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노사정위 탈퇴/“DJ, 경제 개혁 노선 수정하라”
  • 김당 기자 ()
  • 승인 1999.03.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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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 DJ 노믹스에 불만 … “불평등 분배 낳고 국제 자본에 예속 초래”

 김대중 정부의 중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는 ‘위원회정부’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이다. 노사정위원회(노사정위) ·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 제2건국위원회 들이 바로 김대중 정부를 특징짓는 대표적인 위원회이다. 이 기구들은 각각의 영역에서 민간 참여를 확대하고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하여 국가 정책을 수행하려는 김대중 정부의 의지를 반영하고 있다.

DJ 정부 최대 시련
 민관 합작의 실험적인 협의체 성격을 띤 이같은 기구는 김대중 정부의 성패뿐만 아니라 21세기 한국 사회의 성패를 가늠하는 척도로 받아 들여지고 있다. 첨예한 이해 관계를 가진 여러 세력이 한데 모여 사회적 협약을 만들어 내고 이를 지키는 것은 한국 사회가 처음 걷는 ‘제3의 길’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민주노총이 노사정위를 탈퇴한 것은 집권 2년차인 김대중 정부가 당면한 최대 시련이다.

 민주주의와 시장 경제 병행 발전을 내건 김대중 정부 1년을 평가할 때 그 어떤 분야보다도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이 경제 개혁이다. 지난 30년간 누적된 고비용 · 저효율의 경제 구조 및 정경 유착에 의한 부패 구조를 청산하기 위한 금융 · 공공부문과 노사 관계분야에 대한 대수술이 단행되었고, 시장 경제의 발목을 잡아온 각종 규제 철폐가 뒤따랐다.

 그러나 이같은 개혁은 노사 간의 협력과 합의가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었다. 더 많은 봉급을 위해 거리에 나섰던 노동자들이 일자리가 줄어들고 월급이 깎이는 고통 속에서도 지난 1년간 장외 투쟁에 나서지 않았던 것은, 위기르 극복하자는 노 · 사 · 정 합의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그런 점에서 노사정위는 이제까지 타도할 대상이었던 정경 유착 구조를 노 · 사 · 정의 협력 구조로 바꾸는 새로운 모델로 간주되었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최근 정부가 노 · 사 · 정 합의 사항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노사정위 탈퇴를 선언했고, 한국노총 또한 3월말까지 조건부 탈퇴 유보를 선언함에 따라 노사정위가 큰 위기를 맞고 있다. 이미 민주노총 산하 최대 조직인 금속산업연맹노조는 2월27일 서울 종묘공원에서 조합원 4천여 명이 참석해 일방적인 구조 조정 및 정리 해고를 중단하고 주당 40시간으로 노동 시간을 단축하라고 요구하는 본격적인 장외 투쟁에 나섰다.

 금속산업연맹은 집회에서 3월25일께 전국적인 파업을 벌이고 4월부터는 민주노총 차원의 총력 투쟁에 동참키로 결의했다. 한국노총도 정부의 태도 변화가 없으면 3월 말까지 노사정위를 탈퇴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노 · 사 · 정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4월부터는 대대적인 ‘춘투(春鬪)’가 예상된다.

 노동계가 노사정위를 탈퇴 또는 조건부 탈퇴하면서 내세운 이유는 정부가 노 · 사 · 정 합의 사항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노동계의 요구 조건을 최대한 수용해 노사정위를 정상화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그러나 노동계의 불만에는 근본적으로 민주주의와 시장 경제 병행 발전을 내세운 이른바 DJ노믹스가 신자유주의에 기초를 두고 부의 불평등 분배와 국제적 예속의 길로 이끌고 있다는 시각이 깔려 있다.

 민주노총과 함께 집회를 개최한 53개 시민 · 사회 · 노동 단체의 연대 기구인 ‘고용실업대책과 재벌개혁 및 IMF 대응을 위한 범국민운동본부’가 이날 ‘신자유주의적인 구조 조정으로는 노동자와 서민의 생존권만 희생시킬 뿐 나라 경제를 제대로 살린다는 보장이 없다’며 개혁방식을 수정하라고 요구한 것도 같으 맥락이다. 그런 점에서 3월 노사정위의 위기는 DJ노믹스의 시련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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