 용산전자상가는 4월 중에 ‘전자제품 경매전’ ‘인터넷 경진대회’ 등을 포함한 거리 축제를 열 계획이고, 5백여 점포가 들어선 서초동의 국제전자센터도 대대적인 할인판매전을 펼쳤다.

후발 업체인 테크노마트가 기존 업체들의 반격을 이겨낼 수 있을까. 백회장은 “자신 있다”라고 말한다. 주차장이나 휴식 공간, 사후 서비스 측면에서 테크노마트가 단연 앞선다고 자부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조심스럽다.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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