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서가 김대중, 무슨 책 가져갔나
  • 조용준 기자 ()
  • 승인 2006.05.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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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영국으로 떠난 金大中씨가 가져간 책은 모두 2백50여권이었다. 김씨가 독서광인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는 최근 민간단체인 한국애서가클럽 (회장 呂丞九)이 제정한 제2회 애서가상을 공동수상하기도 했다.

김씨가 가져간 책이 어떤 것인지 주목받는 이유는 앞으로 그가 하려는 일과 이 책들이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김씨가 가져간 책들은 역사서적, 민족통일에 관한 서적, 다가오는 21세기에 대한 서적, 위인자서전 들로 크게 나누어 볼 수 있다.

먼저 그가 고른 역사서적을 살펴보면《한국현대사 재조명》(이정식·서대숙) 《한국 근대역사학의 이해》(이만열) 《한국민족운동사론》(강만길) 《전환의 역사》(노명식)《한국사》8권(진단학회) 《대한민국임시정부사》(이현희) 《청년을 위한 한국현대사》(박현채) 《역사의 종언》(프란시스 후쿠야마) 《한국전쟁의 기원》(브루스 커밍스) 등 40여권에 이른다.

 통일문제에 관한 책은 《독일 분단서 통일까지》(박경남) 《거대한 유럽》(자크 들로르) 《독일통일연구》《한반도의 통일과 전망》《민족통일의 길》등이다. 김씨는 특히 유럽통합에 대해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10여개가 넘는 서유럽 국가도 종교·언어·체제의 벽을 뛰어넘어 하나의 세계로 묶여가고 있는 반면, 남북한은 동일 언어·동일 민족인데도 통일논의조차 제대로 못하고 있는 현실을 주목한 때문으로 보인다. 김씨는 유럽통합 과정을 면밀히 지켜보면 거기서 우리나라 통일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자서전이나 회고록, 인물연구 서적으로는《오직 한길로》(정일형 박사 회고록) 《수운  최재우 연구》《백범 김구》《마가렛 미드 자서전》《장자 연구》《드골 회고록》《지미 카 터 회고록》《간디 자서전》《빌리 브란트 회고록》《인도의 명상》(네루)등이다. 이 책들 은 김씨가 앞으로 자신의 회고록을 펴낼 때를 대비한 것 같다.

이 밖에도 김씨는《장길산》(황석영) 《토지》(박경리) 《소설 열국지》등 상당한 양의 대하 역사소설과 《케네디를 둘러싼 사람들》(래스터 탠저) 《한국인의 의식구조》(이규     태) 《실존철학》(프란츠 하이네만) 《판소리 연구》같은 교양서를 함께 가져간 것으로 알려졌다.

“독서할 여유 생긴 것은 축복??

김씨의 한 측근은 “이 책들 중 반 이상이 김선생께서 감옥에 있을 때 읽은 책이어서 책마다 법무부?교도소 도장과 영치할 때의 수번호가 적힌 종이 딱지 등이 그대로 붙어 있다. 대부분의 책에 밑줄과 깨알 같은 메모가 적혀 있기 때문에 상당량을 새 책으로 바꿨다??고 전했다.

이 측근은 또 “책을 보면 알 수 있지만 선생께서는 이번 영국 유학을 통해 21세기에 대비한 대내외 문제에 대한 시각을 교정하고 한국의 현실을 더 객관적으로 정리하여 해결책을 찾으려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씨는 자신이 애서가상을 수상한 것과 관련해 ‘참으로 뜻깊고 영광스런 상??이란 소감문에서 ??과거 6년 동안의 옥중생활은 책읽기에 참으로 귀중한 기회였다??고 회고하면서 ??이제 40여년에 걸친 정치생활을 마감하는 나에게 한가지 축복이 있다면 여유를 가지고 차분히 독서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된 것이다. 이를 생각할 때 마치 소풍날을 맞은 국민학생처럼 가슴 설레고 약간의 흥분마저 느낀다??고 말했다.

김씨는 수상을 기념해 자신이 소장한 도서 1만여권 가운데 스스로 뽑은 문학 교양·철학·정치 관련 서적 1백권을 출국 전날 한국애서가클럽에 보냈다. 이 책들은 서울 신문로 한국출판판매주식회사 전시장에 2월말까지 기념 전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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