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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세달 안에 큰 혼란, 수하르토 임기 재고해야”

재야 지도자 메가와티 여사 인터뷰/“민주 선거 없이 경제회생 없다”

자카르타 · 김진화 편집위원 ㅣ 승인 1998.03.19(Thu)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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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건국의  아버지 수카르노 전 대통령의 장녀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여사는 수하르토 대통령의 32년 장기 집권에 반대하는 반체제 세력의 구심점이 되어왔다. 진정한 야당이 인정되 있지 않는 인도네시아에서 제도권 야당 중 하나인 인도네시아 민주당(PDI)을 이끌어 온 메가와티 여사는, 96년 5월 정부으 정치공작으로 당수직에서 강제 축출되었고, 국회격인 국민협의회(MPR)의원 출마 자격마저 박탈당했다. 현재 그는 아무런 공식 직함이 없지만, 여전히 수하르토에 맞설 가장 유력한 재야 지도자로 주목되고 있다.
 그러나 한 번도 투옥된 경험이 없는 메가와티여사는 수하르토의 하야를 요구하는 대목에서‘하야’라는 단어 대신‘대통령의 임기를 재고해야 한다’라고 말하거나, 자신의 당수직 강제 박탈 공작을‘국민주권을 힘으로 빼앗은 행동’이라고 언급하는 등 극히 조심스런 표현을 썼다.

현재 인도네시아의 위기 상황은 어느 정도인가?
2~3개월안에 대혼란이 올 것이다. 거리에서 자동차가 사라지고, 생산이 중단되어 실업자가 넘치고, 밥을 못먹는 사람들이 거리를 메울 것이다. 수하르토 대통령의 경제 자문역인 한케 교수도 정부가 긴급 처방을 내리지 못하면 경제가 3개월을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말할 정도이다. 그러나 그가 주장하는 통화위원회안(고정환율제)을 실시하면 경제가 2,3일내로 일대 혼란에 빠질 것이라는 견해도 강하다.

수하르토 대통령의 위기관리 능력이 어느 정도라고 보는가?
그의 능력은 이미 32년간 증명되어왔다. 인도네시아 국민의 가장 큰 고민은 스스로 자신감을 잃었다는 것이다. 우리는 정부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렸다. 수하르토와 그의 가족 · 족벌 · 친척 등 정경유착 세력들이 독과점을 일삼고, 정부 내 일부그룹이 이익을 독점ㅎㄹ 뿐 아니라 자기네 기업을 위해 공공자금을 교묘히 전용하는 정책을 계속하는 한 경제회복은 요원하다. 지금 인도네시아는  파산상태이다. 인도네시아가 병든 나라라는 것은 세계가 다 알 고 있다. 각료가 바뀌어도 얼굴만 달라질 뿐 변하는 것은 없다.

정치개혁과 경제 개혁 중 어느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보는가?
두 가지 모두 시급한 과제이지만, 굳이 말하자면 정치개혁 없이는 경제개혁도 없다. 국민은 정부를 믿지 않는다. 정부는 곧 대통령이다. 대통령이 민주화를 추진해 대개혁을 단행하지 않는 한 국민이 여전히 정부를 믿지 않을 것이므로 경제회생은 어렵다. 정부를 불신하는 국민들은 은행에 예금하기는커녕 오히려 돈을 찾아 집에 두거나 해외로 갖고 나가고 있다.

정치개혁은 어디서부터 손대야 하는가?
먼저 민주적 선거절차가 확립되어야 한다. 대통령선거와 국민협의회 의원 선거를 직선제로 고쳐야 한다. 지금의 제도는 국민협의회 의원 60%를 대통령이 임명하고 40%를 선거로 뽑는데, 이 40%마저도 정부와 군부가 개입해 간접 선출한다. 이런 국회에서 뽑힌 대통령이 국민의 대통령일 수 없다. 현재의 국회는 대통령의 꼭두각시일 뿐이다. 또 국민협의회 의원 선거때 대통령이 인정하는 세 당에서만 후보를 낼 수 있는 지금의 제도로는 민주주의가 이루어질 수 없다. 민주적 선거없이 국민신뢰를 회복할 수 없고, 국민의 신뢰를 받지 않고서는 경제회복이 불가능하다. 수하르토 대통령은 그의 임기를‘재고’해야 할 것이다. 국민 주권을 힘으로 찬탈할 수는 없다.

그러나 국민협의회 제도의 골격은 당신의 아버지인 수카르노 전 대통령 때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
그렇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었으니 낡은 제도는 고쳐야 한다.

당신은 최근 수하르토 대통령이 수카르노 전 대통령의 과오로부터 배워야 한다고 했는데, 그것은 무슨 의미인가?
63년에 국민협의회가 나의 아버지를 종신 대통령으로 만드는 법을 제정한 것은 잘못이었다. 현 수하르토 대통령은 이번에 일곱 번째로 대통령에 연임함으로써 사실상 종신 대통령을 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나는 그 점을 말한 것이다.

일부에서는 당신의 정치적 행동이 너무 조심스럽고 소극적이어서 일대 개혁이 요구되는 현 상황에서 국민의 여망에 부응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비판하기도 하는데…
조심스러운 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현실은 장기적 전략 · 전술을 필요로 한다. 몇 달 안에 개혁을 완성할 수는 없다. 우리가 원하는 민주주의의 첫 단계에 오르는 데만도 몇 년이 걸릴 수 있다. 45년 전 수카르노 전 대통령이 제창한‘판차실라’,즉 신앙 · 인권 · 단결 · 사회정의 · 민주주의 5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장기적 전략이 필요하다.

지지계층이 제한되어 있다는 지적도 있다.
나를 지지하는 계층은 민초들이다. 농민 · 택시운전기사나 길거리에서 만나는 사람들, 노동자 누구에게나 물어보라. 그들은 나를 지지한다. 나는 대중의 대변자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대중은 의회에 자기들의 이익을 지켜 줄 사람을 보낼 수 없다. 선거법 때문이다. 그런데도 작년 총선 때 2천만대중이 우리측 후보를 지원하지 않았는가. 학생들과 이슬람 지도자들의 지지도 받고 있다.
 
당신이 길거리에 나가 군중을 이끌만한 용기와 강단이 부족하다는 인상을 주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나는 96년 정부가 우리 당의 당수직을 강제로 빼앗을 때도 분연히 일어나 싸웠고, 이번 대통령 선거에 대해서도 분명히 '노(No)'라고 선언했다. 국민을 나를 민주주의의 상징으로 여기고 있다.

당신이 인도네시아의 코라손 아키노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작년 인도네시아에서 외딴 섬의 하나인 암본 섬에 갔을 때 거리가 온통 인파로 덮여 교통이 마비될 지경이었다. 도시든 농촌이든 어디를 가도 민중의 지지는 열렬하다. 현재 상황에서 거리에 나서는 일은 무모하다. 대다수 민중의 힘이 결집되었다고 판단될 때, 나는 그 대열에 앞장설 것이다. 대학생들의 인기투표에서 나는 60%지지를 얻고 있다.

군부가 당신을 지원하지 않는 한 수하르토 이후에도 당신이 집권하기는 어렵다든가, 군중이 봉기할 때만 당신이 집권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인도네시아 국민의 성격으로 미루어 볼 때 민중 봉기 가능서이 희박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수하르토 이후에도 군부가 실질적으로 지배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군부가 과도 정부 노릇을 한 뒤 민주적 선거를 통해 우리가 민주 정부를 세울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군부가 영원히 정치를 좌우한다는 보장은 없다. 옛 소련에서도 60여년 독재 체제가 단시일안에 끝나지 않았는가. 진정 자유스럽고 민주적인 선거를 치른다면 어느 때 든 승리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당신은 때로는 친정부적인 발언이나 성명을 발표해 오해를 받기도 하는데, 이는 신변보호를 위한 계산된 발언인가?
인도네시아는 많은 언어 · 종족 · 종교 · 섬으로 이루어진 복잡 다양한 나라다. 수카르노 전 대통령의 딸로서, 그가 제창한 판차실라 중 하나인 인도네시아의 단결을 위해서는 비록 반대파의 정책이라도 협력할 필요가 있을 수 있다.

여가 시간에는 어떤 활동을 하는가?
정원 손질과 독서가 취미다. 주로 역사책과 문학책을 읽고, 때때로 영화도 즐겨본다.
당신의 두 아들이 수하르토 대통령이 자녀들처럼 사업에 뛰어들 가능성은 없는가?
큰아들은 반둥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둘째 아들은 호주에서 기계공학을 공부하고 있어서, 큰 돈을 버는 사업가가 될 가능성은 별로 없다.            
자카르타 · 김진화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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