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 민족을 위한 길 찾기
  • 노순동 기자 (soon@sisapress.com)
  • 승인 1998.03.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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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양일 연출 <달은 어디에 떠 있는가>

제2회 서울 국제독립영화제(3월6일~13일)가 개막되던 3월6일 오후 7시. 개막 작품 <달은 어디에 떠 있는가>(연출 최양일)가 상영되는 극장에는 설렘이 감돌고 있었다. <달은 어디에 떠 있는가>는 93년 베를린 영화제 포럼 부문에서 특별상을 받고, 그해 일본의 11개 영화제에서 53개 부문을 휩쓸었으며, 관객 43만여명을 불러 모았던 화제작이다. 화려한 명성이 아니더라도, 재일 교포 감독이 재일 한국인 문제를 다루어서 관객의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하다.

 결과는 명불허전(名不虛傳). 상영이 끝나자 관객들은 경탄의 박수를 보냈다. 이 같은 반응은 7일 오전 10시 YMCA회의실에서 있었던 한 · 일 독립영화 세미나에까지 이어졌다. 독립 영화의 모델을 찾아보고자 마련된 이 날 세미나에서 최양일 감독(49)과 제작자 이봉우씨(38)는 일본영화의 지형과 자신들의 작업 방식을 자세히 설명했다.

사회성 짙은 소재 경쾌하게 풀어내   
 <달은 어디에 떠 있는가>는  택시 운전기사인 재일 한국인 강충남과, 술집에서 일하는 필리핀 여성 코니의 사랑이야기를 축으로 삼아‘일본에서 소수 민족으로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탐색한다. 사회성 짙은 소재를 경쾌하게 풀어낸 솜씨와 따뜻한 시선이 돋보인다는 평을 받았다. 제목이 암시하듯이 이 영화에서‘달은 곧 길’이다. 영화에는 길을 몰라 끊임없이 회사로 전화하는 한 택시 기사가 등장하는데, 사장은 그에게 ‘달이 어디에 떠 있느냐’고 묻는다. 달을 나침반으로 삼아 길을 찾으라는 것이다. 이 물음은 길 찾기를 멈출 수 없는 인간, 특히 사회의 주변을 떠돌 수밖에 없는 소수 민족의 처지를 일러준다.

 최양일 감독은 일본에서 인디(독립)영화의 아버지라고 불린다. 메이저 시스템에서 자랐지만 메이저와 인디의 경계를 넘나들며 작업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스승은 파격적인 성의식과 탐미적 영상으로 세계를 놀라게 했던 <관능의 제국> 의 오시마 나기사. <교사형>에서 보듯 재일 한국인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인 그에게서 조감독 수업을 받은 최감독은, 83년 <10층의 모기>로 데뷔한 후 장편 극영화 열한 편을 만들었다.

 제작자 이봉우씨는  <달은 어디에 떠 있는가>의 아버지 격이다. 최감독이 교포 작가 양석일의 <택시 광조곡>(1981년)을 보고 영화를 만들고자 했지만 소재가 대중적이지 못하다는 이유로 거절당하다가 이봉우씨를 만나 비로소 뜻을 이루었기 때문이다. 최감독과 마찬가지로 교포2세인 그는 제작과 배급을 겸하는 영화사‘시네카논’과 소규모 상영관 4개를 운영하는 인디영화 제작자로 <서편제> <축제>를 일본에 배급하기도 했다.

 이 작품은 시네코아에서 11일 오후4시, 12일 밤 심야 상영에서 볼 수 있다.

(문의 02-3442-0001).                                                    
魯順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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