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죽이는 일이면 무엇이든 했다?
  • 최진 기자 ()
  • 승인 1998.04.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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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길연구회, 북풍 공작 혐의 짙어… 재미 동포 김영훈 · 윤홍준 기자회견에 개입

김대중 대통령과 30여년간 대결해 온 안기부 못지않게 많은 ‘DJ파일’을 확보한 곳이 있다면 아마 ‘한길연구회’일 것이다. 김대통령에게 등 돌린 사람들끼리 모여 만든 한길연구회는 대선 기간에 오로지‘DJ죽이기’라는 한 길만 연구해 온 탓에 DJ를 공격하는 것에 관한 한 많은 노하우를 갖고 있었다.

 DJ의 집권을 저지하려는 이들의 노력이 어찌나 강했는지 대선 때 구여권 일각에서는 ‘DJ를 공격하는 정보나 전략을 얻으려면 안기부로 가지말고 한길 연구회로 가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실제로 한길연구회는 비자금 폭로 등DJ에게 불리한 사건이 터질때마다 그 WDJ보 제공처로 지목되곤 했다.

 그런데 이 한길연구회가 안기부이 북풍 공작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징후들이 뒤늦게 드러나고 있다. 그동안 북풍 한파로부터 용케 벗어나 있었지만 검찰이 안기부라는 북풍의 ‘몸통’을 파헤치면 한길 연구회라는 ‘깃털’도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대선을 5일 앞둔 12월13일 일본 도쿄 시내한복판에 있는 데이코쿠호텔. 임춘원 전 평민당 의원과 재미동포 김영훈 목사가 기자회견을 자청해 ‘북한의 김병식 조선사회민주당 위원장이 DJ에게 편지를 보내왔다’면서 편지를 공개했다. 기자회견 장면은 바다를 건너 국내 유권자들의 안방에 그대로 전달되었다.

안기부가 한길연구회 배후?
 그런데 이미 10여 일전에 한길연구회는 기자회견이 어떤 형태로 이루어지고 회견 내용이 무엇인지 훤히 알고 있었다. 당시 한길연구회 손창식 간사장은 몇몇 가까운 사람에게 “김목사와 전직국회의원(임춘원씨를 지칭한 듯)이 중국을 거쳐 북한에 들어갔다. 북한 고위 인사의 편지를 가져와 공개하면 DJ는 결정적인 타격을 입을 것이다”라고 ‘예언’했는데 딱 들어맞았다.

 재력가로 12 · 13 · 14대 의원을 지낸 임씨는 92년 5월 민주당 당직인선에 불만을 품고 탈당한 이후 김대통령을 공격하는 선봉에 서면서 한길연구회에 적극 참여했다. 결국 한길연구회는 직 · 간접으로 김목사의 도쿄기자 회견에 개입한 혐의가 매우 짙다.

 게다가 안기부가 김목사의 회견을 사주한 혐의가 드러난 마당에 만약 임씨가 몰래 북한에 다녀왔다면 문제는 한층 복잡해진다. 안기부가 북풍 공장 차원에서 임씨와 김목사의 밀입북을 방조하거나 사주하지 않았겠느냐는 추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임씨의 행적을 추적하면 제2,제3의 북풍 공작이 드러날 가능성이 있다. 임씨는 대선 이후 미국에 체류하고 있다고 한다.

 한길 연구회가 관련된 또 다른 북풍 사건은 대선을 불과 이틀 앞둔 12월16일 여의도 6 · 3빌딩에서 재미동포 윤홍준씨가 가졌던 기자회견. 당시 윤씨는 DJ의 북한 연계설을 주장했는데, 윤씨가 안전하게 기자 회견을 할 수 있도록 처음부터 끝가지 보호했던 사람들이 한길연구회 간부들이었다. 기자회견을 저지하러 달려온 국민회의 관계자들을 차단하고 윤씨가 회견장에서 안전하게 빠져나가도록 보호한 것도 손창식 · 함윤식씨등 한길연구회 핵심들이었다. 거기에다 안기부가 윤홍준씨의 기자회견을 배후 조종한 것으로 드러나 이래저래 한길연구회는 안기부 배후 지원설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게 되었다.

 97년 10월7일 광화문 미도파빌딩에 80여평짜리 사무실을 차려놓고 기세 좋게 출범했던 한길연구회는 이들이 필사적으로 떨어뜨리려 했던 DJ가 정권을 잡은 이후 조용히 사라졌다. 당시 발기인으로 참여했던 손주항 김경인 조연하 박영록 양성우 전 의원의 모습도 보기 힘들다. 이들은 북풍이 더 확산되지 않고 조용히 넘어가 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을듯하다.
                                                                        崔 進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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