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혼굿으로 ‘제주원혼’달래기
  • 노순동 기자 (soon@sisapress.com)
  • 승인 1998.04.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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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만에 이르는 원혼을 감당할 수 있을지 두려운 마음이 들지만, 제가 할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주 4 · 3희생자 진혼굿’(연강홀 · 4월4~5일 오후5시)을 여는 무녀 정순덕씨(31)는 벌서 제주 원혼들이 움직이고 있을 것이라며 마음을 다잡았다.

 여덟 살 때 내림굿을 받아 무녀가 된 정씨는 80년대 민족굿회 회원으로 활동하면서부터 근 · 현대사에 묻힌 원혼들을 위로하는 일에 뛰어들었다. 6 · 10민주화운동에 불을 당겼던 이한열 · 박종철 씨와 의문사한 이철규씨, 고양시 금정굴 양민 학살 진혼굿도 주관했다. 그는 금정굴 진혼굿을 치른 뒤 두달 동안 악몽에 시달렸다고 한다.

 신기(神氣)는 양의 기운이고 영혼은 음기. 신의 힘으로 영혼을 받아들여 원한을 풀어주는 것이 굿의 원리인데, 한꺼번에 많은 영혼이 들어와 정씨의 몸이 부대낀 것이다. 시간이 짧아 하나하나 살뜰하게 사연을 풀어주지 못한 것도 아쉽다고 한다.

 이번 진혼굿은 제주 심방(무당을 일컫는 제주도 방언)정공철시와 함께 주관한다. 그는 진혼굿의 대명사인 황해도 굿과 희생자들의 고향인 제주도 굿을 결합하니, 분단이 낳은 원혼을 위호하는 데 각별한 효험이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魯順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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