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가장의 식구 생각
  • 이윤삼 편집국장 (yslee@sisapress.com)
  • 승인 2006.05.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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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편집국은 매월 첫째 주 월요일 오후 5시에 전체 회의를 연다. 지난 한 달 동안 발행한 <시사저널>에 대한 ‘리뷰’를 거쳐 개선할 만한 것이 있는지 따져본 뒤 1, 2개월 후 ‘커버스토리’나 ‘특집’으로 다룰 만한 주제를 꺼내 놓고 토론한다. 지난 5월1일 회의를 준비하면서 달력을 보니 5월에는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등이 눈에 띄었다. 5월이 가정의 달이라는 것을 새삼 느꼈다. 그때부터 갖가지 상념이 오갔다.

연령층에 따라 조금 다를 수 있겠지만 요즘 40대 아버지들이 가장 마음을 쓰는 것은 아이들 교육 문제일 것이다. 지난 한 달 동안 도대체 나는 아이들에게 어떤 도움을 주었나. 얼마 전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이 독서장 제목을 무엇으로 할지 고민스런 얼굴을 내밀었다. ‘독서는 반란이다’ ‘아라크네의 일기’ ‘내 마음 속에 들어온 화두’ 등을 놓고 토론 끝에 그 중 하나를 골랐다. 대화의 횟수가 논술 시험 성공을 보장한다는 격언(?)에 따라 아침식사를 같이 하려고 두 번쯤 시도했다. 중간고사를 치러야 할 아들에게 프랑스혁명과 산업혁명에 대해 세 시간 가르쳤다. 그뿐이었다. 나머지는 아내와 학교와 학원에 몽땅 맡겨버렸다.

바깥 일에 너무나 경황이 없었다고 애써 변명하지만 그렇다고 걱정마저 없는 것은 아니다. 세상에 내로라 하는 학원들과 스타 강사들이 넘쳐나는데 대학이 측정한 신입생들의 학습 능력은 점점 떨어지는 모순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학원보다 ‘방과 후 학습’이 더 나은 대안이 아닐까. ‘교과서 만능론’은 정말 만능일까. 주요 대학들이 2008학년도 대학입시부터 내신 성적 반영 비중을 50%로 확대하겠다고 하면서 정작 내신·수능·논술의 실질적인 반영 비율은 발표하지 않아 고교 1, 2학년생들이 혼란스러워 하는데 어떻게 대비해야 하나. 새 트렌드로 ‘내신 과외’가 부쩍 늘고 있다는데 그 대열에 끼어야 하나.

학습 문제만이 아니다. 나는 초등학교에서 대학까지 훌륭한 선생님을 많이 만나 깨달음도 많이 얻고 혹독한 훈련을 받았는데 요즘 아이들도 그러할까. 고교 시절 ‘무감독 시험’을 치러 점수보다 정직이 중요한 덕목이라는 것을 배웠는데 요즘 아이들은 어떨까. 대학에서 인문학 교육은 점차 사라지고, 대학이 취업학원쯤으로 변해 가고 있다는데 정말 우리 사회는 미래를 대비하고 있는 것일까. 무리를 해서라도 외국 유학을 시켜야 하는 것일까. 뭐 이런 온갖 생각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자녀 교육 문제 외에도 현대를 사는 가장들에게 던져진 현안들은 적지 않다. 자녀 출산 및 양육, 노인 부양, 부부 역할, 이혼율 급증, 재혼 등 가족 형태의 변화와 가족을 바라보는 의식이 시대의 변화에 따라 많이 달라졌다. 변화가 크면 고민도 늘게 마련이다. 5월에는 독자들과 가족 문제를 함께 공유할 특집 기사를 마련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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